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재는 탈출, 미래인재는 외면…우리금융 뒤흔든 ‘임종룡 리스크’
4대금융 중 ‘세계 최고 직장’ 유일한 순위권 밖…의욕 떨어진 내부 직원들 ‘탈출 고민’
우리나라 4대 금융그룹의 한 축을 차지하는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의 명성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임 회장의 대출비리 의혹과 현직 경영진의 사실 은폐 의혹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비리 기업’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을 둘러싼 구설수가 연일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실추돼 타 금융사로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엔 신입사원 연수 중 타 시중은행의 합격 통보에 곧장 합격을 포기한 사례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만 틀면 나오는 회사 다니기 싫다” 직원·취준생 모두 피하는 기피하는 우리금융
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포브스는 매년 독일 여론조사기관 스태티스타와 협력해 최소 2개 대륙에서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850곳의 기업 평판 순위를 발표한다. 해당 조사에 참여한 임직원은 소속 회사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급여, 인재 개발, 기업 문화 등의 기준에 따라 회사를 평가했다. 조사 과정에는 기업이 관여할 수 없으며 응답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게 포브스의 설명이다.
올해 실시된 ‘2024 세계 최고의 직장’ 조사에서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그룹의 순위는 일제히 상승했다. KB금융은 전체 11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48위에서 1년 사이 37계단이나 올랐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70위에서 92위로 무려 80계단이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지난해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올해는 300위권 내에 안착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순위 85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에도 순위권 입성에 실패한 바 있다. 올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중에서 순위권 내에 들지 못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했다.
실제로 최근 우리금융을 자발적으로 떠나는 정규직 임직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 지난 6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이직자 수는 총 750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희망퇴직자(349명)를 제외한 자발적 퇴사자 수는 401명으로 전체 이직자(1254명)의 32%를 차지했다. 2022년(26%)에 비해 약 6%p 증가한 수치다. 특히 얼마 전엔 우리금융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까지 발생해 내부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 우리금융의 평판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우리은행의 신입사원 연수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타 은행 합격 사실을 통보받고 중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리은행 내부 직원은 “이번 하반기 공개채용 합격자들의 연수 과정에서 H은행 합격자 발표가 나자 신입사원들이 대거 연수원을 떠났다”며 “인원이 급격하게 빠져 조를 다시 짜게 됐다”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현직자 이정수 씨(29·남·가명)는 “요즘 뉴스만 틀면 우리금융에 대한 불미스러운 일이 나오다 보니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신다”며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우리금융 하면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이었지만 요즘은 윗사람들이 저지른 비위 때문에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울 정도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취업을 준비 중인 정윤수 씨(26·남)는 “취업준비생 입장으로 시중은행 어느 곳이든 합격만 하면 그 곳에 입사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만약 두 은행에 중복으로 합격한다면 우리금융은 비교 대상에서 가장 끝에 있다”며 “주변 이야기를 들어 보면 타 시중은행에 비해 수직적 문화가 지배적이라는 평가가 다수고 과거에 비해 위상도 너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사태 해결의 총대를 멘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은 ‘임종룡 책임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검사에서 임 회장 및 조 전 은행장 임기 중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 대출이 다수 집행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현재 임 회장이 부당 대출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하고도 금융당국에 수개월 늦게 보고한 배경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임 회장은 본인의 거취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금융의 경우 최근 잦은 금융사고와 관련해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며 “기업 이미지 악화는 내부 인재의 이탈을 부추기고 미래인재의 유입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최근 불거진 부정적 이슈가 최고위층에서 벌어진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 대내·외 신뢰를 재건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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