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쩐의 전쟁` 개입... MBK 콜옵션 살핀다
전구체 핵심기술 지정도 변수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의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으로 비화되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영풍-MBK간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의 고려아연 제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도 변수로 부각된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와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동시에 기술 해외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MBK는 9일 입장문을 내고 "추가적인 가격 경쟁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 볼 수만은 없다"며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MBK는 또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기존 전문경영진을 교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임직원 고용을 보장하겠다"며 "중국으로의 매각이나 기술 해외유출과 같이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가지는 역할을 저해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MBK의 입장은 최근 정부 입장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특히 영풍과 MBK가 맺은 콜옵션 계약과 관련해 관련 사항을 구체적으로 공시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려아연은 "MBK 인수비용을 최초 공개매수가(66만원)로 공개매수에 최대 규모로 성공했다고 계산하면 약 3조2600억원이다. 이 비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는 가정 하에 공개매수가 83만원 시 주당 행사가는 39만원으로 낮아진다"고 비판했다. 영풍이 MBK에만 헐값에 고려아연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불공정 행위라며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MBK는 "콜옵션 행사가격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합의된 가격으로 고정돼 있다"며 "콜옵션 행사 가격은 고정돼 있고 공개매수 가격에 연동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개매수가가 오르면 영풍·MBK에 모두 부담이 된다는 주장으로, 이날 공개매수가 인상을 결정하지 않은 것도 연장선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이 제련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기업과 협의해 국가핵심기술과 관련해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산업부에 전구체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여부를 판정해 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서 MBK에 중국 지분이 포함된 것을 거론하며 "기술 유출이나 국부 유출에 대해 국가가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된다"며 "MBK나 영풍 뒤에는 반드시 중국이 있고 뒷배는 중국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광일 MBK 부회장을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서 자본 유출 우려에 대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으로 높지 않다"며 해외에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울산 지역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보이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MBK가 인수할 경우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인 고순도 황산 공급망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가 MBK 공개매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핵심 기술인력 이탈도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영풍과 MBK는 장담하건대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다. 기술안보를 지키기 위해 저부터 우리 기술자들은 다 그만둘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영풍·MBK는 지난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인상해 매수 기한을 14일까지 연장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매수 마감일은 영풍정밀 21일, 고려아연 23일이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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