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덕의 공유주방] [22] 콩국수 한 그릇

오랜만에 아내가 콩국수를 건넨다. 면에 콩물이 잘 배어 농도가 적당하다. 한 젓가락 들어 맛을 보니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진하다. 그래, 콩국수는 바로 이 맛이지. 돌아가신 아버님도 국수를 무척 좋아하셨다. 반찬 투정을 하던 어린 나를 타이르시며, 당신은 어린 시절 일주일 내내 국수만 먹은 적도 있다고 하셨다. 시장이 반찬이라 무짠지 하나로도 맛있었고, 그저 배불리 먹을 수 있어 감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나는 귀를 막았고, 지어낸 이야기라 여겼다. 그날의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콩국수 한 그릇을 먹고 있을 뿐인데 마음이 위로를 받는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가장 슬픈 자리에서도 음식 앞에 앉는다. 장례식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이렇게 죽자고 슬픈데도 목으로 음식이 넘어가는 것이 신기하다고. 막상 밥 한 술 떠서 기운이 돌면 어쩐지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고,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도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은 인간이 겪는 가장 큰 슬픔이다. 그 슬픔 앞에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동서양 가리지 않고 음식을 내었다. 음식만 한 위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형수에게도 마지막 식사가 주어지고, 예수도 십자가에 오르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식탁에 둘러앉았다. 떠나는 길목마다 인간은 늘 음식을 곁에 두었다.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는 일을 넘어, 떠나는 이와 남는 이를 같은 식탁에 한 번 더 앉히는 일이었다.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서로 확인하는 일이다. 그런 소통을 통해 다시 힘을 내자고 건네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러니 누군가와 마주 앉아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은 결코 단순한 행동이 아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가고, 사회적인 자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이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도 있겠다. 아내가 건넨 콩국수 한 그릇이, 가슴 속에서 끝 간 데 없이 계속 퍼져간다. 음식이란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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