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00시간 투입해 만든 독특한 애니메이션

▲ 영화 <립세의 사계> ⓒ (주)디스테이션

[영화 알려줌] <립세의 사계> (The Peasants,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1,800년대 말 폴란드의 작은 마을 '립세'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야그나'(카밀라 우젱도브스카 목소리)는 직접 만든 종이 공예로 집안을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생에는 땅이나 결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으며 마을에서 멀리 떠나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

한편, '야그나'는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주는 '안테크 보리나'(로버트 굴라직 목소리)에게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하지만, 마을 최고의 부농 '마치에이 보리나'(미로슬로우 바커 목소리)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한 어머니의 욕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마치에이'와 결혼하게 된다.

원치 않은 결혼 이후 '마치에이'와 다툼을 이어가던 '야그나'는 우연히 '안테크'와 함께 춤을 추며 잊고 있던 행복을 느낀다.

그러던 중 숲의 벌목권을 둘러싸고 마을 사람들과 지주와의 갈등이 깊어지기 시작하고, 끊임없는 남자들의 구애와 그들을 먼저 유혹했다는 마을 사람들의 매서운 시선에 지친 '야그나'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질 나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커져만 간다.

그사이 '야그나'와의 결혼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자신 몫의 땅을 달라고 주장하는 아들 '안테크'와 계속해서 다투던 '마치에이'는 집에서 그를 쫓아내기에 이른다.

'안테크'와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던 중 숲에 대한 권리를 두고 마을 사람들과 회의를 거듭하던 '보리나'는 마침내 지주가 멋대로 벌목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숲은 마을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땅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주에게 맞서 싸울 것을 결심한다.

'안테크' 역시 자신의 땅을 차지하겠다는 욕망을 품고 숲으로 향한다.

<립세의 사계>를 연출한 DK 웰치먼과 휴 웰치먼 감독은 함께 연출한 <러빙 빈센트>(2017년)를 통해 유화 애니메이션이라는 그동안 없던 신선한 장르를 탄생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러빙 빈센트>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쫓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고,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평단과 언론, 관객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영화의 작품성과 탁월한 연출적 재능을 동시에 입증했다.

국내에서도 4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아트버스터'(아트하우스 영화와 블록버스터 영화의 합성어)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당연히 두 감독의 신작, <립세의 사계>는 관객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립세의 사계>는 폴란드의 국민 작가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의 장편 소설 <농민>을, 1,800년대 말 폴란드의 마을 립세에서 펼쳐지는 '야그나'와 마을 사람들의 욕망과 운명의 소용돌이를 다룬 이야기로 새롭게 해석해 스크린에 옮겨냈다.

DK 웰치먼 감독은 "<러빙 빈센트>의 장면을 스케치하면서 오디오북을 듣고 있었는데, 원작 소설의 마을과 계절, 농부들 주변의 자연을 묘사하는 장면에 깊게 감명받았다"라고, 휴 웰치먼 감독은 "유럽에서 산업 혁명 이후까지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의 근간을 이뤘던 농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위대한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을 더 많은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어서 기쁘다"라면서 원작 소설에 매력을 느낀 점을 언급했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목표로 둔 지점에 대해 DK 웰치먼 감독은 "원작 소설은 숨 막히는 묘사가 돋보이는 훌륭한 소설이지만, 소설 속에서 '야그나'는 시기와 오해를 받다가 학대와 수모를 당하고 결국에는 배척당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가여웠다. 그런 '아그냐'에게 공감했고 스스로를 동일시하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화하는 과정에서는 '야그나'를 각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휴 웰치먼 감독도 "모든 여성의 삶이 위계질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영화에서는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했다. 그리고 땅과 소유물에 집착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물질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신을 표현하려는 '야그나'의 욕망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립세의 사계>는 100명 이상의 페인팅 아티스트들이 250,000시간을 소요해, 폴란드,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에 있는 네 개의 스튜디오에 투입, 전작 <러빙 빈센트>를 위해 특별 제작한 'PAWS(페인팅 애니메이션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작업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또한, 보통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작품 속의 모든 캐릭터를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감독만의 제작 방식으로 높은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했다.

실제 장소와 비슷하게 특수 제작된 세트 혹은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무광택 그림을 합성한 그린 스크린이나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한 립세 마을을 배경으로 촬영해 배우들이 완벽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도우며 완성도를 더했다.

이러한 작업을 마친 이후 페인팅 애니메이터들이 실사 촬영 영상 위에 샷의 첫 번째 프레임을 페인팅한 뒤 움직이는 모든 부분에 대해 이전 프레임의 설정과 일치시키고, 컷에 애니메이션을 적용한 후, 각 프레임을 캐논 6D 디지털 스틸 카메라의 6k 해상도로 녹화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공을 들여 완성했다.

초당 12프레임부터 4프레임까지 다양한 유화 컷들이 모여 탄생한 <립세의 사계>는 아티스트들의 무한한 열정과 집념의 노력이 집대성한 결과물인 것.

여기에 피오트르 도미니악 애니메이션 감독은 장프랑수아 밀레부터 유제프 헤우몬스키, 얀 스타니스와프스키, 줄스 브레튼 등 여러 유명 화가와 다양한 학파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립세의 사계>를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럽 회화의 반세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일컬었다.

DK 웰치먼 감독은 "원작자인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가 '영 폴란드(폴란드 미술공예운동)' 작가였다는 점이 원작 소설과 화가의 작품을 연결 짓게 하는 기회가 됐다"라면서, "미하우 고르스트킨-비비우르스키부터 페르디난드 루스치츠까지 30명이 넘는 화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사실주의 학파인 유제프 헤우몬스키의 작품을 다수 인용했다.

그의 후기 작품 속 폴란드 시골은 연민 가득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 부분이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것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라면서 시각적 영감에 대해 소개했다.

휴 웰치먼 감독도 "'영 폴란드' 작가로 알려진 원작자의 묘사는 사실주의가 깃든 동시에 시적이다. 그래서 이 모든 화가들의 작품을 참고해 그의 비전을 조화롭게 구현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립세의 사계
감독
휴 웰치먼
출연
카밀라 우젱도브스카, 로버트 굴라직, 미로슬로우 바커, 소니아 미에티엘리카, 말고르자타 코주호브스카, 소니아 보호시에비치, 에바 카스프시크, DK 웰치먼, 휴 웰치먼, 숀 M. 보빗, 휴 웰치먼, 루카시 로스토브스키, 라덱 라드축, 카밀 폴락, 파트리시아 피로그, 미키 워셀, DK 웰치먼
평점
정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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