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해커, 변화 빠른 중고생도 경쟁력 있죠"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이충우 기자(crony@mk.co.kr) 2022. 11. 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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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게이트 2022' 주니어부 압도적 1위 허승환군
디지털미디어고 3학년 학생
화이트해커 조기 양성 강조
정예 화이트해커 1명이
일반 전문가 천명 물리쳐
교재 없어 컴퓨터 좋아하고
스스로 공부해야 최고 가능

"1명의 제대로 된 정예 화이트해커는 500명, 1000명의 일반 해킹 전문가를 이길 수 있죠. 바로 이런 최고의 화이트해커를 조기에 양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다음날인 지난 18일. 후드티를 입고 매경미디어센터를 찾은 한국디지털미디어고 해킹방어과 3학년 허승환 군(사진)은 세계 최고의 고교생 화이트해커(해킹을 방어하는 보안 전문가)가 된 소회를 묻자 이 같은 당찬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이달 초 열렸던 한국의 세계적 해킹방어 대회인 '코드게이트 2022' 주니어부에서 2위와 압도적 점수 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코드게이트는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이 만든 해킹방어대회로, 보안 전문기업 티오리를 창업한 박세준 대표 등 한국 최고의 화이트해커를 배출한 보안 인재 등용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 허군은 예선 때부터 압도적 해킹 방어 실력을 선보이며 주니어부의 다른 실력자들을 따돌렸다. 그 비결을 묻자 그는 "해킹 공부는 별도의 교과서가 없다"며 "컴퓨터를 진짜 사랑해야 최고의 화이트해커가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PC에서 게임을 할 때마다 잔고장이 많아 이를 고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컴퓨터에 관심이 생겼어요. 중학교 땐 학원에서 C언어와 파이선을 배우면서 컴퓨터에 관한 관심을 늘려 나갔죠."

본격적으로 해킹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코딩을 이해하는 수준의 접근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는 점을 간파했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 하드웨어까지 알아야 컴퓨터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력을 월등히 끌어올릴 수 있음을 깨달았다. 더구나 해킹은 정규 교육과정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기술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그래서 온갖 해킹 수법과 코드를 탐색할 수 있는 구글 사이트가 허군에게 최고의 '교과서'였다. 해킹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서울대 강의용으로 활용되는 선형대수학 교재를 사서 스스로 습득하기도 했다. 해킹은 기본적으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대충 이해했다고 넘기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화이트해커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보다도 훨씬 더 도움이 된 것이 학내 해킹 동아리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에서 진행하는 BoB(Best of Best·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이었죠. BoB에서 현업 실무자들이 해킹 관련 실제 사례를 들어 강의를 해준 게 인상 깊었습니다."

내년 2월 졸업과 동시에 그는 대학에 진학해 전기전자 등 컴퓨터와 관련된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며 한층 더 실력을 갈고닦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부와 국내 대학들이 손잡고 유능한 고교생 화이트해커들을 보다 적극 껴안아 최정예 화이트해커를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카이스트,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숭실대 등 5개 대학을 중심으로 해킹 능력이 뛰어난 고교생을 매년 20명가량 뽑는 상황이다. 정부의 사이버보안 인재 10만명 양성 목표에 걸맞게 보다 더 많은 대학에서 컴퓨터에 관한 운영 원리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대학 정원 확대, 대학 교육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허군은 강조했다. 그는 "화이트해커는 빠르게 바뀌는 업계 특성상 10·20대가 실무에 있고 30대부터는 지도자가 되곤 한다"며 "더 많은 젊은 10·20대 인재들이 해커 분야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10위권이라는 국격에 맞게 정예 화이트해커를 현재 수백 명 단위에서 세 자릿수(1000명 이상)로 늘려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BoB 같은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에는 매년 200명이 참여하는데, 이 중 고교생은 10명 정도에 불과하죠. 유망한 고교생이 더 많이 BoB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수업일수를 조정해주거나 혹은 BoB보다 한 단계 낮은 초·중급 수준의 화이트해커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의 저변을 넓히는 게 중요합니다."

[나현준 기자·사진/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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