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시청자들 설레게 만든 '한국 고딩 커플'

['무빙'은 계속된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명장면'
'무빙'은 끝났지만 시청자의 기억에 각인된 장면들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은 시리즈의 주인공 희수로 활약한 고윤정의 모습. 사진제공=디즈니+

가족을 지키는 히어로들의 가슴 뭉클한 서사,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 20부작을 전부 공개하고 막을 내렸다.

아직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다가오는 추석 연휴는 '무빙'을 몰아보기에 최적의 시기.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무빙' 몰아보기의 길잡이가 될 만한 명장면들을 소개한다.

떠오르는 봉석,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희수의 모습. 사진제공=디즈니+

● 날아오르는 봉석, 능력을 감지한 희수, 잊지 못할 '첫 순간'

정원고 3학년 봉석이(이정하)는 전학 온 희수(고윤정)에게 첫눈에 반한다. 비행 능력을 숨긴 소년 봉석은 그 실체를 들키면 안 되기에 엄마가 가방에 가득 넣어준 쇠붙이와 물통을 꼭 끌어안고 지낸다.

하지만 희수 앞에만 서면 마음이 설레고, 심장이 쿵쾅대기 일쑤. 그러다 결국 '일'은 벌어진다. '들키면 안 되는데, 들키면 큰일인데...' 두근두근 봉석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희수가 옆으로 다가와 팔꿈치에 약을 발라주자! 봉석이의 몸이 멈출 수 없이 하늘로 붕! 치솟는다.

봉석이가 날아오르고, 그 능력을 감지한 희수가 맞이하는 잊지 못할 '첫 순간'은 '무빙'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동시에 봉석과 희수의 설렘 가득한 첫사랑이 시작하는 찰라이기도 하다. 그 순간이 이뤄진 곳이 늦은 밤 학교 계단이라는 사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설레게 했다.

오열하는 주원의 모습. 사진제공=디즈니+

● 역대 장례식 최고의 장면, 장주원의 절규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없이 봐 왔던 장례식 장면을 이렇게 그릴 수도 있다니. 분명 드라마 속 이야기인걸 알면서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오열하는 장주원(류승룡)의 마음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어서다.

아내와 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주원. 병실에 누운 어린 딸을 바라보던 것도 잠시. 병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터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이 흐느끼며 그가 향하는 곳. 다름 아닌 아내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이다.

아내의 빈소 한켠 작은방에서 검은색 상주 양복으로 갈아입는 주원은 단 한마디의 대사도 내뱉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적시고 만다. 작전에 나갈 때마다 신는 '사연 있는 군화'가 벋겨지지 않아 그대로 주저앉아 더 큰소리로 울음을 터트리는 주원의 모습. 먼저 떠난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애달픔과 회환, 깊은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 결정적인 장면이다.

북한에서 비밀 작전을 벌이다가 사라진 김두식이 한밤중 이미현을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사진제공=디즈니+

● "죽을 것 같아서요" 스스로 인질이 된 김두식의 고백

누군가는 '닭살 돋는' 대사라고 치부했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쯤이야. 이미현(한효주)이 좋아하는 보라색을 찾아, 보라색 커튼을 찾아, 한밤중 찾아온 김두식(조인성)의 한마디. "죽을 것 같어서요."

미현을 지키려고 스스로 인질이 된 두식은 "왜 왔느냐"고 걱정스레 묻는 미현에게 한밤중 고백으로 깊은 사랑을 표현한다. 심지어 이 대사는 두식 역의 조인성의 아이디어. 당초 강풀 작가는 "사랑해서요"라는 대사를 넣으려 했지만, 두식과 미현의 처지와 마음에 깊이 빠져든 조인성은 "죽을 것 같아서요"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역시 멜로에 관한한 조인성이 강풀 작가보다 한 수 위다.

봉석이 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때의 모습. 아기 안은 조인성의 모습도 화제를 뿌렸다. 사진제공=디즈니+

● 봉석이부터 엄빠까지, 완전체 패밀리

죽을 것 같아서 찾아온 두식과 그런 두식을 믿고 기다린 미현은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블랙요원에서 벗어나 어느 시골에 자리를 잡고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행복한 나날. 마침내 그들 사이에서 '무빙이 낳은 아들' 봉석이도 태어난다.

두식과 미현 그리고 봉석이까지 '완전체 가족'이 모여있는 모습은 '힐링' 그 자체. 아기 봉석이를 품에 안아 들어올리는 조인성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아빠가 조인성이라니', '아기 안은 조인성'. '봉석이 태어난 순간'까지...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 바로 그 장면이다.

물론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과 사러 나타난 '그 사람'에게 정체가 들통나고, 봉석이 가족은 기나긴 이별을 맞는다. 행복은 짧았고 아픔은 길었다.

괴력을 지닌 이재만 역을 소화한 김성균. 아들을 향한 진한 부성애를 표현했다. 사진제공=디즈니+

● 아들을 위한 질주, 헐크가 된 이재만

순수하고 순박한 이 남자를 북한에서 온 기력자 박찬일(조복래)이 겁도 없이 건드렸다.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키는 아들을 볼모로 삼다니, 곧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찬일의 비극.

정원고에서 벌어지는 초능력자 부모들과 북한 기력자들의 대결, 이에 합세한 자녀들의 이야기는 '무빙' 20부작을 통틀어 가장 주목받은 클라이맥스다. 딸을 구하려는 주원, 아들을 지키려는 미현의 헌신도 놀랍지만 괴력으로 학교 벽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재만(김성균)의 부성애는 가히 폭발적이다.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미현의 대사는, 사실 '무빙'을 이끈 초능력자 부모들 전부에 해당하는 말이다.

작품은 끝나도 명장면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