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걸치고 에르메스 신은 젠슨 황…세계 시총 1위 CEO의 ‘검소한 패션’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2026. 6.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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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5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패션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 대신 디올 셔츠 재킷을 입고 등장했지만, 특유의 절제된 스타일과 브랜드 정체성은 그대로였다. 업계에서는 “젠슨 황이 입으면 옷도 뉴스가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황 CEO는 짙은 남색 계열의 디올 아우터와 검은색 스니커즈, 안경을 착용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그가 입은 상의는 디올의 ‘디올 물뤼르 자수 지퍼 셔츠’로 알려졌다.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으로 국내 판매 가격은 약 470만원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 방한. 연합뉴스

신발은 에르메스의 ‘키디(Kiddy) 슬립온 스니커즈’로 추정된다. 검은 가죽과 흰색 밑창이 특징인 제품으로 국내 판매가는 약 143만원 수준이다.

안경은 지난해 방한 때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스포츠 아이웨어 브랜드 오클리의 ‘OX5140 TIE BAR 0.5’ 모델로 알려졌다. 정가 기준 약 38만6000원이며 유통 채널에 따라 2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가격이 밝혀진 세 제품 가격을 모두 합치면 약 650만원 수준이다.

650만원…젠슨 황 재산으로 환산하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명품인 이 패션이 젠슨 황에게는 사실상 의미 없는 금액에 가깝다.

지난 5월 공개된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황 CEO의 순자산은 약 1820억~20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50조원 안팎이다. 650만원은 그의 재산 대비 약 0.0000026% 수준이다.

이를 일반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더 실감 난다. 만약 자산이 4000만원인 사람이 젠슨 황과 같은 비율의 돈을 지출한다면 약 1원 정도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

또 서울 아파트 한 채를 10억원으로 가정하면 250조원은 약 25만 채를 살 수 있는 규모다. 650만원은 그중 아파트 한 채의 현관문 손잡이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명품 가격 자체보다도, 젠슨 황이 왜 이런 스타일을 고수하는지가 더 흥미로운 이유다.

검은 가죽 재킷이 된 ‘엔비디아 로고’

대만에서 열린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AFP연합뉴스
사실 젠슨 황을 상징하는 옷은 이날 입은 디올 셔츠가 아니다. 전 세계 투자자와 개발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의 이미지는 검은 가죽 재킷이다.

포춘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황 CEO가 가죽 재킷을 입기 시작한 것은 2013년 무렵부터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아내와 딸이 옷을 골라준다”고 밝힌 바 있는데,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에서 근무했던 딸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은 가죽 재킷은 엔비디아와 젠슨 황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룩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검은 터틀넥을,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후드티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스웨터와 셔츠 조합을 고수했던 것처럼 젠슨 황에게는 가죽 재킷이 있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서울 코엑스 행사에서도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했고,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할 때도 이동 중에는 가죽 재킷을 걸쳤다. 당시 치킨집 안에서는 버버리 검은 반팔 티셔츠를 입었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역시 가죽 재킷이었다.

“보고서 말고 이메일”…패션에도 담긴 경영 철학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업계에서는 그의 가죽 재킷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엔비디아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젠슨 황을 다룬 책 ‘젠슨 황 레볼루션’에는 “보고서는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내용만 이메일로 보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이 소개된다. 복잡한 보고 체계보다 빠른 의사결정과 직관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검은 가죽 재킷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장을 입지 않지만 아무 옷이나 입지도 않는다.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의 실용성과 세계 최고 기업 CEO의 상징성을 동시에 담아낸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런던정경대(LSE)의 캐서린 하킴 교수는 이를 ‘매력 자본(Erotic Capital)’ 개념으로 설명한다.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복장과 이미지, 자기표현 방식 자체가 하나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젠슨 황은 이제 엔비디아 CEO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며 “검은 가죽 재킷이든 디올 셔츠든 중요한 건 옷 자체보다 그가 전달하는 이미지와 정체성”이라고 뉴시스에 말했다.

한편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 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로봇, 피지컬 AI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의 시구에도 나설 예정이다.


김여진 AX콘텐츠랩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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