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규정 위반’ 전기차 인공 주행음 차단기 확산...교통안전공단 대응도 논란

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5 N라인 /사진제공=현대차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저소음자동차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인공 주행음(경고음) 발생장치’를 차단하는 기계(통합모듈)가 일부 인터넷 쇼핑몰과 카페 등에서 판매 목적으로 확산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장치가 국토교통부가 정한 ‘저소음자동차 경고음발생장치 설치 기준’에 위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은 해당 장치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 넥쏘 수소전기차를 운행하는 운전자 A씨는 최근 인공 주행음 발생 장치 차단 기계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최근 교통안전공단에 민원을 넣었다. A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경우 시속 30km 이하 주행 시 내연기관차 대비 주행 소음이 거의 없는만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인공 배기음 설치는 필수로 알고 있다”며 “인공 주행음을 내는 장치를 차단하는 기계가 확산되면 보행자 안전에 크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민원을 보냈다.

국토부가 2018년 7월 만든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내 ‘저소음자동차 경고음발생장치 설치 기준’을 살펴보면 “경고음(인공 주행음)은 전진 주행 시 자동차의 속도 변화를 보행자가 알 수 있도록 적합한 주파수 변화 특성을 가져야 한다”고 기재됐다. 또 “운전자가 경고음 발생을 중단시킬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도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인공 배기음 발생 장치를 차단하는 기계를 구입하면 안되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현재 판매중인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 등에 저속 주행시 인공 주행음을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

기아 EV9 주행 모습 / 사진제공=기아

그런데 교통안전공단 기술승인처는 A씨의 민원을 다르게 해석했다. A씨는 인공 주행음 자체를 외부에서 발생하는 소리로 소개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교통안전공단을 A씨의 인공 배기음을 사운드부스트 또는 액티브사운드 등으로 동일하게 봤다. 액티브사운드 또는 사운드부스트는 주로 고성능 차량들이 주행 모드 특성에 맞도록 인공적으로 배기음을 내는 장치를 뜻한다.

민원을 받은 공단 담당자는 “100db 이하 차량용 스피커는 전기장치로 구분하고 있으며 튜닝 승인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자기 인증을 한 소음방지장치 변경은 경미한 튜닝으로 구분하여 튜닝 승인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원의 의도와 정반대의 답변을 받은 A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인공 주행음을 차단하는 장치가 정부의 규제 없이 인터넷에 확산된다면 노약자,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이 보행 도중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에서 왜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17일 현재 판매중인 친환경차(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에 ‘VESS(Virtual Engine Sound System)’라고 불리는 장치를 탑재해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와 BMW 등 해외 브랜드가 내놓는 전기차에도 저속 주행시 현대차 VESS와 비슷한 인공주행음을 내며 후진 시 별도의 가상음을 내 주변 보행자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이미 친환경차의 인공 배기음 장치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을 차단하는 통합 모듈이나 기계가 설치되면 안전규정 위반이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전규정을 위반하는 자동차 관련 장치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 통해 판매할 경우, 벌금 대신 과태료 수준에 머무는 게 문제”라며 “인공 배기음 차단 장치 등의 판매가 이뤄지지 못하려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