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더본코리아 상장, 첫날 ‘따블’ 갈까
● ‘흑백요리사’ 종료 시점 맞물린 공모청약
● 백종원 호감도↑, 고평가 논란·점주 갈등↓
● 프랜차이즈업·백종원 의존 우려 여전
● 우호 지분까지 95.15%, 상장 이유 짐작 어려워
앞서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기록한 더본코리아는 청약에서도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모주 청약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통해 청약 신청할 수 있다. 상장은 11월 6일에 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더본코리아 주가가 공모가 대비 얼마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백종원 대표는 10월 9일 종영한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를 통해 인기를 재확인했다. 이후 백 대표는 유튜브채널 '백종원 PAIK JONG WON'에 흑백요리사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본명 권성준)' 등 참가자들을 잇달아 섭외해 조회수 500만 회 이상을 기록, 분위기를 이어갔다. 열기 속에 '흑백요리사'의 종영 시점과 더본코리아 IPO(기업공개) 일정이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더본코리아 IPO 역시 대중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더본코리아의 업종 면에서 사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가정간편식(HMR), 유통, 호텔사업 등을 영위하지만 더본코리아의 본업은 요식업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에 있기 때문에 IPO를 둘러싼 논란과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더본코리아 IPO를 둘러싼 긍정적 시선과 부정적 평가를 비교해 보고 공모주 투자를 하기 전 살펴봐야 하는 부분을 짚어봤다.
‘흑백요리사' 열풍 덕 본 더본코리아 IPO
더본코리아는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이번 IPO에서 300만 주를 신주 발행하는데 희망공모가 범위로 2만3000~2만8000원을 제시했다. 희망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690억∼840억 원, 시가총액은 3327억∼4050억 원 수준이었다.올해 5월 더본코리아 상장 추진 소식이 보도될 당시, 희망공모가 2만3000~2만8000원이 비싸다는 논란과 함께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상단을 훌쩍 뛰어 넘긴 것. 수요예측에서 734.6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10월 25일 더본코리아 공모가는 3만4000원으로 확정됐다.
더본코리아 IPO 일정이 절묘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8월 30일 상장심사 승인을 받았고, 9월 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IPO 일정을 공식화했다. 이후 9월 17일부터 10월 8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가 방영됐다. 그리고 '흑백요리사'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엄청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더본코리아가 영위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도 쏟아졌다. 주로 점포당 매출이 하향세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근거로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흑백요리사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러한 논란들은 잠잠해졌다. 더본코리아의 진정한 기업 가치는 백 대표의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라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 IPO를 둘러싼 우려와 긍정
그동안 더본코리아 IPO에 대해 제기됐던 우려들은 프랜차이즈라는 업종의 한계, 갈수록 높아지는 빽다방에 대한 매출 의존도, 비교기업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부적절성 등이었다.1994년 설립된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역전우동 등 25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 국내 약 29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가정간편식, 가공식품, 소스 등을 판매하는 유통사업과 제주도의 더본호텔을 통한 호텔사업, 지자체 식당 컨설팅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외한 여타 사업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더본코리아 유통사업 매출 비중은 13.7%, 호텔사업은 1.9%에 불과하다. 나머지 매출 84.4%는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나온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사업 지속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탕후루처럼 한때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가 열기가 금방 사그라들어 폐업에 이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꾸준히 인기를 얻는 치킨, 피자 등과 같은 메뉴를 주력으로 해도 브랜드 자체의 인기가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동안 다수 F&B 프랜차이즈 기업이 증시에 상장했으나 현재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사는 '교촌치킨' 교촌에프앤비가 유일하다. 태창파로스(쪼끼쪼끼), 할리스에프앤비(할리스커피), 대산F&B(미스터피자), 해마로푸드(맘스터치), 디딤이앤에프(마포갈매기, 연안식당) 등은 증시에서 퇴출되거나 거래정지 중이다.
더본코리아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연돈볼카츠뿐만 아니라 한신포차, 본가, 새마을식당 등 다른 브랜드들의 점포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더본코리아 내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브랜드는 사실상 빽다방이 유일하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올해 상반기 매출 2213억원 가운데 빽다방이 차지하는 매출은 789억 원으로 37.3%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34.9%보다 2.4%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은 홍콩반점은 269억 원으로 매출 비중이 12.7%에 불과했다.
빽다방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가 향후 더본코리아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과 벌이고 있는 저가 커피 브랜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가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본코리아가 비교기업으로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를 선정하고 교촌에프앤비, SPC삼립, 매일홀딩스 등은 제외한 것. 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더본코리아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본코리아의 최대 리스크는 아이러니하게도 백종원 대표 자신이다. 더본코리아는 법인이지만 사업구조가 자연인인 백 대표에 크게 의존하는 독특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 대표가 더본코리아의 사업 원동력이기에 백 대표가 향후 여러 논란에 휘말려 평판이 악화하거나, 건강상 등의 이유로 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게 되면 더본코리아 주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더본코리아 증권신고서에도 "백 대표의 질병, 사고 등으로 인한 부재 시 일시적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 수익성 및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백 대표의 개인적 일탈로 인한 평판 하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이 경우 소비자의 수요 감소를 야기해 당사의 경영 성과 및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현재로서는 백 대표가 더본코리아의 성장 원동력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흑백요리사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인 백 대표를 내세워 더본코리아가 해외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현재 미국, 일본을 비롯한 총 14개국에서 직영점 7개를 포함, 총 14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더본코리아의 해외 매출은 42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09%에 불과하다.
더본코리아 공모주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로서는 상장 직후 유통주식비중이 낮다는 점도 청약참여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본코리아 상장 직후 유통주식수는 284만5200주로 상장예정 주식수 1446만6030주의 19.67%에 불과하다. 통상 상장일 유통물량 비중이 20% 이하면 품절주로 평가받으며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대비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더본코리아 상장 6개월 후 유통물량 비중은 53.30%로 급증한다. 공모주 투자자들로서는 장기 보유가 꺼려지는 이유다.
상장 배경 놓고 '설왕설래'
더본코리아가 왜 상장을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상장기업은 경영활동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상장하게 되면 분기마다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주주들의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상속시 부담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사법 리스크에도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멀쩡한 흑자 회사라면 상장을 꺼리는 오너도 많다.통상 상장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벤처캐피탈이나 투자조합 등으로부터 외부 투자를 받은 경우다. 투자 유치 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기한 내 상장을 약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본코리아는 이 경우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본코리아 최대주주는 백 대표로 879만2850주(상장전 지분율 76.69%)를 보유하고 있다. 강석원 대표도 207만6660주(18.11%)를 보유 중이다. 백 대표의 친인척인 박준상 씨도 4만920주(0.36%)를 보유하고 있어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총 95.15%에 달한다. 그 외 일반투자자로는 2명이 지분 2.1%를 나눠 보유하고 있고 1% 미만 주주는 20명이다. 이것이 더본코리아 주주 구성의 전부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기에 재무구조 개선도 상장의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더본코리아의 부채비율은 54.2%에 불과하다.
더본코리아가 증권신고서를 통해 밝힌 공모자금 사용처는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다. 더본코리아는 2027년까지 공모자금 중 약 628억 원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모자금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 말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 411억 원 및 단기금융상품 697억 원을 활용해 적극적인 M&A 및 지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더본코리아는 도소매 전문 식품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업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도별 공모자금 사용계획을 보면 2025년 100억 원, 2026년 200억 원, 2027년 328억 원 등이다. 모든 공모자금과 보유 현금을 한꺼번에 쏟는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다고는 볼 수는 없는 셈이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9억 원이고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30억 원이다. 공모자금이 아니어도 매년 더본코리아가 버는 돈과 약간의 차입만으로도 계획한 규모의 인수합병 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백 대표가 자신이 보유 주식을 둘로 나눠 보호예수기간을 따로 설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백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879만2850주(상장후 지분율 60.8%) 중 615만4995주(상장후 42.6%)는 2년 6개월 동안 팔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를 설정했지만 263만7855주(상장 후 18.2%)는 보호예수기간을 상장 후 6개월로 설정했다. 상장 후 6개월이 지나면 백 대표가 263만7855주는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이다. 공모가 3만4000원 기준 약 895억 원을 넘는 금액이다.
더본코리아 임직원들 역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더본코리아 임직원 17명은 총 104만5940주의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았으며 행사 기간은 올해 3월 31일부터 10년간이다. 행사가액은 9224원으로 공모가의 1/3 수준이다. 강석원 대표의 경우 34만3980주를 행사할 수 있는데 공모가 기준 차액은 116억9500만 원에 달한다.
이승용 시사저널이코노미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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