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4 귀엽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동물 애니메이션 모음.zip

씨네아카이브 네 번째 에피소드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소개를 이어가 보려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사 영화를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골라봤다.

애니메이션은 장르적 특성을 활용해 실사 영화보다 더 풍부한 방식으로 서사를 확장시키고 표현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특정 연령대를 위한 것이 아닌 보이는 것 이면에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사화적인 메시지는 물론 철학적인 주제를 담아 전 연령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하는 만큼 이번에 추천할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특색이 돋보이면서도 영화의 함축적인 메시지를 통해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프랑켄위니>, <주토피아>, <환상의 마로나>, <플로우> 4편을 소개한다.
<프랑켄위니 (Frankenweenie)>, 팀 버튼 감독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스틸컷)

<프랑켄위니>는 주인공 소년 빅터가 자신의 애완견을 과학의 힘으로 되살리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팀 버튼 감독의 작품으로 팀 버튼 감독이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던 당시 30분 분량의 실사 단편으로 제작한 동명의 영화를 장편으로 리메이크했다.

제목이자 주인공 강아지의 이름인 ‘프랑켄위니’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메리 셀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영감을 받아 흑백의 스톱모션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기묘하지만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캐릭터 속에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아내며 개봉 당시 호평과 함께 유수의 애니메이션 영화제 수상과 더불어 제85회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영화는 스톱모션으로 제작된 만큼 2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을 거쳐야 했는데 팀 버튼 감독은 “스톱모션이야 말로 기괴한 그림을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이자 흑백과의 조화를 통해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의 단순함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는데 이 단순함에 반응할 때야 말로 마법의 순간”으로 “사람들의 삶에 주목해 결이 살아 있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을 <프랑켄위니>의 제작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영화는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와 함께 묘한 매력이 있는 독특한 캐릭터와 예상을 빗나가는 스토리라인이 돋보인다. 반려견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학의 힘(?)을 빌려 강아지를 부활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반려동물과의 이별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필멸의 운명을 지니고 있기에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 현실’에 닿아 있을 때 더욱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주토피아 (Zootopia)>, 바이런 하워드 감독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스틸컷)

동물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을 빼놓을 수는 없지 않을까. 최근 속편까지 성공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주토피아>는 디즈니의 부활을 알린 작품으로 모든 동물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주토피아’를 배경으로 이제 막 경찰학교를 졸업한 열정 넘치는 토끼 경찰관 ‘주디’가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난 여우 ‘닉’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디즈니의 부활을 제대로 알리며 세계관, 메시지, 완성도 등 21세기 디즈니 오리지널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데 극을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와 반전에 반전을 숨겨둔 서사 안에 ‘편견과 차별’ 같은 현대 사회의 이슈를 녹여내며 호평받았다. 무엇보다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수사물,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누아르, 주디와 닉의 성장과 우정을 그린 버디무비까지.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아우르며 그 속에 귀여운 캐릭터와 동물들의 특성을 활용한 유머코드, 주제의식까지 잡아내며 ‘우화의 정석’을 디즈니만의 방식으로 제대로 구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동물들의 특성을 세밀하게 묘사해 캐릭터화하는 방식은 감탄을 자아내는데 (나무늘보는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제작진들은 방대한 양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등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50여 종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주토피아를 구현해 냈다고 한다.

영화는 보이는 이미지로만 상대방을 평가하는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 이야기했지만 주토피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인간 사회에 빗대어 보아도 시사하는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편견과 차별에 사로잡히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자’는 메시지는 어른들에게 더욱 와닿을 법하기에 <주토피아>가 픽사가 아닌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발행인에게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작품의 메시지보다는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판타지 동화에 국한되어 있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주토피아>를 통해 디즈니 역시 캐릭터와 서사뿐만 아니라 주제의식을 선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도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환상의 마로나 (L'Extraordinaire Voyage de Marona)>, 안카 다미안 감독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스틸컷)

<환상의 마로나>는 로드킬을 당한 강아지 ‘마로나’가 자신의 생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세 명의 주인을 만나며 겪게 되는 견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아홉’으로 태어나 마지막에는 ‘마로나’로 불린 개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마로나의 시선에서 그려내며 그 속에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녹여내 호평받았다.

영화는 마로나의 죽음에서 시작해 마로나가 ‘아홉’이었던 시기를 지나 ‘아나’ 그리고 ‘사라’를 거쳐 ‘마로나’가 되기까지 세 명의 주인과 함께 하며 보낸 견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로나의 목소리와 시선으로 그려냈는데 “개의 일상을 온전히 개의 것으로 되돌려 주고자 하는 작품”으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작화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를 통해 제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의 시나리오는 감독의 아들이 집필했는데 실제 유기견 임보경험을 토대로 만들었으며 마로나라는 이름 역시 2014년 구출한 강아지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는 마로나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우쳐주며 벗어나지 못한 과거 혹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사로잡혀 현재를 누리지 못하고 행복을 놓쳐버리는 인간들의 모습에 경종을 울린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반려견들이 보여주는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의 자세, 좋지 않은 일을 용서해 주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태도 등을 좋아한다. 미래에 저당 잡히거나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현재를 사는 것이 말로는 쉬워 보여도 인간으로서 성취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개들은 너무도 당연한 듯 이곳과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그런 의미에서 나의 선생님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감독의 말처럼 마로나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행복이란 결국 성취해야 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기쁨을 찾을 수 있는 태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플로우 (Straume)>, 긴츠 질바로디스 감독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스틸컷)

<플로우>는 인간이 살았던 흔적만이 존재하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홀로 살고 있던 고양이가 갑작스러운 대홍수를 겪으며 만나게 된 카피바라,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와 함께 낡은 배에 올라타 망망대해를 떠돌며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렸다.

영화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직 동물들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칸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으며 이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골든 글로브, 제97회 아카데미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장편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불러모았는데 놀라운 것은 영화의 작화를 오픈소스 무료 3D 그래픽 도구를 통해 제작했다는 점이다. 동물만 등장하는 세계관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들의 울음 소리나 행동으로만 극이 진행되는데 동물 울음소리의 경우 등장하는 카피바라와 고래를 제외하면 실제 반려묘 또는 동물원의 동물들 소리를 직접 녹음한 것으로 카피바라의 경우 낙타, 고래의 경우 호랑이의 소리를 활용해서 완성했다고 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이 연대하며 생존하는 모험담을 그렸는데 각 개체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활용한 섬세한 묘사와 작품의 세계관이 되어준 경이로운 풍경은 대사 한 마디 없는 영화임에도 관객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동물들이 보여주는 ‘생에 대한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대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이게 된 동물들은 고양이를 제외하면 각자 무리에서 버려져 소속감을 박탈당한 존재로 묘사된다. 실제 동물의 세계라면 결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개체들이 낡은 배에 모여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 되어주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형용할 수 없는 뭉클함이 피어난다. 어쩌면 단순한 서사의 모험담이 울림을 주는 것은 결국 <에이트 빌로우>처럼 생존을 위해 분투하며 연대하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동물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도 즐겨 보는 발행인의 취향에는 매우 잘 맞는 작품이었는데 동물 다큐 좋아한다면 꼭 감상해 보기를 추천하는 작품이다.)


영화로운 기록생활, 씨네아카이브는 매주 금요일 함께 나누고 싶은 영화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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