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지구가 지금도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도시가 있습니다. 골목마다 뜨거운 증기가 피어오르고, 대지 아래에서는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곳에 서면, 마치 지구의 심장 위에 올라선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일본 규슈 오이타현의 온천 도시, 벳푸(別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천수가 솟구치는 이 도시는 매일 아침, 하얀 증기가 도시를 뒤덮으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합니다.

♨️ 지구의 숨결이 피어오르는 곳, 벳푸
벳푸는 인구보다 온천의 수가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온천의 왕국’이라 불립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온천 지대이며, 집 사이로 피어오르는 흰 증기는 마치 안개처럼 거리를 덮습니다. 그 풍경은 신비로우면서도 묘하게 평화롭죠.
이곳의 온천수는 하루 13만 리터 이상이 분출되어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모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벳푸에선 온천이 곧 일상입니다. 족욕을 하며 커피를 마시고, 찐 계란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이 도시의 평범한 일상이죠.

🔥 벳푸의 하이라이트 — ‘지옥 순례(地獄めぐり)’
벳푸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꼭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지고쿠 메구리(Jigoku Meguri)’, 지옥 순례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무섭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곳은 자연이 만든 예술의 세계입니다. 약 1,200년 전부터 끓어오른 온천들이 각기 다른 색과 온도를 지닌 7개의 ‘지옥’을 형성했습니다.

① 바다지옥(海地獄) — 코발트블루의 신비
가장 대표적인 곳은 단연 바다지옥(Umijigoku). 뜨거운 온천수에서 치솟는 하얀 수증기, 그리고 그 아래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한 코발트블루의 물이 펼쳐집니다.
그 푸른색은 마치 하늘이 물속에 빠진 듯 신비롭고, 물의 온도는 98도에 달합니다. 온실에서는 열기 속에서도 피어나는 열대 연꽃이 자라며,‘온천계란(지옥찐계란)’을 맛볼 수도 있죠.
✅ 입장료: 약 450엔 (7 지옥 통합권 약 2,200엔)
✅ 운영시간: 8:00~17:00
✅ 팁: 오전 시간 방문 시 수증기가 더 짙고 사진이 몽환적

🔴 ② 피의 연못지옥(血の池地獄) — 붉은 대지의 온천
두 번째는 피의 연못지옥(Chinoike Jigoku). 철분이 많은 온천수가 산화되며 진한 붉은색을 띠는 이곳은, 마치 지구의 심장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강렬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뜨거운 수증기 사이로 붉은 연못이 끓어오르는 모습은 자연이 만든 예술 작품이자 경이 그 자체입니다.
✅ 입장료: 단일권 450엔
✅ 팁: 해질 무렵 붉은빛이 더 깊게 번져 ‘지옥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음

🐉 ③ 시라이케지옥(白池地獄) — 하얀 물거품의 온천
‘하얀 연못’이라는 이름의 시라이케지옥(Shiraike Jigoku)은 시간에 따라 물빛이 하얀색, 청록색으로 변합니다. 물속에서는 증기가 피어오르고, 주변엔 전통 일본식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온천과 정원의 조화가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팁: 지옥 순례 중 가장 고요한 분위기 / 차분한 휴식형 코스

🌋 대지의 열기 속에서 피어나는 일상
벳푸의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치익―’ 하는 증기 소리가 도시의 배경음처럼 깔려 있습니다.
골목에는 족욕탕과 찜질용 모래탕이 있고, 주민들은 점심시간에도 잠깐씩 족욕을 하며 휴식을 즐깁니다.
특히 ‘벳푸 지옥찜 요리(地獄蒸し料理)’는온천 열기로 음식을 찐 전통 음식으로, 계란, 고구마, 해산물, 채소 등을 대나무 찜통에 넣고 뜨거운 증기로 조리합니다. 한입 베어 물면 천연 소금기와 온천수의 향이 어우러져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납니다.
✅ 추천 체험: 간나와 온천마을의 ‘지고쿠무시 공방’
✅ 가격: 체험세트 약 1,000~1,500엔
🚠 벳푸의 하늘과 산
도시의 뜨거운 열기를 벗어나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벳푸의 풍경도 특별합니다.
쯔루미산 로프웨이(Tsurumi-san Ropeway)를 타면 벳푸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가을에는 단풍이 산을 붉게 물들이고, 겨울에는 안개와 증기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장관을 이룹니다.
✅ 왕복 요금: 약 1,800엔
✅ 소요 시간: 약 10분
✅ 팁: 일몰 직전 탑승 시 ‘불의 도시’가 빛으로 변하는 환상적인 야경 관람 가능

🌙 벳푸의 밤, 온천의 숨결
밤이 되면 벳푸는 조용히 빛납니다. 곳곳의 온천 증기 위로 불빛이 비치며 마치 도시 전체가 연기로 만들어진 듯 보이죠.
온천 호텔의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머리 위로는 별이 떠 있고, 주변에서는 대지의 열기가 피어오릅니다.
“여기서는 하늘이 찬란하고, 땅은 여전히 끓고 있다.”
그 온기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증기처럼 사라집니다.
✈️ 2025년 기준 여행 정보
- 위치: 일본 규슈 오이타현
- 접근: 후쿠오카 공항 → JR 소닉열차 약 2시간 / 오이타 공항 → 버스 약 50분
- 추천 숙박 지역: 간나와 온천(관광 중심), 벳푸역 주변(교통 편리)
- 입장권: ‘지고쿠 메구리 통합권’ 2,200엔 (7곳 모두 포함)
- 추천 시기: 11월~3월 (김 서린 온천 풍경 최고)
- 특산품: 온천 달걀, 유노하나(입욕제), 온천 증기로 찐 만주
🌋 여행을 마치며
벳푸는 단순한 온천 도시가 아닙니다. 그건 지구의 심장이 드러난 곳, 자연의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살아 있는 풍경입니다.
하늘은 연기로 가득하고, 땅은 끓어오르며, 그 속에서 사람들은 미소 짓습니다.
“연기로 뒤덮인 도시의 숨결 속에서, 우리는 지구의 온기를 느낀다.”
뜨거운 땅 위에서 피어나는 평화, 그것이 벳푸가 가진 진짜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