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뿜어지는 흙탕물… 씻겨지지 않는 ‘울음바다’ [전국 '물폭탄']
높이 4.5m 터널에 흙탕물 가득 차
양수기·수중펌프 동원해 배수작업
잠수부 “시야 확보 안돼 작업 더뎌”
특전사·장병 등 2000명 투입 총력
미호강 인근 주민들 ‘분통’
지하차도는 충북·제방은 행복청 관할
‘오송 관할’ 청주시도 부실 대응 논란
“저 진흙 구덩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끄억.”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의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들은 연신 터지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세차게 쏟아진 비가 미호천 둑을 무너뜨리고, 물살이 지하차도를 지나려던 차량과 가족을 덮친 현장엔 애통함이 가득했다. 흙탕물로 뒤덮인 참담한 현장은 가족들의 가슴처럼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침수됐던 청주공항과 오송역을 오가는 청주 747번 급행 시내버스 상판이 윤곽을 드러내자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신음과 울음소리가 터졌다. 버스는 폭우로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버스는 궁평리 쪽에서 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터널을 나와 오송리 쪽으로 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순식간에 폭포수처럼 유입된 미호강 흙탕물에 묶여 침수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민들은 “오송 지하차도는 평소엔 747번 버스가 이용한 노선이 아니었다”며 “버스가 왜 평상시 노선 대신에 오송 지하차도로 진입했는지 의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버스는 청주국제공항∼고속버스터미널∼충청대∼오송역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오송 지하차도는 원래 다니는 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고 버스의 운전자는 3순환로 강상촌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청주역 분기점 쪽으로 버스를 몬 것으로 청주시는 파악하고 있다. 이틀간 쏟아진 폭우에 저지대인 강내면 일대가 침수돼 탑연삼거리에서 도로가 통제되자 우회 운행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차도 내 수심이 1m 정도에 이르자 흙탕물과 부유물이 섞여 흡사 뻘의 형태를 이룬 곳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재난당국은 지하차도 양방향에서 중앙 부분으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궁평방면에서는 잠수부 2명이 물 속을 살피고, 세종방면에선 구조대 8명이 보트 2대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한 대응이 야기한 인재(人災)였다. 집중호우로 홍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흥덕구는 지하차도 등 위험도로에 대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고, 제방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 비판이 제기되자 흥덕구는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위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가 “통보는 받았지만, 교통통제 하라는 얘긴 없었다”고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

결국 오전 8시40분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길이 430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6만t의 물로 가득 찼다. 차도에 진입한 5대의 차량은 이곳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미호천교와 직선거리가 600m 정도이고, 가까운 제방과는 200여m 남짓한 데다 인근 논밭보다 낮은 지대여서 침수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다.
흥덕구의 홍수 대응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 사고가 난 오송 지하차도 도로는 충북도,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할이다. 오송 전체를 관할하는 청주시 역시 부실 대응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15일 진행한 작업은 혹시라도 흘러 넘칠까봐 방수포를 덮고 흙으로 덮어 누르려고 하려던 작업이었는데 주민들은 성급하게 뚝을 쌓는 것처럼 보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전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전형적 인재라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과)는 “호우경보가 내려졌으면 지하차도를 차단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천변 가까이에 있는 지하차도는 특히 비가 올 때 집중통제를 해야 한다”며 “미리 통제할 수 있도록 재난문자에 지하차도 통행금지를 고지하고 하천 근처에 있는 지하차도, 차량이 많이 왕래하는 지하차도, 길이가 특별히 긴 지하차도는 집중통제와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주=윤교근·박유빈·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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