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은... 우리의 고길동 아저씨 

<영화>의 모든 재미를 알고 싶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보세요!

(사진제공=워터홀컴퍼니)
아기공룡 둘리보다 더 애틋한, 쌍문동 샐러리맨 고길동

시대가 바뀌어서일까. 흐른 시간만큼 팬들도 나이들어서일까.

국내 대표 만화 캐릭터 '둘리'의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빙하 타고 온 아기공룡 둘리 만큼이나 '쌍문동 샐러리맨' 고길동에 대한 관심과 향수가 짙어지고 있다. '둘리의 아버지' 김수정 감독이 내년 둘리의 새로운 시리즈 공개를 발표하면서 "고길동의 새로운 역할"을 예고한 덕분에 40년 둘리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사진제공=워터홀컴퍼니)

● 27년 만에 공개되는 리마스터링 버전

둘리는 1983년생으로 빙하 타고 한강을 거쳐 서울 쌍문동에 자리잡은 아기 공룡. 어린 고영희를 쫓아 다니다가 영희의 아빠 고길동의 집에 얹혀 살게 되고, 이후 외계인 도우너와 아프리카에서 온 타조 또치까지 합세해 고길동 집에 머문다. 만화 잡지 '보물섬' 연재를 시작으로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1980년대~1990년대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24일 개봉하는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제작 둘리나라)은 1996년 개봉했던 둘리 시리즈의 유일한 극장판을 디지털로 복원한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27년 만에 재개봉하면서 과거 둘리 시리즈에 열광했던 팬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고 동시에 새로운 관객까지 흡수해 고유한 우리 캐릭터를 선보인다.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둘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시리즈의 주인공 둘리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주목받는 캐릭터가 있다. 다름 아닌 고길동. 서울 쌍문동 마당 있는 주택에 사는 고길동은 평범한 샐러리맨. 딸 영희가 데려온 둘리와 사고뭉치 친구들이 자신의 집에 얹혀 사는 것도 모자라 사건 사고를 일으키자 화를 참지 못해 이들을 구박하기도 한다.

고약한 아저씨? 알고보니 츤데레

둘리 시리즈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 어린이 팬들의 눈에 '고약한 아저씨'로만 비춰졌던 고길동은 팬들이 서서히 나이들면서 새롭게 주목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알고보면 정 많고 책임감 강한 '츤데레 인물'이라는 시선이다. '고길동의 재해석'이 유행할 정도다.

고길동은 말 안듣는 둘리와 사고뭉치인 그 친구들은 물론 조카 희동이까지 거둬 키운다. 과거 무작정 둘리만 응원했던 팬들은 성인이 되고나서 자연스럽게 고길동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책임감 강한, 불쌍한 아저씨라는 이유였다.

이번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에서도 둘리만큼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고길동이다. 이제 3040세대가 된 둘리의 팬들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인 고길동에 더 집중하기도 한다. 부모가 된 둘리의 오랜 팬과 그들의 어린 자녀가 함께 극장을 찾는다면, 가족 단위 관객을 가뿐히 끌어모을 것으로도 보인다.

●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다. 단지 사람의 입장이 달라졌을 뿐"

'둘리'의 원작자이자 극장판 제작과 연출을 맡은 김수정 감독은 극장판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과정에 대해 "독자적인 스토리텔링보다 둘리의 연재 과정에서 과거나 미래로 가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 재미있는 내용을 뽑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생각하는 판타지가 할리우드 스타일에 젖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우리의 정서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상상력으로 가져올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고도 말했다.

둘리는 국내 만화 캐릭터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뽀로로와 더불어 한국 만화 캐릭터 '투톱'으로도 꼽힌다. 물론 최근에는 그 자리를 대체한 여러 일본 만화 캐릭터가 인기를 끌지만 그 속에서도 둘리는 고유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수정 감독은 최근 열린 시사회에서 "둘리와 주변 캐릭터들이 현실적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인기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판타지나 엉뚱한 이야기도 있지만 기본 상황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 우리 삶과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설명처럼 극의 배경부터 각각의 캐릭터의 개성 역시 감독이 주변 상황과 인물들을 관찰해 얻은 결과물이다.

서울 쌍문동이 극의 배경인 이유는 실제로 감독이 쌍문동에서 자취를 했기 때문이고, 고길동은 30~40대 한국 가장의 모습을 따왔다. 시도때도 없이 노래하는 마이콜은 실제 감독 옆집에서 늘 노래를 부르던 총각이 모델. 둘리 역시 7세 전후 아이의 행동 패턴을 관찰해 완성했다. "특수한 1인이 아니라 보편적인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김수정 감독은 이번 극장판 개봉에 이어 빠르면 내년께 새로운 둘리 이야기를 담은 출판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 둘리의 오랜 팬들 사이에서 '고길동 외전'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지만 감독은 고길동 한 명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둘리와 그 주변 캐릭터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다만 "새 작품 안에서 고길동의 역할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해 새로운 고길동의 모습을 기대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