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의 판을 깐 중국"…대한민국 미래 산업이 위험한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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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이상준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가 불러올 무역 장벽
- "다 바꿔야 해" 본격화된 저탄소 경쟁
- 전 세계 각국 정부가 철강 산업에 지원 쏟는 이유

철강 업계에서 중국이 엄청난 철강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거든요. 공교롭게도 중국의 철강 설비가 많이 늘어나다 보니까 중국은 거의 철강을 수입하지 않아요. 자국에서 거의 다 가지고 있는 셈이 돼버리거든요.

철이 강하면 자동차도 강해지고, 조선도 강해지고, 건설도 강해지고. 심지어 반도체에도 철이 들어가잖아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스스로 강한 철강 산업을 갖고 있겠다는 판단은 모든 나라가 하는 것 같아요. 미국이 최근 Made in America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가장 기반이 되는 소재 산업인 철강이 없다? 더군다나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이 철강을 만들지 않는다는 거는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게 돼 있는 거죠.
 
조 바이든ㅣ미국 대통령
반경쟁적인 무역 관행이 확인된다면, 중국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율을 3배로 올리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 중국산 철강이 더 많이 수입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철강 산업 생산력 측면에서는 아주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모든 국가가 제조업을 더 강화하겠다고 경쟁하는 때인데 가장 기초가 되는 우리나라 철강이 경쟁력을 잃지는 않을까, 우리가 하던 사업을 계속 잘할 수 있을 것인가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거죠.
 
김도현ㅣ한국철강협회 통상협력실장
가뜩이나 국내 내수도 안 좋은 상황에서 중국이 저렇게 저가로 해서 밀려 들어오다 보니까 국내 업계들은 이중고에 빠진 거죠.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가 불러올 '무역 장벽'

철강 산업의 메가 트렌드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자국 내 철강 산업을 많이 갖고 있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철강 산업은 기초 소재 산업이기 때문에 옛날 대장간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고 그만큼 설비에 계속 반복해서 투자가 들어가야 하므로 자금이 많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애석하게도 철강이 모든 산업 중에서 가장 온실가스 배출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철강을 어떻게 저탄소화 또는 무탄소화할 것이냐는 의제가 있어요.

사실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철강 산업이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소재 산업이라는 중요성, 또 저탄소 전환이라는 트렌드. 그리고 비용과 리스크가 매우 큰 산업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지금부터 정책이 준비돼야 합니다. 특히 정부가 탄소중립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듭니다.
 
이은애ㅣ헌법재판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하여 대강의 정략적 수준도 규정하지 않고 이에 관해 정부가 5년마다 정하도록 한 것은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합니다.


우리가 지금 전 세계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가장 큰 체제는 파리협정이잖아요.

* 파리협정 (Paris Agreement) :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만든 새로운 유엔기후변화협약. 195개의 당사국이 참여해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

그런데 글로벌 환경이나 기후변화 협정이 전 세계가 다 모여서 하다 보니 모두가 참여하지만 다른 나라가 온실가스를 열심히 줄이게 밀어붙이는 동력은 약해요. 흔히 상대국이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제재해야 하잖아요. 감축 이행 동력의 수단으로써 무역 제재가 시작된 게 유럽의 CBAM입니다.

*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 유럽연합이 도입하려는 '탄소 국경 조정 제도'로, 탄소중립을 위해 철강 등 6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홍종호ㅣ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양날의 칼이죠. 자국에 탈탄소 정책들을 도입하면서 이 규범에 맞지 않는 외국 기업들에 대한 수출 규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CBAM은 이런 겁니다. 중국에서 생산한 철이 있고 유럽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제품을 비교할 때 그동안은 무역에서의 경쟁은 누가 더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느냐의 경쟁이었잖아요.

앞으로의 경쟁은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 거예요. 얼마나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걸 만드느냐. 왜 이게 무역에서 중요해졌냐면 유럽은 온실가스 규제가 점차 강해지고 있어요. 파리협정을 잘 지키겠다고 온실가스를 규제하고 있는데 규제는 다른 말로 돈이거든요. 규제가 생기면 그만큼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거죠. 그럼 유럽처럼 비싸지잖아요. 반대로 중국산 철은 규제가 약하니까 덜 비싸지죠. 이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유럽 국가들이 보기에는 "우리는 온실가스를 잘 줄이기 위해서 더 많은 비용을 붙이고 비싼 철강 제품이 됐는데 중국산 제품이 싸져서 유럽으로 마구 들어온다? 이거는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은 철강 규모도 키우고, 저탄소 대체도 해나가야 하는, 두 개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인 것 같아요.
 

'탄소중립'이 쏘아 올린 글로벌 '무역 장벽'

Q. 탄소중립이 글로벌 무역 장벽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탄소중립이 글로벌 무역 장벽이 된 이유는 만약 온실가스라는 기준에 의해서 서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기준이 되면, 덜 배출한 제품은 우대받고, 더 배출한 제품은 비용을 더 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듯이 비용을 더 내는 이런 체계가 탄소 국경 조정(CBAM)이고요. 우리나라 철강 업계들도 이미 CBAM에 의해서 보고하고 있습니다.

과연 유럽이 규제를 만들면 다른 나라는 가만히 있을까요? 당연히 규제를 피하고자 '그러면 우리도 규제해야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요. CBAM이라는 무역 규제 조치가 유럽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거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거예요.
 
셀던 화이트하우스ㅣ미국 상원의원
우리는 청정경쟁법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 미국이 상호 대응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CBAM과 유사한 제도인 청정경쟁법(CCA)을 제정했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 때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했나 지표를 따져서 규제하는 거죠. 미국 제품과 다른 나라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비교해 보겠다는 본질은 똑같습니다. 미국은 물론 이미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규제가 계속 늘어나는 셈이에요. 그만큼 저탄소화가 앞으로 중요한 요소가 될 거예요.

* CCA (Clean Competition Act) :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청정경쟁법'. 미국산 평균 탄소집약도 대비 높은 탄소집약도를 가진 제품은 이산화탄소 1톤당 55달러의 탄소세가 부과됨.

Q. EU의 CBAM 도입이 세계 무역 시장 자체에 큰 영향을 끼친 거네요?


그렇죠. 이전에는 자유무역이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제는 자유무역이라는 질서를 존중하되 온실가스 배출량, 저탄소 제품이라는 요소를 추가하는 거죠. 그럼 저탄소 제품이라는 요소가 하나의 새로운 무역 질서로 들어오는 거거든요. 이 체제가 아직은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이 앞으로 우리한테 큰 규제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시발점인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가 중요한 거겠죠. 특히나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같은 나라에 규제가 늘어나면 우리나라 제품이 불리해지는 거잖아요. 최근 기후 환경 규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다 바꿔야 해" 본격화된 저탄소 경쟁

무역 규제가 비교적 빨리 생겨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떤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당장 내년부터 돈을 세게 걷는다든지 하지는 않습니다. 그 글로벌 흐름을 파악하면서 우리가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글로벌 흐름을 오도한다든지 철강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든지 하면 철강 전환의 필요성도 사라지는 거잖아요. 이런 부분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여요. 그만큼 친환경 전환이 힘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철강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해 있어야 하는 거죠.

Q. 저탄소 배출 제품을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드나요?

'난감축 산업'이라는 얘기 아마 안 들어보셨을 거예요. 영어에서 번역한 거라서 바로 이해가 안 되는데 'hard to abate'라고 해서 감축하기 어려운 산업입니다. 철강 산업이 대표적인데요. 예를 들어 공장에서 에너지를 써서 어떤 제품을 가공하는 산업이 있다고 하면, 그 산업의 탄소중립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에너지가 전환되면 탄소중립으로 가는 거예요. 그런 산업들은 친환경 에너지를 쓰면 전환이 되는데 철강 분야에서도 에너지를 쓰잖아요.​​​​​​​


그런데 철강은 코크스라는 석탄을 이용해서 철, 철광석을 환원하는 과정이 있거든요. 이 석탄이 소비되면서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나와요. 이 석탄을 쓰지 않아야 해요. 그러면 만드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거예요. 에너지만 바꾸는 게 아니에요.

철 같은 경우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업종 중의 하나인데요. 포항이나 광양 같은 공장에 굉장히 넓은 지역에 많은 설비가 있잖아요. 다 바뀌어야 한다면 돈이 엄청 많이 들겠죠. 기존의 철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바뀌는 거니까요. 설비를 바꾸는 과정이 어느 날 갑자기 뚝딱 바뀌지 않잖아요. 기술도 개발해야 되고요. 준비가 필요합니다. 있는 고로를 대체한다고 가정해도 비교적 노후화됐거나 아니면 규모가 작거나 이런 것부터 실험해야 하겠죠.

요즘에는 수소환원제철이라고 해서 철광석을 환원할 때 C를 안 쓰고 H2를 쓰는 방식이 있어요.

SBS 8뉴스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화두였습니다.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낼 때 석탄을 환원제로 쓰면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하지만,
수소를 쓰면 물만 배출되기 때문에 철강 업계에서는 꿈의 제철 기술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탄소 대체를 해나가야 하고 그것을 대체하는 거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요. 그게 다 경쟁의 요소가 되는 거예요. 비용도 투입할 수 있느냐, 시간도 당길 수 있느냐, 이런 것들이 다 저탄소 경쟁의 요소입니다.​​​​​​​
 

전 세계 각국 정부가 철강 산업에 지원 쏟는 이유

Q. 이러한 친환경적인 행보에 대한 부담 같은 건 존재하는지?


매우 큰 부담이죠. 당연히 돈이 많이 듭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라는 게 지금 완벽하게 상용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또 개발한 다음에 실증이 돼야 되잖아요. 연구실 단계에서 되는데 실제 공장에서 실패하면 안 되잖아요.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더 큰 설비를 지어서 상용화 수준으로도 가능한지 실험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투입돼야 되는 거예요.

그다음에 고민거리가 또 생길 거예요. 이렇게 해서 철을 만들었는데 기존 만들던 것보다 한 2배 비싸요. 그러면 '이 철 누가 사줄까?' 이런 고민이 생기겠죠. 철강 수요가 제대로 창출돼 있는지,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 고민이 생길 겁니다. 이 과정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중간중간에 리스크도 위험도 굉장히 많이 도사리고 있어요.

이 과정들을 하기 위해서 각 국가는 저탄소 경쟁을 기업의 손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흔히 subsidy race라고 하는데, 저탄소 분야에서 경쟁처럼 서로 지원을 활발하게 하는 게 최근 선진국의 분위기긴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지원한 걸 보면 '돈 너무 많이 쓰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것 같아요.​​​​​​​

최근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한 것과 더불어 일본은 국가 전체적으로 GX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국가 전체를 저탄소 전환하겠다는 정책입니다. 거기에도 굉장히 큰 보조 정책이 있습니다. 철강 분야가 그중에 가장 핵심 대상 중 하나예요.
 
<제철 프로세스의 수소 활용> 개정안 관련 자료 발췌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등과 같은 혁신 기술을 확립하고
그린 고급강에 특화하여 생산,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일본 철강업의 '승리'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한층 더 가속화하여 혁신 기술을 조기에 확립,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기술 개발을 실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기술 개발 지원을 강구하는 것이 불가결하다.

Q. 국가가 파트너로 같이 뛰어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비용, 시간, 위험을 얘기했잖아요. 기업에 맡겨둔다면 언젠가는 할 겁니다. 그런데 그게 언제일까요? 비용이 줄어들고, 기술이 개발이 완료되고, 위험이 없을 때겠죠. 기업에 맡겨둔다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거예요. 다른 나라의 경우 정부가 같이 협업하는 이유죠. 시간을 당기고, 비용을 완화하고, 위험을 낮춰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저탄소 제품이 먼저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만큼 중요한 산업이고 국가와 기업이 잘 협력한다면 시간도 당기고, 위험도 낮출 수 있고, 중요한 산업도 보호할 수 있고, 기후변화의 효과도 있잖아요. 국가의 역할이 좀 더 필요해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중요한 산업에 친환경을 결합한다면 과거보다 국가와 기업이 협업해야 하는, 국가가 선도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 높아진 것 같긴 해요.
 

<구독자 질문> Q. 우리나라 정부는 저탄소 철 생산에 지원하나요?

특별출연 : 정미선 SBS 아나운서

Q. 저희가 철강 산업과 관련해서 교양이를 부탁해 구독자 질문을 받아봤는데요. 철강 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사업이라고 해도 무방한 데다가 해외 각국에서는 탈탄소 움직임에 맞춰서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잖아요.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있나요?라고 질문을 주셨네요.

우리나라가 철강에 강한 나라인데 국가가 관심이 없다고 보는 거는 사실 우스운 일이죠. 그만큼 관심이 있습니다. 국가의 지원 체계는 우리나라도 구축돼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근 외국 정책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체계가 잡혀 있는 부분이 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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