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시행 3개월 앞두고 완성품 나오는 ‘AI 디지털 교과서’

임경진 기자 2024. 9. 27. 15: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 도입 앞두고 교사들 “적응 시간 촉박”… 정부 “예정대로 추진”
9월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행사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토타입을 활용한 수학 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임경진 기자]
"선생님이 우리 반 친구들에게 'AI 개별 맞춤 학습지'를 전송했어요. 오늘은 수학 익힘책 대신에 이걸 풀겠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각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학습지를 만들었어요. 선생님이 AI가 만든 학습지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문제를 넣고 뺐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학습지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까 옆 친구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9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 행사장에 작은 교실이 열렸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와 4학년 학생 11명이 25분 동안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활용한 수학 수업을 시연했다. '소수 두 자릿수의 뺄셈을 알아봅시다'가 이날 학습 주제. 학생들의 책상 위에는 종이 교과서 없이 태블릿만이 놓여 있었고 학생들은 연필 대신 전자펜을 들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AI 개별 맞춤 학습지'를 전송하자 학생들은 태블릿에서 응시 버튼을 눌러 각자 받은 학습지를 풀기 시작했다.

AI 활용한 맞춤 문제 학생 수준 따라 출제

이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지를 푸는 동안 교사용 태블릿을 통해 학생들이 각자 쓴 계산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종이 학습지를 나눠줬다면 일일이 학생의 곁으로 가 종이 학습지를 들여다봐야 했을 일이다. 프로토타입에는 타이머, 함수 그래프 그리기 등 다양한 교육용 프로그램도 탑재돼 있어 교사와 학생이 여러 교육용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디지털 교과서 안에서 다양한 학습 도구를 활용할 수 있었다.

AI 기능은 '개별 맞춤 학습지' 제작에 활용됐다.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토타입 제작 업체에 따르면 학생이 개념 A와 B가 포함된 문제를 틀렸을 경우 AI는 학생이 어떤 개념을 모르는지 알기 위해 개념 A만 포함된 문제를 학생에게 제시한다. 학생이 제시된 문제를 맞히면 AI는 학생이 개념 B를 모른다고 판단해 맞춤 학습지를 구성한다. AI 디지털 교과서 업계 관계자는 "기존 문제 은행은 학생이 틀린 문제에서 숫자만 바꾼 것을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제시해 왔는데 이는 학생이 문제 풀이 방식을 외우게만 만든다"며 "AI를 활용하면 학생이 어떤 개념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태블릿을 이용해 수업과 무관한 웹 서핑이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부작용은 '이탈' 표시 기능이 차단했다. 학생이 수업이 진행되는 페이지에서 벗어나 있으면 교사의 태블릿에는 '이탈'한 학생이 누구인지 표시됐다. 교사는 '불러오기' 버튼을 이용해 학생의 태블릿에 수업 중인 페이지를 원격으로 띄웠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윤석열 정부의 3대 교육개혁 과제인 디지털 교육혁신의 하나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특수(국어) 과목에 도입된다. 2028년에는 국어, 사회, 과학, 역사 등 주요 과목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3년간은 종이 교과서와 AI 디지털 교과서를 병행하고 2028년 이후 디지털 교과서로 전면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사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늦춰야"

이날 시연된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토타입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일부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수를 위해 만든 자료로 완성품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될 완성품은 교과서 검정 심사를 거쳐 올해 11월 29일 발표된다. 교사들이 내년 1학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완성된 AI 디지털 교과서를 체험해 볼 시간이 3개월에 불과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가 선발한 '교실혁명 선도교사'로서 AI 디지털 교과서 프로토타입을 사용해 본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는 "지난달 교사 연수를 위해 인근 학교에 가보니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없는 교사들은 디지털 교과서 조작을 어려워했고 학생 한 명당 패드 한 대씩이 아직 보급되지 않은 학교도 많았다"며 "교사들이 AI 디지털 교과서를 직접 사용해 보면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아야 하는데 이 작업을 3개월 만에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40대 초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경우 교사들이 다른 학교로 옮길 때 이전 학교에서 사용하던 디지털 교과서 저장 자료를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며 "번거로운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기보다 그냥 개인 USB에 학습자료를 저장해두었다가 학생에게 종이 프린트물을 나눠주거나 온라인 링크를 보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 시연을 참관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AI 기능의 안전성 문제도 제기됐다. AI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프리랜서 이모 씨(33)는 "최근 발생한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AI 서비스는 상용화가 된 뒤에야 생각지 못한 문제점이 발견된다"며 "공교육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할 때는 교사·학부모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교사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수업에 익숙해졌고 겨울 방학에 AI 디지털 교과서 관련 교사 연수도 예정되어 있어 내년 3월부터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 제작 업체들에서 AI로 인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의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