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을 땅'이 없어서 결국 ''봉인 해제 되었다는'' 이곳

17년 만의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 비수도권 혁신의 물꼬 트다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전략사업 15곳을 추진하기 위해 여의도의 15배에 달하는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17년 만에 최대 규모의 조치로, 산업단지·물류단지·주택 공급 등 비수도권 지역경제 활성화를 겨냥한 역대급 결단이다. 이전까지는 개발 제한 총량이나 환경등급 조건으로 풀기 힘들었던 지역도 과감하게 문을 연 것이 이번 방침의 핵심이다.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 15곳의 사업지는 전국 지자체가 제출한 33개 후보 중 실현 가능성과 경제 파급력이 가장 큰 곳들만 엄선됐다. 토지의 효율적 활용과 동시에 지역 일자리 창출, 첨단산업 육성, 주거·물류 혁신이 맞물려 새로운 균형성장 모델이 시작되고 있다.

부산·울산·창원·광주…거점별 미래 프로젝트 윤곽 뚜렷

부산권에서는 제2에코델타시티, 트라이포트 물류지구, 해운대 첨단사이언스파크 등 3개 거대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제2에코델타시티는 11조3143억원의 사업비로 주거, 상업·업무, 산업·물류가 융합된 복합 신도시로 조성된다. 해운대 첨단사이언스파크(3조3000억원), 트라이포트 물류지구(1조5301억원)까지 포함하면 부산만 16조원의 미래 투자가 집행된다.

창원권에는 진해신항 배후단지, 의창 도심융합기술단지, 김해 진영 일반산단, 마산회원 도심생활 복합단지 등 4개의 사업이 선정됐으며, 이는 해당지역의 환경평가 1·2등급지 비중이 88.6%에 달할 정도로 개발 가능한 유휴 토지가 부족했던 지역 특성을 반영한다.

울산권 역시 수소 융복합밸리, U-밸리 일반산단, 성안·약사 일반산단 3곳이 전략적으로 추진된다. 기존에는 토지 진행 자체가 어려웠던 곳들임에도 불구하고, 대체지 지정조건이나 국공유지 활용 등 탄력적 방식으로 개발 속도를 올릴 수 있게 됐다.

또, 광주 광산구 미래차 국가산업단지, 장성 나노 제2산단, 담양 제2산단 등 자동차·이차전지·나노소재 등 첨단 산업육성 거점도 새로 구축된다. 대전 유성에는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대구권에서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까지 포함되어 지역별 강점을 살린 미래 청사진이 곧 현실화된다.

그린벨트 해제 면적·기준, 환경과 개발 절충의 새 모델

이번 해제를 통해 풀리는 그린벨트 전체 면적은 42㎢, 여의도의 14.5배에 이르며 비수도권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특히 환경평가 1·2등급지(14.6㎢)도 역사상 처음으로 대체지 조건하에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대체지로는 국공유지 중심 지정이 검토되고 있어 환경훼손 최소화와 국토 효율 활용이 동반된다.

해제 추진 과정에서 업무·산업 용지와 물류, 신산업이 주를 이루는 10곳과, 환경상 난개발 장애가 컸던 5곳이 각각 선정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부는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개발계획 수립, 관계기관 협의, 예타 등 단계별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첨단산업·물류 혁신…일자리·생산유발 효과 기대감 고조

총 27조8000억원이 투입되고, 약 124조5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38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측된다. 이들 15개 가운데 10곳은 자동차, 반도체, 수소,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및 첨단 물류 거점으로 설계됐다.

이들 단지들이 완공되면 지역에선 신산업 생태계와 첨단 R&D, 글로벌 기업 유치, 스타트업·벤처 생태계 등 선순환 구조가 조성될 수 있다. 실제 산업단지와 도심 복합 주거단지, 물류 배후 인프라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지역 경제의 체질 자체가 미래형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상거래 감시 등 투기 차단장치도 병행

대규모 개발과 동시에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도 병행된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국토부와 지자체가 거래 흐름을 계속 감시하고, 이상거래 사례 발생 시 현장조사와 추가 규제도 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투기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실수요 기반 개발만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한다.

균형발전에서 미래전략 성장축으로…기회의 땅, 잠금 해제의 의미

이번 그린벨트 해제·지역전략사업은 과거의 단순균형발전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별로 미래 산업·물류·생활복합지구 등 맞춤형 성장축을 만들어간다는 의미가 크다. 환경보전 원칙은 유지하되, “난개발 방지와 신산업 활성화의 접점을 찾는 정책 융합”이라 할 만하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도 추가적인 지역전략사업 발굴과 2차 선정, 제도 개선 등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가 지역성장에 장애가 아니라 지역도약의 기회, 선순환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협력모델을 정교하게 가다듬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