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로 두 팔 잃어, 올림픽서 앞만 보고 달렸다…김황태 선수의 감동 못잊어”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10. 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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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장애인 구호 활동 31년째 지속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서
한국 대표로 플래카드 들고 입장
공식 후원사 코카콜라와 인연
…“김황태 선수 인간승리에 감동”
‘굿윌스토어’ 100호점까지 늘릴 것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사진=한국 코카-콜라>
“올해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이 종합 8위를 했지만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에서는 22위에 그쳤어요. 우리나라가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진 않은지 반성해야 합니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67)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패럴림픽은 그 나라가 장애인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사회적으로 지원할 여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척도”라며 장애인의 사회·경제 자립과 도전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사진=한국 코카-콜라>
밀알복지재단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복지 사업을 하는 법인이다. 국내에 50여개의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해외 11개국에서도 13개 사업장을 운영한다. 모두 장애인들의 복지 증진과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는 현지에서 피난민들에게 식사와 물을 돕고 숙소를 제공할 정도로 활동의 폭도 넓다.

정 대표는 밀알복지재단의 시작 이전부터 함께했다. 1979년 설립한 한국밀알선교단이 그 전신이다. 시각장애인이던 대학 친구와 의기투합해 장애인 선교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얼마 뒤 친구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정 대표 혼자 조직을 맡게 됐다. 장애인에게 신앙을 권하기 위해서는 생활을 안정시키는 복지활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1993년 밀말복지재단을 만들었다. 국내외에 인연도 없던 독지가들이 장애인 구호라는 대의에 공감해 수십억원대 자금을 쾌척한 덕분에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사진=한국 코카-콜라>
정 대표는 최근 파리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과 플래카드를 들고 입장해 주목받았다. 개막식 무대에 서게 된 데에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와의 관계가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콜라는 2022년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실내 숲 조성사업을 시작하며 첫 손을 잡았다. 전국 38개 지역아동센터에 5억원을 들였다.

밀알은 ‘코카콜라 장학금’에도 참여했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장애가 있는 당사자도 힘들지만, 장애인 형제자매를 둔 가족의 경우 일방적인 양보와 배려를 강요받는 등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애인 구호를 전문으로 해왔던 경험이 있기에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다. 연간 40명에게 300만원씩 1억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장애인들이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고 숨으려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들 역시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아서 장학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사진=한국 코카-콜라>
패럴림픽 현장에 참석한 정 대표는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로 출전한 김황태 선수를 가장 인상깊게 회상했다. 2000년 감전사고로 양 팔을 잃은 김 선수는 재활체육을 통해 운동에 매진했다. 세계장애인선수권 대회에서 태권도로 은메달도 땄다. 올해에는 트라이애슬론 종목으로 출전해 11명 중 10위를 했다. 부인은 환복 등을 돕는 경기 보조인으로 함께 했다. 성적은 높지 않았지만 인간승리이자 올림픽 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정 대표는 “올림픽은 경기를 통해 영웅이 탄생하지만, 패럴림픽은 처음부터 영웅이 참석한다”며 “부인의 사랑으로 재활을 하고 떳떳하게 운동선수가 된 모습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신체 재활을 넘어 직업 재활이 진짜 재활”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장애인들에게도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밀알은 의류·액세서리 등 중고품을 기부받아 판매하는 ‘굿윌스토어’를 열고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오는 8일 35번째 매장을 열 예정이다. 정 대표는 “10년 안에 100개 사업장으로 확대해 1500명 이상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업 재고상품을 판매하는 ‘기빙플러스’도 현재 23개 점포를 1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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