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꾸미기를 하기 전, 알아두면 좋은 2024 인테리어 트렌드 키워드 5

앙드레 소르네 디자인의 빈티지 옷장 LE MODULOR, 블랙 월 램프 SERGE MOUILLE,내추럴한 멋이 돋보이는 벽면 마감재는 인테리어 필름 보닥 PNC53으로 HYUNDAI L&C, 아르텍의 카루셀리 라운지 체어 INNOMETSÄ

우드 패널 앞 웬델보의 패브릭 소파는 모두 INNOMETSÄ, 조절 가능한 헤드레스트가 특징인 마라룽가 소파, 송치 가죽 리클라이너 체어 LC4, 원목 테이블 벤타글리오는 모두 까시나 제품으로 CREATIVE LAB, 드세데의 카키 컬러 모듈 소파 DS600 HPIX


QUIET LUXURY
화려한 부의 과시보다는 절제된 럭셔리 스타일을 선호하는 디자인 트렌드 ‘조용한 럭셔리’가 패션 트렌드에 이어 주거 공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식적 요소가 많아 화려하고 부를 드러내기 위해 아이템 하나라도 더 놓으려고 애쓰던 고전적 럭셔리의 정반대편에 있는 스타일이다. 조용한 럭셔리란 기본적으로 심플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퀄리티 높은 소재와 디테일, 나아가 지속 가능한 윤리적 아이템으로 공간을 스타일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도하거나 차갑고 시크한 미니멀 스타일 공간과는 차별화한다. 따뜻하고 편안하면서도 우아하고 기품이 느껴지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다. 블랙에 베이지 같은 웜 톤 컬러를 섞거나 디테일 좋은 스틸이나 고품질 원목을 매치해도 효과적이다. 직선만 강조하기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의 미학을 잘 살린 디자인도 어울린다.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의 영향으로 이른바 ‘디자인 명품’이라고 불려온 20세기 아이코닉 디자인 가구와 조명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의 첫 번째 에디션으로 생산한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에 대한 관심도 매년 급상승하는 중이에요. 빈티지 아이템은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희소성이 가장 큰 장점이죠. 또한 특유의 심도 높은 아름다움이 있고, 편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느껴지기에 빈티지의 매력에 빠져들어 컬렉터가 되는 분도 많습니다.” 프랑스 빈티지 디자인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르모듈러 권희숙 대표는 빈티지 가구나 조명은 그 자체로 공간을 좀 더 기품 있게 만들어주므로 새로 생산하는 제품들과 섞어 스타일링하면 한층 고급스러운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을 꾸미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외에 마감재와 창호, 심지어 문손잡이와 경첩 등 하드웨어를 선택할 때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조용한 럭셔리를 실천하는 태도다. 매년 라이프스타일과 인테리어 트렌드를 발표하는 현대L&C 디자인기획팀 오미선 책임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건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브랜드의 고급 마감재 시장 역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일 로즈 컬러의 루이스폴센 PH 3/3 펜던트 램프 INNOMETSÄ, 스텔라 매카트니와의 협업으로 재탄생한 B&B이탈리아의 카말레온다 소파 INFINI, 회화 작품을 연상케 하는 러그는 타이 핑 제품으로 YOU AND US, 고급스러운 와인 컬러의 벨벳 텍스처 벽지 아니카는 아르떼 제품으로 DAV, 컬러 블록이 특징인 텍타의 암체어 HPIX


COLOR POWER
2024년 컬러 팔레트는 레드, 옐로가 섞인 따뜻한 컬러로 채우는 게 좋겠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컬러는 오렌지 계열이다. 팬톤은 올해의 컬러로 핑크와 오렌지가 섞인 듯한 피치 퍼즈를 선정했고, 트렌드 예측 기관 WGSN도 2024년 컬러로 오렌지 색조의 애프리콧 크러시(Apricot Crush)를 소개하며 이는 중성적 컬러, 내추럴 컬러와 자연스레 조화를 이루고 대비되는 녹색, 보라색, 파란색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공간에 생기를 더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L&C는 2024~2025년 인트렌드 세미나를 통해 한동안 지속될 경기 침체 속에서 다양한 자극을 추구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도파민 다이브(Dopamin Dive)’ 테마를 이야기하며 컬러와 패턴을 과감하게 사용한 주거 공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과감한 컬러의 사용이 아직은 조금 조심스럽다면 조명이나 소품, 소가구처럼 작은 부분부터 컬러 포인트를 넣어보길 추천한다. 공간에 금세 표정 변화가 생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웃도어 겸용 구나 데이베드 컬렉션과 사이드 테이블 모두 GERVASONI, 까시나의 아웃도어용 러그 트레일과 산뜻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LC3 소파 모두 CREATIVE LAB, 마리오 벨리니의 라탄 가구를 재해석한 B&B이탈리아의 소프트케이지 INFINI, 스툴, 등받이, 오브제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그저 보고만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되는 비트라의 레스팅 베어 INNOMETSÄ


BIOPHILIC DESIGN
자연과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사랑을 의미하는 필리아(philia)의 합성어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파생한 단어를 가져온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자연을 실내로 들이고자 하는 접근 방식으로 팬데믹 이후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중이다. 단순히 녹색 식물만 인테리어 요소로 삼는 플랜테리어와 달리 식물은 물론 돌과 나무 같은 천연 소재 사용과 자연채광을 극대화해 안팎의 경계를 허무는 데 중점을 둔다. 자연 소재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제품도 늘고 있으며 최근 출시되는 아웃도어 가구나 조명, 러그 등은 집 안에서 사용해도 좋은 인도어 겸용 제품이다. 또한 이미 인도어 제품으로 인기를 얻은 스테디셀러를 소재만 달리해 아웃도어 가구로 선보이는 경우도 많아 정원이나 테라스가 없다고 해도 집 안에서 충분히 야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최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서 화두가 된 웰니스(wellness)와 환경 이슈가 함께 맞물려 더욱 탄탄히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다은 작가의 듀플렛 벤치를 비롯해 조형미가 돋보이는 블랙 체어,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회화 작품, 아스템의 펜던트 조명, 알리네아의 화이트 다이닝 테이블, 세라믹 볼을 쌓아 올린 주연수 작가의 오브제 스택 베셀 모두 HPIX, 꽃 모양의 디드로 올리비에 무르그 플라워 램프 LE MODULOR, 유니크한 볼륨감이 돋보이는 가에타노 페셰의 UP5 체어는 B&B이탈리아 제품으로 INFINI


PERSONALIZED CURATION
“요즘엔 고객들이 저마다 취향이 확고하고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다 보니 개개인의 니즈에 맞춘 색다른 공간을 디자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뻔하지 않은 좀 더 특별한 제품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국내외의 새로운 브랜드와 디자이너도 열심히 찾고 있어요.” 정은주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말처럼 이젠 개개인의 취향이 곧 스타일을 만드는 시대다. 아파트의 거실을 침실로 써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타인과 다름’을 오히려 즐긴다. SNS에 자주 등장하는 인테리어 아이템은 외면하고 작품처럼 희소가치가 있는 것에 탐닉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컨템퍼러리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는 에이치픽스는 얼마 전 소수를 위한 국내외 작가들의 예술 작품과 감도 높은 하이퍼엔드 브랜드 제품을 소개하는 프라이빗 전시 공간 갤러리 4.0을 오픈하고 고객 맞춤 스타일링 서비스의 시작도 함께 알렸다. 이런 업계의 움직임 역시 ‘지극히 사적인 큐레이팅’이 핵심 트렌드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데이베드는 뉴웍스 제품으로 HPIX, 사각형 3개를 겹친 듯한 디자인의 핸드메이드 러그 스타지오네 YOU AND US, 디자이너 아나 크라스와 협업한 헤이의 전등갓 본본 쉐이드, 양털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라운지 체어 모두 INNOMETSÄ, 천연석의 텍스처를 담아낸 포슬린 타일 YOUNHYUN TRADING, 위빙 가죽의 텍스처가 돋보이는 방콕 오토만 FLEXFORM


TEXTURE ON TEXTURE
공간이 어쩐지 밋밋하고 재미없게 느껴진다면 텍스처의 문제일 수 있다. 마감재와 가구, 패브릭, 조명 등을 활용한 다양한 텍스처 레이어링은 좀 더 깊이 있고 멋스러운 공간을 연출한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 인테리어 브랜드에서 텍스처를 강조한 제품을 많이 선보여 인테리어할 때 어렵지 않게 텍스처 레이어링을 시도해볼 수 있다. 벽 마감재를 선택할 때도 질감 처리가 된 제품을 선택하면 한층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 “요즘엔 다양한 텍스처 표현이 가능한 페인트가 정말 많습니다. 벽면 마감을 할 때도 질감 처리가 가능한 스페셜 도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주문 제작하는 빌트인 가구 마감에도 흔히 사용하고 있어요.” 신선주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텍스처 표현이 가능한 벽 마감을 하는 경우, 지나치게 거친 텍스처는 청소할 때나 몸이 닿았을 때 오히려 불편할 수 있고 금세 질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유불급! 텍스처 레이어링도 예외일 수 없다.



에디터 신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