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디폴트 늘어난다” S&P 경고
신흥국들이 구조조정을 피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자본 시장 접근이 제한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가 경고했다.
다만 기존 채권을 새 채권으로 바꿔 제공하는 환매 같은 새로운 기법들이 등장해 디폴트처럼 보이지 않는 디폴트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P는 보고서에서 빈곤국들이 현재 상당한 규모의 부채 부담을 지고 있고, 고금리 유산까지 안고 있어 이들의 디폴트가 앞으로 10년 동안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달 기준 금리를 0.5%p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선진국들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지만 상당수 신흥국들은 외화 부채를 갚을 능력이 안 되고, 해외 자본 시장 접근도 어려워 디폴트를 선언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S&P는 “불어난 부채와 주요 통화(경화) 이자 비용 증가로 인해 앞으로 10년에 걸쳐 신흥국들의 외화표시 부채 디폴트는 과거에 비해 더 빈번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봤다.
잠비아, 스리랑카 등이 최종 디폴트를 피하는 등 일부에서 희망적인 조짐이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P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케냐와 파키스탄도 디폴트 문턱까지 갔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에 힘입어 가까스로 디폴트를 피했다.
그러나 디폴트를 면했다고 해서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여전히 채권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존 부채를 채권 발행으로 차환하기도 불가능하다. 이들은 두 자릿수 금리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디폴트에서 벗어난 나라들도 있다.
가나는 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 표시 채무 구조조정을 완료하면서 간신히 디폴트에서 벗어났다. 그 대가로 채권자들은 부채 37%를 탕감해 줘야 했다.
연초에는 잠비아가 4년짜리 채무 구조조정을 끝냈고, 새 정부가 들어선 스리랑카는 2022년에 선언한 국채 디폴트를 조만간 채권단과 합의에 도달해 디폴트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침공 이후 채무지급을 중단했지만 이제 200억달러가 넘는 채무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디폴트에서 벗어났거나 조만간 벗어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고금리로 복귀해야 한다.
S&P의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국채 담당 스페셜리스트 프랭크 길은 채무 구조조정을 거친 국가들은 과거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아진다면서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금리 부담 증가로 인해 이들이 디폴트에 다시 빠질 위험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길은 이들 나라가 어떤 재정 선택을 할지, 외국인 직접투자(FDI) 같은 해외 자본 유입이 어느 정도나 될지 역시 적자 폭을 좌우한다면서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이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고 덧붙였다.
S&P에 따르면 정부가 평균적으로 세수의 20%를 이자 지급에 써야 할 정도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대개 1년 뒤에는 디폴트에 빠진다.
내년에 외환보유액 대비 이자 부담이 대거 증가하는 나라는 최근 구제금융 자금을 확보한 인도와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몰디브 등이다.
아르헨티나는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환 표시 채권 약 110억달러를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 사전 동의 없이도 만기 부채를 시중 금리를 적용하는 새 채권으로 차환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른바 환매, 바이백이다.
이런 환매는 새로운 형태의 디폴트가 될 전망이다.
S&P 선임 국채평가 애널리스트 줄리아 필로카는 앞으로 10년 이런 환매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디폴트의 본질이 비전통적인 것으로 광범위하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로카는 “마치 디폴트처럼 보이지 않는 환매 시장 조작이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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