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조회수 2024. 6.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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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그 순수함을 잃기 마련이다. 야구가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얼마나 간절했는지, 야구에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를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즐기는 자가 일류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난 비시즌,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는 새로운 각오와 함께 야구 인생에서도 2막을 열어가고 있다. 늘 웃고 있는 그의 미소 뒤에 숨겨진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가 흘린 땀방울은 알고 있다. 팬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이렇게 치열히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여전히 어렵고, 가끔 헤매며 길을 돌아가더라도 그 종착지는 당연히 행복이라는 걸.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Junghee Lee Location Gocheok Skydome

#송글벙글 러브스토리

우선 결혼 축하해요! 결혼 후에 어떤 점이 제일 달라졌나요? (5월 9일 인터뷰)
원정 경기 때는 어렵지만, 홈 경기 때는 경기 끝나고 나서 사랑하는 아내를 매일 집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요.

로맨티스트네요.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거로 아는데 러브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고등학교 때 제 1년 후배의 친구였는데, 아내가 그때도 야구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아내가 야구 경기를 보러왔는데 그 경기에서 제가 다이빙 캐치를 했어요. 그때 후배를 통해 아내를 알게 됐는데, 아내가 저보고 멋있다고 했다더라고요? 그 후에 제가 아내를 좋아하게 되면서 10년 동안 잘 만나게 됐습니다. (그럼 어떻게 보면 아내가 먼저 반한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 첫인상은 그랬는데 제가 먼저 좋아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방망이 하나만 잘 치는 선수였는데 그날 운 좋게 제가 다이빙 캐치를 했네요.

10년 연애가 쉽지 않았을 텐데, 결혼까지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완전한 내 편이 생긴 기분이에요. 얼굴이나 말투만 봐도 제 상태를 다 알고 힘들 땐 위로도 하면서 쓴소리도 해주는 사람이 생긴 느낌입니다. (아내가 선구안이 좋아지라고 블루베리를 챙겨줬다는 인터뷰도 봤어요.) 아내가 은행원이에요. 직장인이니까 매일 일찍 출근하는데도 퇴근하면 밥해놓고, 야구 못할 때는 블루베리도 먹이고, 뜬공 좀 그만 치라고 뭐라고 하기도 합니다. 치면 내야 뜬공인데 치지 말고 공이라도 잘 보고 골라서 나가라고요. (머쓱)

그 정도면 코치님급 조언 아니에요?
코칭보다는 혼내는 느낌이 더 강하긴 합니다. (웃음) 사실 아내가 저보다는 야구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제 입장에서는 웃기거든요. 근데 야구가 잘 안 풀릴 때 혼자 방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아내가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니까 같이 웃으면서 힐링하게 되죠.

#시즌은 이제 시작

지난 3월 17일에 있었던 MLB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의 스페셜 경기 때 멀티히트를 쳤어요.
그날 제가 원래 선발이 아니었어요. 경기 전날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같은 선수들을 볼 생각에 설레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도 내일 피곤하면 안 되니까 겨우 자고 일어나서 출근했는데 제가 선발이 아닌 거예요. 전날 그렇게 오늘을 위해서 눈 감고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너무 아쉽고 슬펐죠. 근데 당시에 (김)휘집이가 슬라이딩하다가 손 부분에 부상이 생겨서 제가 갑작스럽게 선발로 나가게 됐어요. 한 번이라도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볼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었는데 안타까지 치게 돼서 정말 재밌었습니다. 사실 메이저리그는 저와는 먼 얘기로 느껴져서 잘 챙겨보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앞선 타자들이 다저스의 선발 투수 마이클 그로브의 공을 되게 못 치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마이클 그로브 선수의 공을 쳐 보고 싶었는데, 마이클 그로브가 2이닝 만에 교체돼서 저는 좌완 알렉스 베시아 선수의 공을 치게 됐어요. 그래서 안타는 치고도 조금 아쉬웠는데, (이)정후가 전화로 베시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좌타자에게 스페셜리스트라고 하더라고요.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주눅이 들었다면 못 쳤을 텐데,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7회 말에는 마무리 투수 에반 필립스를 상대로 2루타를 쳤는데, MLB에서도 12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수 있는 큰 타구였어요.
시범 경기 기간이었고, 제가 당시에 1할을 치고 있었어요. 장타도 거의 없었고요. 상대할 투수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앞에서 (김)동헌이랑 (고)영우가 안타를 치고 나가더라고요. 저도 타석에 들어가서 준비하는데 변화구가 다 커트가 되는 거예요. 결국 11구 승부 끝에 2루타를 치게 됐죠. 근데 사실 맞는 순간에는 2루타가 될지 전혀 몰랐어요. 스프링 캠프 때부터 시범 경기 때까지 공이 배트 중심에 맞아본 적이 없어서 맞자마자 공이 뜨길래 ‘아, 뜬공이구나’ 했는데 생각보다 멀리 나가서 펜스를 맞았어요.

인터뷰일 기준으로 팀당 40경기 정도를 치렀어요. 아직 시즌 초반인데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요?
지난 3년 동안 시즌 초반에 많이 안 좋았어요. 안타 하나 치기도 버거울 정도로 팀에 민폐인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초반에 잘 풀렸어요. 근데 요즘 다시 떨어지고 있어서… 그래도 떨어지면 다시 올라갈 데가 있는 거니까 컨디션이 곧 돌아올 거로 보고 있어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던 히어로즈가 지금은 주춤하는 모습이에요.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당연히 연승 기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선수들이 지쳐 보일 때는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연습량 배려도 해주시고요. 타격도 사이클이 있듯이 팀 분위기도 마찬가지라서, 떨어지는 시기가 있으면 올라갈 시기도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선수들끼리 잘 버티는 중이에요. (부상 선수가 많아서 아쉽겠어요.) (이)주형이 때문이죠. (장난) 안 그래도 오늘 왔던데 우리 팀 반등 못 시키면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주형이가 LG 트윈스에서 처음 왔을 때 혼자 라커룸에서 거의 숨도 못 쉬고 있었거든요. 얼굴도 하얗잖아요. 겁에 질린 사람처럼 있길래 마음이 아파서 잘 챙겨주려고 했거든요. 그러면서 친해졌는데 주형이 이제 복귀했으니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만 보니 후배들도 송성문 선수를 좋아하던데요?
편하니까 좋아하는 거예요. 후배들이 장난쳐도 받아주니까 잘 다가오더라고요. 시즌 초반 3월쯤에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랑 경기가 있었는데, 우천 취소가 된 날이었어요. 휘집이랑 영우랑 (예)진원이랑 후배들 몇 명에게 고기를 사줬거든요. 근데 그다음 날부터 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영우랑 휘집이가 3안타씩 치는 거예요! 제 기운을 너무 다 줬나 봐요. 저도 애들한테 한번 얻어먹어야겠어요.

최근에 클린업 타순에 배치되는 경우가 잦은데 타점이나 장타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일단 타순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팀이 하락세다 보니까요. 어린 선수들이 주전인 팀의 특성상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중간급이나 고참 선수들이 잘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올 시즌 경기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경기는 어떤 경기인가요?
4월 7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이요. 7회에 제가 동점 홈런을 치고, (김)혜성이가 끝내기 홈런을 쳤는데 그 경기가 가장 인상 깊어요. 당시에 1등이라 분위기가 좋던 한화 상대였으니까요. 그날은 우리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봤는데 연장전에 극적인 끝내기로 이겨서 기억에 남아요.

올 시즌 홈런은 몇 개 정도 예상하나요?
야구가 진짜 어렵다고 느끼는 게, 전역하기 전에는 홈런 욕심이 있었어요. 근데 홈런이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거예요. 홈런타자는 제 길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어요. 원래 어릴 때부터 배트에 공을 잘 맞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마음을 바꿨죠. 근데 전역 이듬해에 그렇게 시즌을 치르니까 홈런이 13개가 나오더라고요? (끄응) 홈런이 잘 나오면 타율이 낮고, 타율이 괜찮으면 홈런이 안 나와서 그때그때 이루고 싶은 것과 반대로 목표를 설정하려고요. 홈런은 노리지는 않으면서 예상치 못할 때 하나씩 나오길 기대해야겠어요.

올 시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쓰고 있나요?
이전에는 야구장에서 하는 노력에 포커스를 뒀는데, 올해는 몸 관리와 멘탈 관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년여를 풀타임으로 뛰다 보니 1년이 너무 힘든 거예요. 야구가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힘들고, 후회하다 보면 시즌이 끝나있고요. 매 시즌이 스트레스만 받다 끝나는 게 억울했어요. 근데 이게 또 결혼과도 이어지는 점인 게,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야구만 생각하게 되고 일주일에 하루 쉬는데 어디 갈 마음도 안 들었거든요. 행복을 찾을 길이 없었는데 지금은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요소를 찾았으니까요. 스트레스를 받아서 3할을 칠 수 있다면 24시간 내내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안 되니 최대한 관리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시즌 초반보다는 여름으로 갈수록 살아나다가 가을에 폭발하는 스타일로 타격 패턴이 이어져 왔어요. 이유가 뭘까요?
정규 시즌 막판에 날씨가 선선해지잖아요. 그럼, 팬분들이 스케치북에 ‘이제 가을이니까 잘하자’라는 뉘앙스의 문구를 써주세요. 그럼 정후가 늘 말하곤 합니다. 형은 가을에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포스트 시즌 때만 잘하는 건데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고요.

가을이 되면 강해진다는 게 어떻게 보면 승부사 기질인 거잖아요.
큰 경기에서 집중력이 올라오는 것도 하나의 이유고, 겁이 없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제가 겁이 되게 많거든요. 자전거도 무서워서 21살 때 처음 타봤어요.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요. 근데 가을야구 때만큼은 겁이 없어지네요. 솔직히 가을야구는 개인의 성적에 영향을 안 미치잖아요. 시즌 때는 팀도 이겨야 하고 개인도 잘해야 하니까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있는데 가을엔 무조건 팀만 이기면 돼요. 이전에 안 좋았더라도 가을야구 때는 찬스 상황에 한 번만 잘하면 팀이 이길 수 있는 거니까요. (번뜩) 어? 원래는 가을에 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해 왔는데 그 이유를 방금 찾은 것 같아요! 팀 승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너스 경기로서 가을야구를 즐기는 거예요. 저희가 매년 포스트 시즌에 가던 팀인데 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작년에 너무 속상했어요. 올해는 꼭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야구 인생을 통틀어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요?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저희 팀이 졌던 경기예요. 2018년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문학 경기장에서 치른 플레이오프 1차전이요. 제가 연타석 홈런을 쳤던 경기거든요. 그리고 2022년 KT 위즈와 치른 준플레이오프 5차전도 제가 역전 투런 홈런을 쳐서 이겼던 경기라 기억에 남네요. (그날 SBS sports 중계라 저도 기억이 나요. 그때도 가을에 잘하는 이유에 대해 인터뷰했죠?) 네. 홈런을 의도해서 친 거냐는 질문이었는데, “그걸 알고 쳤다면 정규 시즌 때도 잘했겠죠?”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별은 아쉽지만

요즘도 립밤을 자주 쓰나요?
립밤이 없으면 힘들어요. 입술이 두꺼워지고 잘 트는 편이거든요. 면적이 넓다 보니까 립밤이 닳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아요. 얼마 안 쓴 것 같은데 없더라고요? 대신 종류는 집에 있는 것 중에 아무거나 써요. 제품에 예민한 스타일은 아니라서 아내가 쓰다가 남은 걸 그냥 씁니다.

입술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인스타그램 ‘키스성문’ 스티커의 후속작에 기대가 커요.
키스성문 스티커 써보셨어요? (사실 안 써봤어요.) 왜 안 써보셨어요? (실망) 팬분들 반응은 좋았는데 아내한테 많이 혼났어요. 야구나 잘하지, 나대지 말라고… 아무튼 그때 영상을 찍는데 다들 너무 똑같은 것, 형식적인 것만 하는 거예요. 게다가 저는 군대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으니까 개그에 배가 고픈 상태였거든요. ‘나는 애들이랑 다르게 섹시한 콘셉트로 가야겠다’ 마음먹고 찍었는데, 찍으면서도 당시엔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 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지없이 혼났고요. 이제 그런 건 허락받고 찍어야 해요. 근데 아시죠? 1탄의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면 2탄은 부담스러워져요.

즐겨 하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도 요즘 힘들어서 자주 못 한다고 했었는데 새로 생긴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나요?
예전에는 취미로 롤이랑 컴퓨터 게임을 했는데 솔직히 그건 어릴 때고, 이젠 질린 것도 있어요. 요즘은 경기도 자주 나가다 보니 휴식의 중요성을 느껴서 몸에 좋은 걸 먹고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습니다. 쉬는 날도 심심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나와요. 올해부터 생활 패턴이 바뀌었어요.

김혜성 선수와 여전한 ‘혜성문’ 케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송성문에게 김혜성이란?
늘 고맙고 같이 있으면 즐겁죠. 어디 갈 때 항상 같이 가요. 밥 먹으러, 사우나 하러, 운동하러 같이 가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요. 생각하는 것도 다른 편인데 MBTI는 ISFP로 똑같아요. 신기하죠? 혜성이가 제가 ‘I’ 성향이라고 하면 “장난치지 말고 형을 좀 봐”라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고 해요. 근데 49 대 51 정도의 차이지만 ‘I’가 높긴 하거든요.

김혜성 선수가 지난 호 인터뷰에서 우승 공약으로 프로틴 증정과 팬들에게 라면 끓여주기를 걸었어요. 본인의 랩 하기 공약과 비교하면 어때요?
랩이 나은 거 아니에요? 프로틴은 편의점이나 쿠팡에서 사도 되잖아요. 라면은 직접 끓여 드셔도 되는데 제가 랩 하는 거는 어디 가서 못 들으실걸요? 혜성이한테 다시 걸라고 해야겠어요. 혜성이 공약은 희소성이 없는데요?

이정후 선수도 MLB로 떠났고, 김재웅 선수도 상무 야구단 입대가 예정돼 있고, 김혜성 선수도 MLB 진출을 선언했어요. 예정된 이별들이 아쉬울 것 같아요.
사실 정후가 갈 때도 ‘정후가 없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지금 잘 살고 있잖아요? 재웅이도 또 다른 동료들과 잘 지낼 거고, 야구만 잘되면 다 괜찮지 않을까요? 야구가 안 돼도 현실에 치여 살다 보면 별로 생각이 잘 안 날 것 같기도 해요. 혜성이가 22년도에 부상으로 한 달 정도 없었는데, 그때도 저는 현실에 치여 사느라 바빴거든요. 근데 주변에서는 저한테 외롭고 우울해 보인다는 거예요. 사실 혜성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야구가 안 돼서였거든요! 그 질문을 하루에도 10번씩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더 믿고 더 잘하겠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인 팀에서 고참급 연차로서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제가 중간에서 조금 위인 연차예요. 그렇다 보니까 야구장에서 행동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야구가 안 된다고 인상 쓰고 티를 내면 분명히 후배들이 보고 배울 거란 말이에요. 좋은 모습을 보여서 후배들한테 본보기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죠. 어릴 때는 기분이 조금 나쁘면 경기 끝나고 씻고 바로 가고, 1등으로 퇴근해서 꼴등으로 출근할 때도 있었지만 그땐 마냥 어렸죠.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이영민 타격상까지 받은 기대주였지만 입단 초반부터 맹활약한 건 아니었잖아요. 지금은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됐는데 프로에 와서 고등학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프로라는 벽이 엄청 높게 느껴진다는 거였어요. 저는 프로보다는 대학교에 가야 하는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요즘 친구들은 자신감이 남달라서 ‘내가 이정후다, 내가 강백호다’라는 느낌으로 경기하는 게 보여요. 저랑은 결이 달라서 크게 조언해 줄 내용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오히려 제가 반성하게 돼요. 요즘 친구들처럼 당차고 자신감 있게 시작했다면 좀 더 빨리 1군에 적응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겁 없이 지금처럼 도전하라는 조언을 전하고 싶어요.

멘탈이 워낙 좋은 선수로 평가받는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것도 애들이 엄청 뭐라고 해요. “형 실제로는 멘탈이 안 좋은데 가을야구 때 잘한다고 과대 포장됐다”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좋아졌어요. 멘탈이 좋다기보다는 잘 웃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잘 웃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서요. 우연히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UFC 김동현 선수가 “시합에서 지고 나서 후유증이 있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하신 릴스를 봤는데 그걸 보면서 느낀 바가 컸어요.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고요.

경기가 잘 된 날과 마음대로 안 된 날, 마인드 컨트롤에 차이가 있나요?
좋을 때는 너무 들뜨지 않고 기분 좋게 하려고 하고, 안 좋을 때는 야구 생각을 안 하려고 할 때도 있어요. 만약 타격 밸런스나 이런 부분이 안 좋다는 게 느껴질 때는 영상을 보면서 확인해보는 정도고, 왜 안 되는지 깊게 고민하고 있지는 않아요.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전하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경기에 매일 나와줬으면 하는 선수, 그리고 팀에 있으면 든든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마 지금은 절 미덥지 않아 하시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저도 저 자신을 못 믿을 때가 많거든요. 그래도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야구장에 찾아와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팬분들께서 제가 잘하기를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올해부터는 야구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서 그 기다림에 보답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8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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