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드롬’ 중고책 20배 프리미엄…“구매 쇄도” 인쇄기 풀가동
13일 오후 3시경 경기 파주시 천광인쇄사 입구에는 이제 막 인쇄된 소설가 한강(54)의 책이 높이 150cm 넘게 쌓여 있었다. 안에서는 쉴 새 없이 인쇄기가 돌아가는 가운데 주말도 반납하고 출근한 직원 20명이 ‘작별하지 않는다’의 표지를 찍어내느라 바빴다. 두 대의 인쇄기는 사흘간 24시간 ‘풀가동’ 중이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한강의 저서 중 양장본이나 초판본, 친필 사인본은 정가의 수십 배 가격에 중고 거래됐다. 연세대 등 한강의 모교는 축하 메시지를 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 인쇄소는 사흘간 풀가동 ‘즐거운 비명’
한강의 모교 연세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강 수상은) 연세대의 자랑이며 보람인 동시에 한국을 넘어 전 인류가 공유하는 긍지와 성취”라고 밝혔다. 이어 “윤동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연세 문학인의 감수성인 동시에 140년 가까이 이어온 연세 교육의 지표”라고 축하했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안연진 씨(20)는 “(한강의 수상이) 후배로서 열심히 공부할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대 문학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배모 씨(22)는 “문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의 모교인 서울 강남구 풍문고도 교문에 ‘노벨 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풍문고의 자랑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 시민들 독서 열풍, 중고 거래선 ‘노벨상 프리미엄’
시민들 사이에서도 독서, 글쓰기 열풍이 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책마당’에서는 한강의 책이 진열된 곳에 시민들이 길게 줄 섰다. 자녀를 ‘글쓰기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부모들이 늘며 교육계도 들썩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김모 씨(38)는 “아이에게 글쓰기를 꼭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부터 글쓰기 학원을 보내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술학원들도 ‘한강처럼 글 쓰는 법’ 등의 문구를 내걸며 홍보에 나섰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소년이 온다’를 30만 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가(1만3000원)의 20배를 넘는 가격이다. ‘소년이 온다’ 저자 서명본은 40만 원에 사겠다는 글도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초판 1쇄를 20만 원에 구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강이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밝힌 악동뮤지션의 노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음원차트 30위권에서 10위권으로 ‘역주행’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장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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