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분 부른 ‘나는 신이다’…피해자 인권은 ‘실종’ [MK픽]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총 8부작으로 제작된 ‘나는 신이다’에서 조명한 종교는 4개다. 정명석의 JMS, 박순자의 오대양, 김기순의 아가동산,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다.
‘나는 신이다’에 나온 내용들은 그동안 여러 시사 프로그램이나 언론을 통해 다뤄졌던 내용이다. 처음 나온 내용이 아님에도 파장이 큰 이유는 피해자의 고백이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성년자 여신도를 포함해 수 많은 여성을 성폭행한 JMS 정명석 사건은 사회적인 공분으로 들끓었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자 누리꾼들은 사이비 종교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종교 신도를 찾는 ‘마녀사냥’에 나섰고,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스타들이 첫 피해자가 됐다. 그간 공개해온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사이비 종교 신도라는 증거를 찾아내며 도마에 올렸다.
강지섭은 논란이 확대되자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싶어 찾아갔지만 내가 생각했던 신앙과 이질감을 느껴 그곳을 떠났다”며 “추악한 일이 있었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나왔다”고 탈교 했다고 밝히며 경위를 해명했다.
DKZ 경윤 역시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JMS 연관 교회, 업체 등의 주소가 공개되면서 부모님이 운영 중인 카페가 연관 업체라는 게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경윤의 소속사는 “경윤 역시 방송 내용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가족들이 운영하던 업체는 즉시 영업을 중지함과 동시에 특정 단체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확인하여 탈교 및 향후 어떠한 관련도 없을 것임을 명확히 말씀 드린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경윤은 13일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은 20년 이상 JMS에 다녔고, 나 역시 모태신앙이었다”며 “최근 ‘나는 신이다’를 보고 ‘(JMS가) 내가 메시아다’라고 말하는 부분을 봤다, 미친X이구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는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JMS가 ‘내가 메시아다’라고 말하기 전, 2~3시간 (배경 설명을) 깔아 놓는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며 “정명석을 메시아라고 믿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세뇌당한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논란이 시작되자 겁이났다, 눈과 귀를 막았지만 피해자의 아픔을 보는데 미안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탈교한다”고 지난 시간을 후회했다.
두 사람이 ‘탈교’를 밝힌 이후에도 비난은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JMS는 이른바 ‘모사’ 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악이 아니라 선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두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는 신이다’ 연출자 조성현 PD는 기획 의도에 대해 ‘사이비 종교 신자들을 탈교시키기 위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을 본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실태를 깨닫고 나와달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경윤은 목적에 부합하는 ‘탈교자’다.
특히 JMS 편을 보면 성착취를 당한 피해자들의 증언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강간을 당하기 전까지는 전혀 의심을 하지 못했다는 것. 이를 미루어 보면 일반 신도들은 이와 같은 범행에 대해 몰랐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반 신도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어떤 공익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히 범죄에 가담했거나, 범죄를 묵인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특정 종교의 신도였다는 것만으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방법의 인권 유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사이비가 끼친 폐해가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중적인 공분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신도라고 해서 100% 교주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신도라 잘 몰랐던 부분이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신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낙인찍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양해야하는 부분이다.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짚었다.
또 “대중의 공분이 이해되기도 한다. JMS 폭로 내용도 그렇지만 아가동산 관련 이야기도 충격적이었다. 그 폭력의 피해자가 남아있는 상황이고 현재도 잠재적인 피해자가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신도이기 때문에 누군가 피해자를 만드는데 가담했을 것이라는 추정에 의한 낙인찍기는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평론가는 “선정성 논란은 있었지만 실체를 전해준 부분이 있지않나. 이면에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사이비가 횡행하는 상황에서 통제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왜 기능하지 못했는가. 사법이나 정치적인 부분들이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는지 의문을 풀어 나가야하지 않을까. 이게 안풀리면 시스템적으로 계속 발생할 거고 통제 안되는 부분 생길 것”이라며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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