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SIANA 합병...내 아시아나 마일리지 어떻게 되나

[재무제표 읽기] 고객 충성도 높이기 위해 만들었지만...고민거리로 전락한 항공사 마일리지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는 단순한 혜택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항공사의 수익 창출 및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됐다.

“항공 여행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을 우대하기 위하여 상용고객 우대제도(마일리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항공사 이용에 따라 고객별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고객은 보너스 항공권, 좌석승급 보너스 및 제휴사 보너스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항공사 마일리지. / ChatGPT4로 생성

항공사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인 마일리지. 하지만 항공산업이 시작된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 마일리지는 항공사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부담거리로 전락했다.

마일리지가 쌓이는 만큼 항공사 입장에서는 갚아야할 부채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기한이었던 마일리지 소멸 기간을 신용카드, 통신사 등과 비교해 10년으로 줄였다. 마일리지를 소진할 수 있는 각종 대체 상품과 서비스도 개발했다.

2015년에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충당금은 2조2000억원을 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결정으로 마일리지 통합 이슈가 다시 한 번 주목을받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양사가 마일리지 관련 지불해야 할 가치는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항공사 마일리지는 항공여행의 대중화, 카드사 등 제휴처의 다변화, 점점 똑똑해진 고객들 덕분에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대한항공 2024년 3분기 보고서. / DART

마일리지 셈법은 정교할 뿐만 아니라 사용할 때 조건 등 산출법도 매우 복잡하다. 항공사는 마일리지 발생 시점에 재무제표에 기록하고, 실제 사용되는 순간 수익으로 인식한다.

물론 회계적으로 정확성을 최대한 갖췄지만,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고객의 선택에 따라 미래에 지불해야 할 가치 차이가 크다. 제주도 공짜 항공권이냐, 몇 년 더 모아 유럽 비즈니스냐, 마일리지 사용에 따른 항공사 소요비용이 달라진다.

마일리지는 누적시킬수록, 고객의 선택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항공사는 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올해의 마일리지 소비량을 추정해야 하는데 마일리지 관련 비용이 과대 또는 과소 계상될 가능성이 있다.

항공사는 마일리지 관련 매출액을 차기 또는 다음 영업년도로 옮기는 '이연수익'으로 표시한다.

2024년 대항항공의 마일리지 누적 이연수익은 2억5000만원이고, 올해 사용 추정액은 6932억 원이다. 이연수익이 발생하면 당연히 비용도 함께 지출된다.

마일리지로 사용된 매출액은 ‘언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대한항공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또 마일리지 정책의 변동은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고객과 항공사 사이에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10년 전 마일리지 혜택과 현재 항공서비스 사이의 차이를 해석할 주관성을 배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 / 연합

“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변한다고?”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에 기록되고, 평가되는 회계적인 문제를 넘어 실질적인 가치와 소비자 경험과 직결된다. 그러다 보니 마일리지 가치를 변경하거나 혜택 조건을 수정할 경우, 고객 신뢰가 하락하거나 항공사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통합은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합산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

실제 대한항공 고객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1 대 1로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적용하려는 시도를 반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2024년 3분기 보고서. / DART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인한 마일리지 제도의 변경은 쉽지 않은 문제다. 각 항공사의 마일리지 가치가 동일하지 않기에 단순하게 합쳐버리면 한쪽은 이익을 보고 한쪽은 손해를 보게 된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두 기업이 합병해도 소비자들이 단 1마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발언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만큼 마일리지 제도 변경에 모두가 예민하다. 하지만 동일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양해할 만한 숫자를 찾기 매우 힘들 것이다.

당장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더 올라간다. 약 1조 원 정도의 아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관련 이연수익이 대한항공 연결재무제표에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양사의 마일리지가 통합되기 전에 가급적이면 이 부분을 정리하려는 노력이 예상된다.

항공사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 패턴을 더 정확히 분석하고, 사용률을 예측할 모형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며, 마일리지 가치를 산출하는 과정과 회계적 근거를 더욱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 항공사 고객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마일리지 혜택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마일리지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제휴사를 확보하고, 고객이 쉽게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다각화해야 한다.

현재도 쇼핑·호텔·영화·로고샵·면제점 등 마일리지몰을 운영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