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전이냐 타협이냐…우크라이나 두고 대립한 해리스·트럼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 대선 후보들의 견해 차이가 한층 선명하게 드러났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합의’를 전제로 한 전쟁 종료를 주장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이후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이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며 “이런 제안은 푸틴의 제안과 똑같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항복 제안”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다.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은 푸틴과 같은 침략자에 맞섰던 때였다”며 푸틴이 이번에 성공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영토를 침범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승리에 필요한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지원을 ‘혈세 낭비’라는 취지로 비판해 왔으며, 최근에는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을 ‘합의’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합의’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현 상황을 인정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난 그(젤렌스키)와 의견이 다르다. 내가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매우 빠르게 합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아니다. 항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전략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만남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면담을 요청했고, 내일(27일) 아침 9시45분쯤 트럼프타워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미 정치권의 반응 자체는 이전에 비해 가라앉았다고 NYT는 전했다. 약 2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했을 때는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모였으며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에 비하면 조용히 행사가 치러졌다는 것이다. NYT는 “전쟁이 장기화되며 워싱턴에서 그의 ‘스타 파워’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전망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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