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공원 명칭에 전시물까지…경남 곳곳 '과거사 갈등'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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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곳곳에서 축제와 공원 명칭, 박물관 전시물 등을 둘러싼 과거사 갈등이 잇따르면서 관련 논쟁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도내에서는 마산국화축제와 남인수가요제 명칭, 합천 일해공원 명칭 등 해묵은 갈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창원시립박물관 일본 총독 석물(石物·돌로 만든 물건) 전시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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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연합뉴스) 정종호 기자 = 경남지역 곳곳에서 축제와 공원 명칭, 박물관 전시물 등을 둘러싼 과거사 갈등이 잇따르면서 관련 논쟁이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도내에서는 마산국화축제와 남인수가요제 명칭, 합천 일해공원 명칭 등 해묵은 갈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창원시립박물관 일본 총독 석물(石物·돌로 만든 물건) 전시 논란이 불거졌다.
26일 개막하는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명칭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6월 창원시가 축제 명칭에 '가고파'를 부활하기로 한 이후 결국 시의회에서 가고파가 포함된 명칭으로 의결해 일단락됐지만, 논쟁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창원지역 시민단체인 열린사회희망연대 등은 지난 24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화축제 명칭은) 지역 여론을 수렴하면서 충분히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이 축제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마산가고파국화축제란 이름으로 열렸으나 가곡 '가고파'를 작사한 옛 마산 출신 문인 이은상이 3·15 의거를 깎아내리는 등 친독재 행적으로 재조명되면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축제 이름에서 빠졌다.
현재 명칭 변경 관련 창원시의회 조례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이 시민단체 주도로 진행 중이다.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주차장 인근에서는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의 글씨가 적힌 석물(石物·돌로 만든 물건)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일제강점기에 '혈서 지원' 등 군국가요를 불러 친일 의혹이 있는 진주 출신 가수 남인수의 이름을 딴 '남인수가요제' 개최가 예고되면서 논란이 일었으나 예심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내달 열리는 가요제 본선과 관련해 별다른 취소 소식도 없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천에서는 일해공원 명칭 논란이 수십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한 일해공원은 2007년 합천군이 고향인 전두환 전 대통령 호를 따 이름이 바뀌었다.
지명을 공식 명칭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기초·광역자치단체 지명위원회, 국가지명위원회의 심의·의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당시 군은 '군정 조정위원회' 과정 이후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주민 숙의 없이 명칭 변경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사회 각계에서 찬반 주장이 대립하며 현재까지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합천군에서는 명칭 변경에 대한 지역 사회 공론화에 착수했으나 그 방식 등에 대한 찬반 양측 시민 단체 이견이 심해 아직 주민 공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향아 경상국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들과 같이) 역사 해석에 대한 갈등은 사회가 진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지만, 원래 하던 것이라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을 살리고 로컬을 지키려면, 지역사 특정 맥락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 보편성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관련 의견이 시민에게 터져 나온다면 경청하고,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jh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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