“언어·신체 폭력, 따돌림… 여전히 TV 나오는 그들” 한국 떠난 개그우먼 고백

이혜진 기자 2024. 9. 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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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를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개그우먼 천수정. /유튜브

연예계를 떠나 은퇴 후 캐나다에 정착한 개그우먼 천수정이 과거 언어·신체적 폭력과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개그우먼 천수정의 남편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지난 24일 ‘내 아내가 연예계를 떠난 이유’라는 제목으로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지난달 14일 천수정 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지훈앤수정’에서 천수정이 독백 형식으로 연예계 활동 시절 아픔을 고백한 5분여 분량의 영상을 간추려 소개한 것이었다. 영상에서 천수정은 “데뷔 초부터 개그우먼으로 활동하는 내내 남모를 아픔으로 너무나 괴로웠고 불안한 마음뿐이었다”며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는 등 겉으론 인정받은 것 같았지만 사실 속은 병 들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천수정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직장 내 폭력이 있었다. 마치 거대한 빙산을 만난 나룻배가 된 것 같았고 이리저리 파도에 파묻혀 소음 속에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며 “돌이켜보면 화려한 게 전부가 아니었던, 진짜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을 떠나 호주로 도피도 해봤고, 다른 일을 찾아보고 상담도 받으면서 잊으려 노력해봤지만, 트라우마가 된 시간은 나를 오랫동안 쫓아다니며 괴롭혔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힐 줄 알았지만 오히려 나를 더 가두게 됐다”고 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도를 넘은 신체적·언어적 폭력, 여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치심들, 집단 따돌림(이 있었다)”며 “지금은 하시모토 갑상선 질환으로 그때와 변해버린 목소리지만, 20대 초반의 내 목소리가 듣기 싫다고 윽박지르며 비웃었던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뛰고 가슴이 아파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는 견디기 힘들었고 도망치다시피 그들을 떠나고 싶었다”며 “당장 개그우먼을 때려치우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 정말 때려치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연예계를 떠난 후의 삶에 대해 “누군가는 나를 루저(패배자)라고 비난했지만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만 했다”며 ”아직도 나는 그들이 나오는 한국 TV프로그램을 보지 못하지만 지금은 캐나다에서 그동안 가둬뒀던 나를 찾아 나가고 있다”고 했다. 또 “가해자가 아닌 내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살았던 시간이 이제는 부질없이 느껴지고 이 큰 세상 속에서 제일 헛된 시간 같다”며 “이제는 내가 개그우먼을 때려치운 이유, 연예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속 시원히 말할 수 있다. 최고의 복수는 용서하는 것이라더라”고 했다. 이어 “그때의 기억에서 10여년쯤 멀어진 지금, 나는 용서하려고 한다. 겉으로 화려하게 살았던 그 시간보다 평범한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천수정은 2008년 MBC 17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그해 방송연예대상에서 코미디, 시트콤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MBC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야’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tvN ‘롤러코스터’ 등에 출연했다. 2015년에는 ‘뿅갔어’ ‘와따 천수정’ 등 음원을 발매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남편 김지훈과 결혼해 슬하에 2명의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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