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움직임 이후 지주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각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와 수혜의 배경을 짚어봅니다.

지주회사 효성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자회사는 효성중공업이 유일하다. 효성화학 등의 정상화가 더딘 가운데 효성중공업만이 홀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만이 버팀목
효성 아래 상장 자회사는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효성ITX 등 4개 회사다. 지난해 7월 HS효성첨단소재가 그룹 내 또 다른 지주회사인 HS효성 아래로 편재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확립됐다.
4개 상장 자회사 합산 효성의 자회사 순자산가치(NAV)는 총 4조3791억원(9월 최저·고가 평균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효성중공업 가치만 약 4조원에 달했으며 나머지 자회사는 500억~2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NAV가 인정되는 사업 회사는 효성중공업이 유일한 셈이다.
그마나 효성티앤씨 NAV가 약 2000억원으로 회복될 개연성이 크고 효성ITX, 효성화학은 기여도가 크지 않다. 특히 효성화학은 업황 둔화에 따른 보릿고개를 겪고 있어 정상화가 가장 더디다는 평가다. 효성화학의 경우 지난 2월 자본잠식으로 매매거래가 중단된 것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반면 효성중공업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창원과 인도 푸네에 있는 전력 설비 공장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해외에서 잇따라 전력 기기 주문이 몰리면서 납기를 맞추려면 증설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변압기·차단기 등 중공업 부문 상반기 합산 신규 수주액은 4조205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합산한 실적과 맞먹는 규모다.

지배력 낮아 효성 디스카운트 심화
효성중공업은 올들어 주가가 3배 이상 오르는 등 기업가치가 큰 폭 상승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 LS증권, 대신증권 등은 효성중공업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중공업 분야에서 수주 낭보가 잇따르고 있으며 미국, 중동 등의 지역에서 입질이 오고 있다. 특히 미국은 AI산업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 전기차 확산 등으로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가동하려면 많은 전력을 끌어와야 하는 만큼 전력망 증설과 변압기 신규 설치가 필수 요소다. 최근에는 한 번에 대용량 전력을 장거리 송전이 가능한 765kV 송전망이 부각되면서 효성중공업으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765kV 송전망을 설계·생산할 수 있는 곳은 효성중공업의 멤피스 공장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판매 법인 효성 HICO의 2022년 매출은 4670만 달러(667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억8466만 달러(2636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주 잔고는 2억1758만 달러(3106억원)에서 7억9797만 달러(1조1393억원)으로 늘었다. 또 다른 법인 HICO 아메리카 세일즈&테크 매출은 2022년 1억8970만 달러(2709억원)에서 지난해 4억9071만 달러(7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 효성 HICO의 매출은 1733억원, HICO 아메리카 세일즈&테크는 3841억원으로 벌써 연간 실적에 근접한 성과를 거뒀다.
효성중공업의 기업가치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주회사 효성은 아직 그만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9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효성의 시가총액은 1조4832억원에 불과해 4조원에 달하는 효성중공업의 NAV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수치간 괴리가 큰 것은 효성의 지배력 강도가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지주회사를 평가할 때 자회사 현금흐름 귀속 여부를 핵심적으로 본다. 자회사 지분율이 낮으면 배당 규모가 작고 연결 실적 반영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디스카운트가 심화되는 것이다.
효성은 효성중공업 지분을 33% 보유하고 있어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총자산이 지주회사 연결 회계에 그대로 반영되는 종속기업과 달리 관계기업은 사실상 투자 회사에 불과하다. 보유한 지분만큼 효성의 당기순손익에 반영하는 식으로 회계 처리된다. 이 같은 괴리는 효성의 재무제표에서도 확인된다. 효성이 보유한 효성중공업 지분의 장부가액은 5367억원에 그쳐 실질 가치와 괴리가 크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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