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스코리아 미의 '반전' 근황

조회 8242024. 12. 13.
서민주
[인터뷰] '소방관' 서민주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에는 화마와 맞서 싸우는 소방대원과 함께 그들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슴을 태우며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이 등장한다. 서부소방서 소방관 효종(오대환)의 여동생이자 기철(이준혁)의 예비신부인 효민(서민주)이 그렇다. 효민의 뱃속에는 아이도 자리 잡고 있다. 늘 위험천만한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는 가족의 곁에서 효민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또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 '소방관'에서 효민을 연기한 서민주는 영화에서처럼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자신만의 현명한 방법으로 타파해나가고 있다. 우연히 배우의 길에 들어서 단역부터 차근차근 쌓아오며 작지만 이름 있는 역할을 맡기까지 길고도 험난한 시간을 견뎌내는 중이다. 서민주는 '소방관'을 스크린에서 만나기까지 4년의 기다림, 새로운 배역을 만나기 위해 인내하는 시간을 떠올리며, 걷던 길을 벗어나 방향을 바꾼 딸을 묵묵히 기다려주는 부모님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완성된 '소방관', 4년의 기다림

2020년 촬영 일정을 마친 '소방관'은 코로나 팬데믹과 주연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개봉하지 못한 채 시기를 연기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4일 무려 4년 만에 스크린에서 공개됐다.

서민주는 "영화를 보기까지 너무 오래 기다렸다"며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와 촬영했을 때와는 또 다른 전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개봉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자 곽경택 감독님께서 심혈을 기울이신 것이 느껴졌다. VIP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봤지만, 심야나 조용한 시간대에 일반 상영관에 혼자 가서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소방관'은 2001년 3월 4일 발생한 서울 홍제동 빌라 화재 참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집주인 아들이 보험금을 목적으로 방화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이 불길 속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집주인 아들이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말(그는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에 소방관들은 다시 진입했고, 지반이 약한 건물이 무너지면서 6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당시 사건으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 문제가 제기됐다. 그들은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과 제대로 된 장갑조차 제공받지 못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 주차로 인해 소방차가 화재 현장까지 진입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서민주는 "촬영을 준비하면서부터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소방관들에 대해 관객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이 트라우마를 엄청 심하게 겪으시잖아요. 영화를 통해 힘들게 일하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고, 그 사건 이후로 처우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조금 더 잘 개선되면 좋겠어요. 불법 주정차 같은 문제도 그렇고요. 영화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119 챌린지'로 기부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니까 좋은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소방대원의 가족, 효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

서민주는 2019년 오디션을 통해 '소방관'의 효민 캐릭터를 만났다.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았다는 그는 "'정말요?'라고 말하며 깡총깡총 뛰었다"며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한 달이 넘어가면서도 연락이 없어 포기하려던 차"였다. '소방관'에서 효민의 촬영 분량은 6회차 정도였지만, '효민'이라는 이름을 받은 작품이라서 "남다르고 애틋하다"고 답했다.

효민은 자신의 가족 중 소방관이 두 명이나 있다. 극중 효종이 예비신랑 기철에게 "그래도 집에 소방관 두 명은 그렇지 않냐"며 행정직으로 가길 권유하는 모습에서도 느껴지듯, 소방관의 가족으로서 겪는 고충이 영화에 담겼다. 효민은 겉으로는 티내지 않지만, 늘 곁에서 챙겨주며 그들의 안전을 기원한다.

"(화재 현장에)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이 소방대원분들이잖아요. 제 주변인물들이 소방대원으로 등장해요. (저를 비롯해서)그들을 걱정하는 다른 가족들이 있고요. 소방대원을 가족으로 둔 가족들의 심경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들은 화재 현장으로 출동하잖아요. 가족들은 그걸 알지만 직업을 존중하고 기다려야 하죠. 사실 경험해 보지 않아서 100% 알지는 못하지만, 촬영을 준비하면서 그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 "1년만 더 해볼게" 우연을 필연으로 바꾼 서민주의 인생

1988년생인 서민주는 충북대와 한양대 대학원 전자컴퓨터통신공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로 선발되면서 우연하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서민주는 "동생이 출전하기로 했지만 어렵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내가 출전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그는 "대학원을 졸업한 시기였다. 동생이랑 미스코리아 상담을 갔다가 권유를 받았다. 그때도 삼성 입사시험 문제집을 들고 갔던 것 같다.(웃음) 회사에 입사할 준비를 하고 있던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미스코리아에 당선되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접하게 됐어요. 평소였다면 못해봤을 것들이었죠. 그 중 하나가 연기였어요. 사실 '원래대로 돌아가야지' 했는데, 이전에 했던 것들을 다 놓을만큼 연기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다시 돌아가거나 아쉽다고 생각한 적도, 후회한 적도 없어요."

기존에 쌓아왔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할만큼, 서민주를 사로잡은 연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서민주는 "학교를 다니거나, 세미나를 할 때 발표를 하지 않나. 그 시간들은 나한테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어떻게 잘 넘기지'라는 생각이 주를 이뤘다"며 "하지만 연기를 할 때는 반대였다"며 웃었다. 그는 "연기를 하는 그 시간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도 있지만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길목에서 갑자기 다른 경로로 방향을 바꾼 서민주는 부모님에게 "1년만 더 해볼게"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늘씬녀1, '담보'의 크리스탈, '미션 파셔블'의 탱고 강사, 드라마 '킬힐'의 문디디까지. 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 이름 없는 단역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지금의 '소방관'의 효민을 만나기까지 오랜 기다림의 시간들이 있었다. 여섯 자매 중 넷째라는 서민주에게 부모님은 극중 효민처럼 딸이 나아가는 길을 믿어주었다.

"부모님은 저를 늘 기다려주시죠. 어쩌면 '1년만 더 해보고 회사를 가겠지'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이 길을 선택하고 한창 ing 중이잖아요. 그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해서 가족들이 지금은 응원도 해주고 도움이 되려고 노력도 해주는 것들이 너무 감사해요. 효민을 연기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막연한 일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도 했어요. 단기간에 뭘 보여드리지도 못했고. 너무 고마운 마음이죠. 지금은 주변에 자랑하고 그러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냥 저한테 표현만 많이 안 하셨지. 응원해 주고 계신 것 같아요."

어쩌면 막연해 보이고 지난한 순간들을 버텨내기 위해 서민주는 "바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며 "가만히 있기보다는 뭐라도 하려고 한다. 할 게 없으면 집을 다 뒤집어엎어서라도(웃음)"라며 또 한번 웃었다. 앞으로 "필요가 있는 배우"이자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는 필모그래피를 하나씩 채워가는 순간들이 감사하기만 하다.

"원래 낙천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잘 안 하려고 해요. 하나를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하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그 1년 안에 공부를 하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증서나 상을 받으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든. 지금 많은 작품을 하지는 못했지만, 필모그래피라는 보물 창고 안에 하나하나 작품을 소중하게 넣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사진=맥스무비, 바이포엠스튜디오, 서민주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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