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우리 군은 전투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정작 그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은 미국에 의존해야만 했습니다.
KF-21 보라매라는 훌륭한 전투기를 개발했지만, 엔진 하나 때문에 수출에 제동이 걸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어 왔죠.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2040년까지 3.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전투기 엔진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12월 20일 제1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이 야심찬 계획이 국가 정책으로 확정되면서, 대한민국 방산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국가 정책으로 확정된 첨단 항공기 엔진 개발
지난 12월 20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우리 군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회의였습니다.
KDDX 한국형 구축함, 군정찰위성 2 사업과 함께 첨단 항공기 엔진 개발 계획이 통과되었는데, 이는 단순한 사업 승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항공 강국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KDDX 구축함에는 2036년까지 7조원이, 군정찰위성 2 사업에는 2035년까지 1.8조원이 투입됩니다.
그리고 엔진 개발 사업에는 2040년까지 3.3조원 이상이 본격적으로 투자되는 것이죠.
이번 결정의 핵심은 그동안 방위사업청과 국책연구원, 방산업체들이 각자 추진하던 사업들을 정부 정책으로 통합했다는 점입니다.
흩어져 있던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면서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죠.
국가 정책으로 확정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예산만 확보된 것이 아닙니다.
대규모 인력과 자금이 안정적으로 투입되면서 연속성을 가지고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고속도로가 깔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27년부터 시작해 13년간 진행될 장기 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국내 산업계도 본격적인 국산화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표는 24,000파운드급 대출력 엔진
이번에 개발하려는 엔진의 스펙은 상당히 야심찹니다.
기본 출력 16,000파운드급이며, 애프터버너를 가동할 시 24,000파운드까지 낼 수 있는 장수명 대출력 엔진을 우리 손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죠.
단순히 엔진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엔진 제작과 인증, 기체에 대한 통합까지 모든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포부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개발이 완성될 경우 KF-21 보라매 전투기를 활용해 시험 비행까지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우리가 이미 확보한 전투기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실제 전투기에 장착해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은 개발 과정에서 엄청난 이점이 될 것입니다.
개발 조건을 살펴보면 보라매 전투기에 적용한 미국산 엔진을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사업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보라매에는 제너럴일렉트릭이 개발한 F414 엔진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는 F-50 경전투기에 적용한 F404 엔진의 후속 모델입니다.
F414는 미 해군의 FA-18 슈퍼호넷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한 엔진으로, 밀추력 14,000파운드급, 애프터버너 가동 시 22,000파운드까지 낼 수 있죠.

보라매는 슈퍼호넷과 같은 엔진을 쌍발로 배치하고 있지만, 슈퍼호넷보다 기체 중량이 적고 복합재가 많이 적용되면서 추중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력이 확대되고 애프터버너 출력을 높게 설계할 수 있으면서도 기체 중량이 적어, 에어프레임 설계가 뛰어난 보라매가 슈퍼호넷보다 경쾌한 기동력과 빠른 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F414 엔진을 넘어서는 국산 엔진의 야망
국산 엔진은 F414 엔진 최후기형, F-16에 적용된 F110 엔진 초기형과 비슷한 추력대를 갖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펙으로는 F414 엔진과 같은 구성으로 개발되지만, 효율과 출력을 최대한 뽑아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보라매 전투기의 기동성과 비행 성능을 최대한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개발된 내구성 강화 버전을 추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F414 엔진의 경우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데, 그중 고압 터빈과 압축기를 재설계한 버전은 엔진 내구성을 세 배 향상시키고 연비까지 개선한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부터 고성능 엔진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현재 완성을 앞두고 있는 5,500파운드급 무인기 엔진이나 만 파운드급 경전투기용 엔진보다 극한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투기 엔진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 중 하나로, 고온에서 견디는 기술과 특수 합금 등 소재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개발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극한의 기술, 단결정 블레이드의 세계
엔진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터빈과 압축기입니다.
이 부품들은 평균적으로 1,6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분당 1만 회전 이상의 속도로 작동합니다.
극한의 조건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죠.
이 때문에 고열에 견딜 수 있는 특수한 금속이 확보되어야 하고, 녹아내리지 않도록 냉각을 위한 미세한 바늘 구멍을 가공해 찬 공기가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분당 1만 회전의 고속 회전으로 금속이 높은 회전력에 노출되기 때문에, 내부 조직이 늘어날 경우 엔진 마찰로 폭발할 수 있어 극한의 정밀도가 요구됩니다.
외부 케이스와 치밀하게 조립되는데, 조금이라도 블레이드가 팽창하면 부품끼리 충돌하면서 폭발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무리 내열 소재의 특수 합금을 개발한다 해도 1,200도 이상이 한계라는 점입니다.
400~500도나 높은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금속이 없는 상황이죠.
이 때문에 고온에서 수천 시간을 가동해야 하는 블레이드나 압축기 연소실용 부품들은 단결정으로 개발되어야 합니다.
단결정이란 내부 조직이 규칙적으로 원자들이 배열된 금속을 말합니다.
다결정 금속과 달리 강도가 높고 균일한 표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극한의 조건에서 사용되는 부품이 다결정 금속일 경우에는 극한 온도에서 팽창으로 쉽게 파괴될 수 있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단결정의 초고순도 특수 금속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단결정 블레이드에는 머리카락 굵기로 냉각을 위한 구멍들이 가공되어야 합니다.
블레이드 하나에 수천 개의 공기 구멍들이 모든 면적에 가공되어야만 금속이 버틸 수 있는 1,200도 한계점을 넘어 1,600도 이상에서도 가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수천 개의 구멍 중 하나만 막혀도 바로 조직이 붕괴되며 블레이드가 녹아내리면서 엔진 전체까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엔진 독립,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극한 기술의 결정체인 엔진을 자체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도입한 엔진을 활용해 전투기를 무리 없이 제작하고 있지만, 해외 수출 시 즉각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엔진 국산화는 필수적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즈베키스탄으로의 전투기 수출입니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며,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에는 우리 손으로 엔진 정비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보라매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국산 항공무장 개발이 늦어졌으며, 엔진 개발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점에서 이번 결정은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여기에 정부도 산업계에서 경쟁 체제가 구축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 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엔진 독자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과거 보라매 전투기 개발 전에는 FA-50 경전투기로 엔진을 테스트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FA-50 수출 물량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굳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엔진을 자체 개발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수출 시장이 미국의 정책에 따라 제한되었지만, 수출 규모가 크지 않아 엔진 독자 개발이 필요 없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너지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 조건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두산에너빌리티가 발전소에서 필요한 가스터빈 엔진 개발에 성공하고 수출까지 활발해지면서, 엔진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발 주자인 두산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엔진 국산화의 핵심인 내열 소재와 코팅 기술 등에서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산화 사업을 정책으로 확정하는 데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것입니다.

두산이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과 증기터빈은 미국과 중동 시장에 수출되면서 극한 터빈 기술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의 유사성이 높은 전투기 엔진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죠.
가스터빈과 전투기 엔진이 세부적인 가동 조건에서는 다르지만, 상당 부분 기술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두산도 전투기 엔진 사업에 본격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전용 가스터빈 제작사들은 모두 2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엔진을 공급한 회사들이며, 이들이 수십 년 동안 발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산이 전투기 엔진 개발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두산이 자금이 많이 투입되지만 성공해도 큰 이익을 내기 어려운 전투기 엔진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이유는 기술적인 노하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발전용 가스터빈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 당장은 이익을 창출해 내기 어렵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에서 진행하는 전투기 엔진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생각입니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통합과 검증에서 뛰어나며, 기체에 엔진을 장착하는 기술까지 보라매를 통해 확보하면서 전체적인 기술에서는 앞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로 간의 장점을 결합할 경우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엔진 사업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 사업비 3.3조원으로 대규모 비용을 엔진 개발에 투입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책연구원이 추진하는 무인기와 충성 무인 전투기 등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엔진 개발이 촉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라매 전투기를 개발하기 전보다 대외적인 조건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대한항공이 윙맨 전투기를 국제 공동으로 개발해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으며, 가오리 충성 전투기도 완성된 상황에서 터보팬 엔진 시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도 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사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1회용 자폭 무인기용 엔진을 시작으로 장수명 무인기용 엔진으로 발전하며, 이를 안정화시켜 대형 유인 전투기용 엔진까지 확보할 경우 15년 내에 엔진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무인 전투기의 경우 공군에서 운영하는 전투기보다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며, 대규모 물량을 생산할 엔진이 필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항공 무장을 국산화하는 사업과 함께 엔진 개발까지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과정입니다.
2040년, 우리가 만든 엔진으로 하늘을 나는 전투기를 보게 될 그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