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무도 논란 재연한 ‘1박2일’ 제작진이 더 비매너 [TV와치]

이해정 2024. 10. 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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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무한도전' 품절남 특집을 우려먹은 듯한 기시감과 '비매너' 꼬리표만 남긴 채 '1박2일 시즌4' 매너 테스트가 공중분해됐다.

지난 10월 6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시즌4'(이하 '1박2일')에는 출연진을 상대로 여성 막내 작가가 양손에 무거운 수박을 들고 지나갈 때의 조력 반응을 관찰하는 매너 테스트가 담겼다.

'1박2일'의 죄는 비매너 출연진을 박제한 데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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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 시즌4’
KBS 2TV ‘1박2일 시즌4’

[뉴스엔 이해정 기자]

15년 전 '무한도전' 품절남 특집을 우려먹은 듯한 기시감과 '비매너' 꼬리표만 남긴 채 '1박2일 시즌4' 매너 테스트가 공중분해됐다.

지난 10월 6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시즌4'(이하 '1박2일')에는 출연진을 상대로 여성 막내 작가가 양손에 무거운 수박을 들고 지나갈 때의 조력 반응을 관찰하는 매너 테스트가 담겼다. 김종민은 "누구 거냐" 물으면서 지나쳤고 딘딘, 유선호, 조세호, 이준 역시 짐을 거들지 않아 야유를 샀다. 반면 문세윤만이 짐을 보자마자 바로 들어주는 건 물론 "이 무거운 걸 어디까지 들고 가려고 하냐"며 다정한 말을 건네 군계일학 매너남에 등극했다.

방송이 공개되자 시청자들은 이성적 호감을 사는 문제를 떠나 출연진과 스태프 사이 갑을 관계가 드러나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1박2일' 측은 해당 장면이 담긴 클립 영상을 삭제했으나 여전히 문세윤을 제외한 출연진을 향한 반감이 높은 상태다.

제작진은 어떤 반응을 기대했을까. 적어도 출연자들을 비매너 남성 내지는 갑질 연예인으로 낙인찍으려는 의도는 없었을 거다. 그렇기에 현재 여론은 제작진의 기획이 빗나갔거나 기획 자체가 잘못됐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15년 전인 2009년 9월 현재는 종영한 MBC '무한도전'은 2030 미혼 여성을 상대로 출연자를 판매하는 '매진임박 무한홈쇼핑 멤버특별전'을 송출했다. 이 방송에서도 차도 쪽으로 걷는 여성 작가를 구하는 매너 테스트가 진행됐고, 클랙션 소리를 듣고도 작가를 안쪽으로 끌어당기지 않은 멤버들이 지탄 대상이 됐다. 흥미로운 건 15년 전에도 방송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이다. 출연진을 불시에 실험하고 편집해 좋은 남자, 나쁜 남자로 평가하고 물건처럼 구매하는 행위에 대한 반감이었다.

'1박2일'의 죄는 비매너 출연진을 박제한 데에 있지 않다. 15년 전 '무한도전'의 과오를 반복했다는 게 문제다. 한 가지 행동만을 단편적으로 잘라 보여주면 누구나 선인이 될 수도, 악인이 될 수도 있다. 연출과 편집의 힘을 아는 제작진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니까 지금의 논란은 '찰나에' 비매너 또는 매너남으로 찍힌 출연진이 아니라 그렇게 찍은 제작진에서 비롯된 셈이다. 막내 작가의 수박을 들어주지 않은 사람과 그 사람을 죄인처럼 낙인찍고 전국구로 송출한 사람. 어떤 이의 잘못이 더 무겁고 파장이 클까. 발 빠르게 클립 영상을 삭제한 제작진의 지각 수습에 그 답이 엿보인다.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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