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공유킥보드 정비사가 됐습니다 [금융컨설턴트 은퇴편지]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강서구 기자 2024. 10. 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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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컨설턴트의 은퇴편지⓲
두번째 재취업 성공기
은퇴 후 재취업 원하는 고령층
재취업 원하는 이유는 ‘생활비’
기대치와 거리 먼 고령층 임금
재취업 원하면 자격증 있어야
기술 있으면 재취업에 큰 도움
60대 자격증 시험 합격률 53%
전체 합격률 47.0%보다 높아

은퇴 후 재취업을 원하는 고령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쥐꼬리만 한 연금과 길어진 은퇴 후 삶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재취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는 자격증이 큰 도움이 되겠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필자의 경험도 그렇습니다.

은퇴 후 재취업을 원한다면 자격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은퇴 이후에도 일하길 원하는 고령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구직 경험이 있는 고령층(55~74세)'은 20.7%를 기록했습니다. 10년 전 조사결과인 2014년 15.3%와 비교하면 5.4%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취업에 나서는 고령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겠죠.

은퇴하고도 일을 하려는 건 당연히 돈 때문입니다. 올해 5월 기준 재취업을 원한 고령층의 38.2%가 '생활비 보탬'을 취업의 목적으로 꼽았습니다. 고령층의 65.2%는 희망하는 임금 수준이 월 150만원 이상이었습니다(2022년·통계청). 65세 이상 고령층이 받는 월평균 임금이 75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큰 듯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일하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높은 임금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은퇴 이전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건 소수의 전문직밖엔 없다." 많은 고령층이 이 말에 십분 동의할 겁니다. 재취업의 고배를 마셔봤던 고령층이라면 더 그럴 겁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필자는 그동안 금융컨설턴트의 은퇴편지를 통해 재취업 과정을 자세하게 전달하면서 필요한 요건으로 '자격증 따기'를 제시했습니다. 필자도 2022년 물류센터 시설팀에 재취업할 때까지 이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사실 필자가 버스운전면허, 대형면허(2019년), 지게차·굴삭기 자격증(2020년), 전기기능사 자격증(2021년)을 줄줄이 취득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입니다. 재테크 강사로 살던 저에게 급작스럽게 찾아온 팬데믹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매월 수십건에 달했던 강의 요청은 0건으로 줄었고, 수입은 쪼그라들었습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던 시절이었지만 기술이 있는 사람은 달랐습니다. 일례로 자동차 정비기술자인 제 막냇동생은 팬데믹 기간에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일량이 늘었다고 말하더군요. "기술만 있으면 먹고살 수 있다"는 통념 아닌 통념을 실감한 순간이었죠.

이번엔 화제를 필자 이야기로 돌려볼까요? 필자는 지난해 1년 넘게 다녔던 물류회사 시설팀을 그만뒀습니다. 더 늦기 전에 경제·금융 강사라는 본업에 다시 도전해 보자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죠. 때마침 팬데믹이 끝난 것도 제겐 새로운 기회로 여겨졌죠.

도전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팬데믹은 수그러들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강의 시장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반짝 늘어났던 강의 요청은 금세 감소하기 시작했죠.

게다가 젊은 강사를 원하는 곳이 늘면서 강의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조금씩 많아졌습니다. 6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건사해야 할 자녀가 있는 필자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 초 다시 구직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재취업의 어려움을 한번 경험했던 터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때마침 눈에 띄는 구직 공고가 있었습니다. 공유 킥보드 업체에서 전동킥보드를 정비하고, 배터리를 교체할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였습니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이력서를 냈습니다. 다행히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전기 기능사란 자격증과 1년이 조금 넘는 물류회사 설비팀 경력이 합격의 비결이었습니다.

그렇게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기존에 일했던 설비직과는 또다른 일이어서 처음엔 어려움이 컸습니다. 새로운 기술도 배워야 했고, 전동킥보드도 공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자 일이 손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공유 킥보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도 매력적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죠.

처음엔 낯설었지만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전동킥보드의 고장 난 후미등을 수리하고, 모터·킥스탠드·핸들바 등을 교체하는 작업이 주는 성취감도 높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물론 간혹 조카뻘 되는 선배 기술자의 핀잔을 들어야 하지만 감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렇게 필자는 재취업에 성공해 주 5일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급여 수준도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회사에서 3개월 정도 일하면 근무 날짜도 조정해 준다고 하니 조금만 더 버티면 생활의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월급은 조금 줄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은퇴 후 워라밸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여서 만족스럽습니다.

이 모든 것이 3년 전 취득한 자격증 덕입니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당신에게 지금이라도 '자격증 따기'에 도전하라고 조언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는 고령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격증을 취득한 74만374명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은 3만8103명을 기록했습니다. 2013년 4894명에서 8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자격증 취득자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8%에서 5.1%로 껑충 뛰어올랐죠.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고령층이 적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자격을 갖추면 국가로부터 1인당 300만원(5년간)을 지원받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격증 따기에 도전하는 것과 합격하는 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이 통계를 한번 보시죠.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60대 이상의 자격증 시험 합격률은 53.3%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체 합격률 47.0%보다 훨씬 높습니다. 연령별 합격률에서도 50대(54.9%)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다만, 자격증을 딸 때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소득이 높은 분야의 자격증을 따는 건 상책이 아닙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넘게 일할 수 있는 분야인지 따져보는 게 우선입니다. 잊지 마세요. 은퇴 후 '두번째 재취업'에 성공한 전직 금융컨설턴트 배상.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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