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하되 단절 피한 정원 재조성 프로젝트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의 정원이야기 (2)
이번 호에 소개할 정원은 기존 정원을 재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재조성 프로젝트의 경우 새로 조성하는 정원과는 다르게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데, 특히 철거-존치-재구성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각 공정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위치 인천 서구 청라동
면적 약 110㎡(중정+마당+외부)
기간 2022년 12월 ~ 2023년 3월
협업 SALADBOWL(샐러드보울 디자인스튜디오)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전에 거주했던 분이 정성껏 가꾼 정원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에 얼마나 남기고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더할지가 설계 진행에서 가장 신중하게 고려할 사항으로 언급됐다.
프로젝트 총괄을 맡았던 ‘샐러드보울 디자인스튜디오’에서 몇 달 전부터 건축물 내외부의 설계와 시공을 진행하고 있었고 클라이언트와의 상담을 통해 외부 영역도 어느 정도 톤 앤 매너가 결정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샐러드보울 디자인스튜디오와는 두 번째 협업이었기에 호흡을 맞추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청라동 주택은 건물에 둘러싸인 중정, 가장 큰 영역인 마당 정원 그리고 외부 등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프라이빗한 야외 활동 도모하는 중정 정원
주 출입문을 지나 바로 맞이하는 중정은 현관, 주방, 거실 등 실내에서 쉽게 바라보인다. 건물 중앙에 위치해 외부 시선이 차단돼 있으므로 가족 구성원이 프라이빗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정은 기존 형태를 전부 들어낸 후 내구성이 좋은 타일을 바닥재로 결정했다.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색상과 실내외 마감재의 톤을 고려해 무늬가 거의 없는 밝은 베이지 제품으로 선택했다.
또한 다양한 여가 생활과 취미 활동에 대비해 편하게 밟고 다닐 수 있는 포장 영역을 최대로 계획했다. 추후 오염이나 파손이 발생했을 때 해당 부분만 교체할 수 있도록 건식(페데스탈 혹은 각관으로 하지를 설치하고 타일을 얹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식재 영역은 거실에서 보이는 창문 앞에 최소한으로 배치한 후 자연스러운 형태의 나무 한 주를 심어 작은 창문에서도 가지의 선이 보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율했다. 살짝 복토한 후 황색 계열의 자연석을 배치하고 낙상홍(관목), 돌단풍(초화), 서리이끼로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느슨한 연결로 단절 막은 마당 정원
목재 펜스로 둘러싸여 있던 마당 정원은 실내에서 봤을 때 데크-잔디-자작나무로 연결돼 있었다. 특히 자작나무 하부에는 억새가 풍성하게 자라 있었는데 노후화된 펜스 교체와 함께 볼륨이 큰 억새를 전부 들어내고 싶다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이 있었다.
이를 반영해 여러 제안을 준비해 충분한 의견을 나눴다. 최종적으로는 2cm×4cm의 각관을 사용해 자체 제작한 흰색 철제 펜스를 설치했으며, 차폐용 자작나무와 독립수로서 훌륭한 수형을 가진 벚나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전부 들어내기로 했다.
기존 잔디 마당은 존치하기로 했으며 활용성을 고려해 데크는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데크 형태도 여러 제안 중 주 출입구부터 거실 큰 창문 앞까지 보행 데크로 연결해 잔디를 밟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안으로 조율됐다.
자작나무 하부에는 낮게 자라는 숙근초 정원을 제안했고, 철제 경계를 설치해 잔디 영역과 구분했으며, 자갈이 잔디 마당으로 넘치지 않고 뿌리 역시 숙근초 정원으로 뻗지 않도록 했다. 경계제의 위치와 형태 또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는데 숙근초 정원이 너무 직선을 그리지 않도록 일부에는 자연석을 놓아 느슨하게 연결되도록 계획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공간이기에 ‘안전한 정원’이 최우선 콘셉트였다. 계절별로 피는 꽃에 매달 소소하게 변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큰 나무(교목)로는 모감주나무, 산수유, 바이텍스, 산딸나무, 별목련을 심었다. 이어 봄에 피는 설유화(관목), 실목련(관목), 돌단풍(초화), 샐비어(초화), 장미매발톱(초화)을, 여름에 피는 공조팝(관목), 호스타(초화), 잉글리쉬라벤더(초화)를, 가을에 피는 새풀-브라치트리차(그라스), 큰꿩의 비름(초화) 등을 식재했다.
작업 직후 모습에서는 식물과 식물 사이 간격이 다소 넓어 보였지만, 이는 최소 2~3년 동안 식물이 자라면서 정원을 채워 가도록 적절한 수량을 계산한 탓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과도하게 자란 풀이나 꽃을 뽑거나 추가로 식재하지 않아도 건강한 정원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애정을 가지고 정원을 돌보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다만, 물주기가 매일 필요한 중정 이끼의 경우 집을 장기간 비울 때 관리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모두 들어내고 부드러운 질감의 모로위사초(실크태설)로 다시 식재했다.
클라이언트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목재(하드우드) 텃밭 박스를 제작했고, 채소를 씻거나 마당 작업 후 손을 씻을 때 물이 정원 내로 흘러가지 않도록 외부 수도 하부에 화강석 수반을 제작했다. 이 외에도 건물 외부와 도로 경계석 간 70cm 폭에 잡초가 자라던 공간은 추후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도록 콘크리트 타설 후 거친솔 마감으로 시공했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森)에서는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다양한 생각을 모아 숲과 같은 ‘건강’한 생태계가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귀담아 들은 후 많은 고민을 하며 정원과 사람이 ‘건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있다.
www.botanicalstudiosam.com 010-4180-0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