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화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원동력 중 하나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라는 외인 선발 원투펀치였다. 두 선수가 길게 이닝을 먹어주는 동안 불펜은 짧게 나와 버티는 구조였다.
그런데 올 시즌 두 선수가 없어지고 나니 익숙한 한화의 맛이 돌아왔다. 5일 광주 KIA전, 한화 불펜은 5회부터 7회까지 7점을 내주며 7-12 대패를 당했다. 4연속 루징시리즈, 12승 19패, 9위.
신인 강건우가 맞은 첫 선발 등판

문동주가 어깨 관절 와순 손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이 확정된 가운데 한화가 이날 선발로 내세운 건 신인 강건우였다. 강건우는 1회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김선빈, 김도영 연속 안타 이후 대체 외인 아데를린 로드리게스에게 데뷔 첫 타석 선제 스리런을 허용했다.

2회초 노시환 솔로홈런을 포함해 한 이닝에 5점을 뽑으며 5-3으로 역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강건우가 또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자 불펜을 가동했고, 승계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으며 5-5 동점이 됐다.
5회부터 7회, 한화 불펜이 무너진 시간

동점 이후 경기는 한화 불펜이 무너지는 과정이었다. 5회말 2실점, 6회말 1실점, 7회말 4실점으로 세 이닝 동안 7점이 쏟아졌다. 특히 7회말 4실점은 결정적이었다.
6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강백호의 병살타로 기회를 날린 직후 나온 대량 실점이라 더 뼈아팠다. 팬들 사이에서 "어느 누가 언제 나와도 1아웃도 잡을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게 과장이 아닌 상황이었다.
타선도 발목을 잡았다

투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3회초 무사 1·2루에서 하주석이 번트를 시도하다 포수 뜬공이 됐고, 2루주자 채은성이 귀루하지 못하며 포스아웃이 됐다. 6회초 1사 만루에서 강백호 병살타, 7회초 무사 1루에서 채은성 병살타가 이어졌다.
찬스마다 병살타가 나오는 패턴이 이날도 반복됐다. 9회초 허인서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만회했지만 경기는 이미 결판이 난 뒤였다.

20년 넘게 야구를 본 팬들도 "한화가 막장이던 2009~2013년에도 불펜이 몇 경기 걸러 하나씩 말아먹는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그때보다 더 심하다"고 말할 정도다.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의 훈련 프로그램이나 관리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는 2차전에서 연패를 끊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지만, 불펜이 이 상태로는 류현진이 잘 던져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게 팬들의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