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조사 이후 처음, 대통령실 신뢰도 ‘역대 최저’ [2024 신뢰도 조사]

문상현 기자 2024. 9. 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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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대통령실 신뢰도가 국회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역대 조사 이래 처음이다. 검찰, 방통위, 권익위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의 신뢰도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9월2일 제22대 국회 개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지금의 국회 상황이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다. (국회가) 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 되지 않겠나,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해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든다).” - 윤석열 대통령, 8월29일 국정 브리핑 기자회견

“역대 국회 중 지금과 같은 국회를 본 적이 없다. 원체 비정상적인 국회다.” - 정진석 비서실장, 9월4일 대통령실 직원 전체 조회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에 새 기록을 새겼다. 1987년 헌법이 개정된 이후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9월2일)을 찾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국회, 특히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참을 자초했다고 날을 세운다. 개원식 불참 배경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도 섞여 있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한 대표는 올해 총선 준비 단계에서부터 윤 대통령과 계속 대립각을 세워왔다. 최근 ‘의대 증원’ 문제로 재차 충돌했다. 충돌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예정된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연기했고,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연찬회에 불참했다.

대통령실은 갈등의 책임이 국회에 있다고 본다. 국회가 정상화되고 국민에게 신뢰받아야 협치도, 소통도 할 수 있다고 선을 긋는다. 그런데 〈시사IN〉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는 대통령실 진단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2007년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실(윤석열 정부 이전까지는 청와대) 신뢰도가 국회보다 낮게 나왔다. 국회는 역대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거의 내내 ‘꼴찌’ 성적표(신뢰도)를 받아왔는데(국정원 댓글공작 사건 등이 알려진 2017년에만 한 차례 국정원이 최하점을 기록), 올해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모든 국가기관 중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신뢰도 점수가 상승했다(3.06→3.38점). 반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역대 정부와 비교해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2점대로 내려앉았다. 이 기록 역시 처음이다.

〈시사IN〉은 2007년 창간 이래 매년 국가기관 신뢰도를 측정해왔다. 전혀 신뢰하지 않으면 0점, 보통이면 5점, 매우 신뢰하면 10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 0~4점까지 ‘불신 구간’, 5점은 ‘보통’, 6~10점까지는 ‘신뢰 구간’으로 구분한다.

올해 〈시사IN〉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대통령실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2.75점을 기록했다. 대통령실(청와대)이 2점대 점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대통령실(청와대) 신뢰도 최저치를 기록한 시점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이었다(3.62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출범 직후부터 박근혜 정부 임기 말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 신뢰도를 보이다가, 이번에는 2점대로 내려앉았다.

〈시사IN〉이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를 시작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사 대상 국가기관 가운데 최저 신뢰도 기록은 국회가 가지고 있었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장기간 국회 파행이 지속된 2019년 2.9점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한 2014년 2.97점이 최저 기록이었다. 윤 정부 3년 차 대통령실 신뢰도 점수는 이보다도 낮았다. 반면 올해 국회는 지난해(3.06점)보다 0.32점 높은 3.38점을 받았다(〈그림 1〉 참조).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이 대통령실에 지난해보다 낮은 점수를 줬다. 2023년 대통령실에 6.71점을 준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올해 5.87점(0.84점 하락)을 매겼다. 평균 하락 폭(0.73점)보다도 높다. 점수가 아직 ‘신뢰 구간’에 있긴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결속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면서 대통령실 신뢰도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지난해 1.11점, 올해 1.07점을 줬다.

국민의힘 지지자도 검찰 ‘덜’ 신뢰한다

대통령실 신뢰도 결과 못지않게 지지 정당별, 정치 성향별로 갈림 현상이 뚜렷한 국가기관들이 있다. 검찰과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다. 둘로 갈린 응답자 집단은 조사 대상 기관 10곳 가운데 이들 3곳에 정반대 평가를 했다.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 지지자들과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자들 모두 검찰에 3~4점대 신뢰도 점수를 줬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1년 차에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검찰에 6.29점, 민주당 지지자들은 1.68점을 줬다. 2년 차에는 국민의힘 지지자 6.20점, 민주당 지지자 1.67점이었다. 올해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자 5.39점, 민주당 지지자 1.80점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검찰은 우리 편’이라는 일종의 일체감을 느끼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에 비례해 적대감을 키워온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는 그 간극이 살짝 좁혀졌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예년보다 검찰을 덜 신뢰하기 시작했다. 올해 검찰 신뢰도 전체 평균은 3.17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지지 정당에 따라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4.73점, 민주당 지지자들은 2.21점을 줬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 지지자 5.11점, 민주당 지지자 2.89점이었다. 검찰처럼, 방통위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가 준 점수도 지난해보다 떨어졌다(5.11→4.73점).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법원은 최근 방통위가 부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선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방통위의 KBS 이사 임명에 대해서도 집행정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올해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 대상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새로 포함됐다. 부패 방지 총괄 기구인 권익위는 올해 6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관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이후 8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의 조사 실무를 총괄했던 국민권익위원회 김 아무개 국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국장은 권익위가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자괴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커졌다. 이러한 권익위에 대한 신뢰도 지지 정당별 갈림 현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검찰, 방통위와 다른 점은 여야 지지자 모두 ‘불신’ 구간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4.79점, 민주당 지지자들은 2.60점을 줬다. 전체 평균은 3.35점이다.

〈시사IN〉 신뢰도 조사 대상 기관은 총 10곳이다. 이들 중 단 한 곳, 국세청만 ‘보통 구간’ 점수를 받았다(5.06점). 나머지 경찰 4.25점, 대법원 4.20점, 국가정보원 4.07점, 감사원 4.00점, 국회 3.38점, 국민권익위원회 3.35점, 검찰 3.17점, 방송통신위원회 3.03점, 대통령실 2.75점 순으로 모두 ‘불신 구간’ 점수를 기록했다(〈그림 2 〉 참조).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의뢰: 〈시사IN〉
- 조사 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조사 일시: 2024년 8월25~27일
- 조사 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 조사 방법: 가구 유선전화 RDD 및 휴대전화 RDD를 병행한 전화면접조사(CATI)
- 응답률: 6.6%(무선 7.2%, 유선 3.8%)
- 가중치 부여 방식: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7월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 표본 크기: 1008명
- 표본 오차: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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