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고분 경주 구정동 방형분 모서리돌 100년 만에 찾았다

강시일 기자 2026. 4. 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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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락 경주시의원, 경주 구정동방형분에서 4km 떨어진 민가에서 발견, 경주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 호석 모서리돌과 쌍으로 추정
경주 구정동방형분의 호석 모서리돌로 추정되는 석재. 왼쪽이 경주박물관 전시, 오른쪽이 이진락 시의원이 발견한 석재. 이진락 시의원 제공

신라 왕릉 건축의 정수로 꼽히는 사적 제27호 경주 구정동 방형분의 호석 모서리돌로 추정되는 석재가 100여 년 만에 발견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십 수년간 신라 왕릉 석각을 연구해 온 이진락 경주시의원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사 당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구정동 방형분 모서리돌로 추정되는 석재를 최근 경주의 한 자연부락 민가 정원에서 발견했다"고 전했다. 발견 장소는 구정동 방형분에서 약 4km 떨어진 곳으로, 그동안 평범한 정원석으로 방치되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구정동 방형분은 신라 고분 중 보기 드문 사각형 모양의 봉분이다. 둘레에 무복을 입은 십이지신상이 조각되어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이다. 하지만 봉분을 받치는 호석의 네 귀퉁이를 장식했던 모서리돌 중 일부가 유실돼 복원된 고분은 불완전한 복원 상태였다.
이진락 경주시의회 의원이 구정동 방형분에서 십리 정도 떨어진 민가에서 방형분의 호석 모서리돌로 추정되는 석재를 발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진락 시의원 제공

이번 발견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1977년 인근 배수로 공사 중 발견돼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 중인 유물과 그 형태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발견된 석재에는 두 팔을 하늘로 뻗어 포효하는 사자상과 페르시아 스포츠 문화인 폴로 경기 복장을 한 서역인상이 양면에 조각돼 있다.

새로 발견된 석재 역시 양면에 하늘을 향해 두발을 뻗치고 있는 사자상과 서역인의 상이 선명한 조각으로 드러나 있다. 크기와 재질 및 조각 기법 등에서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유물과 쌍을 이루고 있어 나머지 모서리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고학계에서는 구정동 방형분의 네 모서리 중 비어있던 한 곳을 지키던 수호석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진락 시의원은 "호석에 새겨진 사자상은 하늘을 향해 두팔을 뻗어 포효하는 기개가 당나라 장안을 거쳐 경주까지 흘러든 페르시아의 뜨거운 숨결을 머금고 있다"면서 "또 다른 면에는 서역인의 모습으로 비단길을 건너온 서역의 문화가 신라의 심장부에서 찬란하게 꽃피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진락 시의원이 민가에서 발견한 석재의 길이를 측정하고 있다. 이진락 시의원 제공

이 의원은 또 "방형분의 호석으로 설치한 조각석상 모서리돌은 남동쪽과 남서쪽 두곳에만 배치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구정동 방형분 모서리돌은 전 세계 능묘 석각 예술사에서도 유일무이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 및 중국의 영향을 받은 폴로 복장의 석인상과 역동적인 사자상이 결합된 형태는 신라가 당시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다.

이진락 의원은 "100여 년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신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이제라도 발견되어 다행"이라며 "이번 발견을 통해 구정동 방형분의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복원하고 신라의 국제적 위상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견된 석재가 구정동 방형분의 모서리돌로 확정될 경우, 신라 고분 연구와 동서 교류사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시와 국가유산청 등 관계 기관은 소장자를 설득해 현장 실사와 정밀 감정을 거쳐 해당 유물의 가치를 확인하고, 유물의 처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신라의 찬란한 예술혼과 서역과의 교류사가 담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발견되면서 천 년 전 신라가 지향했던 세계주의의 지평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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