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린이 리뷰] 이븐하게 공들인 ‘드래곤소드’…그러나 ‘킥’이 없다

드래곤소드 대표이미지/사진 제공=웹젠

“고르게 잘 만들었는데…킥(Kick)이 없네”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는 종종 “이븐(even)하게 잘 익었다”는 표현을 쓴다. 재료가 고르게 익어 특별히 흠잡을 곳은 없다는 뜻이다. 웹젠의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신작 ‘드래곤소드’가 딱 그렇다. 액션과 오픈월드 구성, 콘텐츠 완성도까지 전반적으로 공들인 흔적은 분명하다. 그러나 요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킥’은 보이지 않는다. 겜린이 입장에서 하루를 플레이한 뒤 남은 인상은 “잘 만든 게임이네”라는 말이 전부였다.

극적인 시작, 전통적인 ‘클리셰’

게임은 용병단이 드래곤과 싸우다 쓰러진 현장에서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남은 주인공이 치열하게 버티다 결국 기절하듯 쓰러진다. 이후 이야기는 과거로 회귀하며 본격적인 여정이 열린다. 초반부터 시선을 끌기 위한 연출 의도는 분명하다. 솔직히 오글거리는 맛도 살짝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사와 용병단, 드래곤으로 이어지는 전통 판타지의 익숙한 문법이 빠르게 드러난다. 이해하기는 쉽다. 다만 비슷한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다음 전개가 자연스럽게 예상된다.

이런 왕도 판타지물은 잘만 만들면 안정적으로 먹힌다. 다만 2026년의 오픈월드 액션 RPG로서는 다소 약하다는 인상이 남는다. 하루 플레이 기준으로는 이 게임만의 차별적인 스토리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은 용병단이 드래곤과 싸우다 쓰러진 현장에서 시작한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용병단 단장 '조니' /사진=게임 중 갈무리
마지막까지 남은 주인공이 치열하게 버티다 결국 기절하듯 쓰러진다. 이후 이야기는 과거로 회귀하며 본격적인 여정이 열린다./사진=게임 중 갈무리

겜린이에겐 ‘길잡이’가 필요하다

초보자가 오픈월드를 만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어디로 가야 하지?”다. 드래곤소드는 미션 동선 안내가 상당히 소극적인 편이다. 튜토리얼 역시 친절하지 않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라면 초반부터 멈칫하게 된다.

실제로 미션 도중 길을 잃었다. 오픈월드에서 방향을 잃는 일은 흔하다. 처음에는 웃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놓친 느낌’이 들며 스토리 진행 자체가 꼬이기 시작했다. 부품을 찾아와서 갖다놔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그 부품을 잃어버린 것이다. 나침반은 계속 미션 장소만 가리킬 뿐 잃어버린 부품의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결국 포기하게 됐다.

그래서 차라리 오픈월드를 즐겨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일부러 절벽에서 뛰어내려 보고 바다로 몸을 던져봤다. 바다에서는 수영이 가능했다. 탈것을 이용해 잠수도 할 수 있었다. 바다 속을 탐험하다가 자연스럽게 미션이 이어진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탈것을 타면서 바닷속을 탐험 할 수도 있다./사진=게임 중 갈무리
수영 도중 숨이 막혀 익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사진=게임 중 갈무리

하지만 수영 도중 숨이 막혀 익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바다 위 중간 섬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됐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육지로 나가보려 절벽을 기어오르려 했지만 점프와 구르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탈것을 이용해 지형을 넘어갔다. 기능적으로는 편리했다. 그러나 몸으로 지형을 극복하는 손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뛰어넘는 오픈월드 특유의 재미는 희석됐다.

보물상자를 찾고 채집을 하며 아이템을 줍줍하는 과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뭘 하지?” 자유는 있었지만 그 자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초보자에게 어려운 문제였다.

겜린이에게 이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뭘 잘못한 건가?”라는 불안이 쌓인다. 이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 그날의 플레이는 사실상 끝이다. 오픈월드의 자유가 친절함을 동반하지 않을 때 그것은 곧 방치로 느껴진다.

이쯤에서 뜨뜻하게 달아오른 휴대전화도 신경 쓰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5로 플레이 했는데 발열 체감이 생각보다 컸다. 드래곤소드는 모바일·PC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한다. 모바일로 플레이해도 오픈월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화면 가시성도 괜찮다. 다만 발열이 계속된다면 장시간 플레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임의 시작 화면. 오른쪽 미션 옆의 조그만한 나침반이 길을 안내한다./사진=게임 중 갈무리
미션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앞으로는 뭘 하지?”라는 막막함이 왔다./사진=게임 중 갈무리

이븐하다, 그래서 킥이 필요하다

드래곤소드가 공들여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히 느껴진다. 액션과 오픈월드 구성, 콘텐츠까지 빈 곳 없이 채우려 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크게 부족함 없는 이븐하게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계속 붙잡게 만드는 힘은 약하다. 스토리는 무난하지만 뻔하다. 튜토리얼은 겜린이에게 불친절하다. 초반 미션은 재미보다 번거로움이 먼저 온다. 게임이 가진 요소는 많다. 그러나 그것을 “더 해보고 싶다”로 바꾸는 결정적인 장치는 부족하다. 즉 킥이 없다.

드래곤소드 출시 다음 날에는 기대작으로 꼽히는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출시됐다. 두 게임은 장르적 접점이 있고 이용자층도 겹친다. 비교를 피하기는 어렵다.

겜린이 입장에서 체감한 차이는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아니었다. 서사가 이용자를 붙잡는 방식에서 차이가 났다. ‘엔드필드’는 초반부터 “이 세계는 왜 이렇게 됐는지”를 묻는다. 동시에 “이용자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음 장면을 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면 ‘드래곤소드’는 익숙한 세계관 문법 위에서 안전하게 출발한다. 이해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굳이 따라가야 할 이유는 약하다. 킥이 없는 스토리는 결국 게임의 첫인상을 ‘무난함’에 묶어버린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액션과 성장, 비즈니스모델(BM), 운영 구조에는 많은 공을 들여왔다. 반면 스토리와 세계관은 종종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됐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팬덤을 형성한 게임들을 보면 이제 서사는 선택이 아니다. 이용자를 오래 붙잡는 핵심 장치가 됐다.

드래곤소드는 훌륭한 재료와 조리법을 갖춘 게임이다. 다만 손님을 끌어당길 필살기가 아쉽다. 게임에 익숙한 이용자에게는 편안한 맛일 수 있다. 반대로 겜린이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코스 요리처럼 느껴진다.

게임은 결국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드래곤소드’가 이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지금의 단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이제 필요한 건 이븐하게 익은 게임에 기억에 남을 ‘킥’을 더하는 일이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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