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53km.
상상 속 숫자가 아니라 실제 레일 위에서 측정된 속도입니다. 바퀴식 열차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한차세대 고속열차 ‘푸싱(复兴)호 CR450’이 공식 시험운행에 성공했습니다.
비행기처럼 빠르게 도시를 연결하며, 철도 기술의 한계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는 이 열차는 내년 상업 운행을 목표로 개발된 차세대 고속철입니다. 한마디로, ‘달리는 국가 기술력’이라 부를 만한 프로젝트죠. 이 놀라운 기술을 구현해 낸 곳은 바로 중국입니다.
세계 최고속 기록, 그 배경
지난 21일, 중국 관영매체 CCTV는‘상하이–충칭–청두’ 고속철도 노선에서 푸싱호 CR450이 최고 시속 453km를 기록하며 테스트 운행을 마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국가철도그룹이 주도하고, 국영 제조사 중국중차(CRRC) 산하 두 기업이 공동 개발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인 기술 도전의 결과물입니다.
현재 상업 운행 중인
・중국 푸싱호 CR400(350km/h),
・프랑스 TGV(320km/h),
・일본 신칸센(320km/h),
・한국 KTX 산천(305km/h)
과 비교해도 그 속도 차이는 확연합니다.
(참고로, 마찰이 거의 없는 상하이 마그레브 자기 부상열차는 시속 460km로 더 빠르지만, 기술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번 비교에서는 제외됩니다.)

설계부터 달라진 ‘속도의 비결’
CR450의 비밀은 단순히 엔진에 있지 않습니다. 속도를 결정짓는 건 ‘공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이죠.
CR450은 차체 구조 전반을 공기역학적으로 새로 설계했습니다.
・전면부(노즈): 12.5m → 15m로 늘리고,
・차체 높이는 20cm 낮추고,
・무게는 약 50톤 경량화.
결과적으로 공기 저항이 22%나 줄어들었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35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보다 100초나 단축된 4분 40초. 이 정도면 기술력뿐 아니라 정밀 제어와 안정성까지 함께 발전한 셈입니다.
게다가 속도가 빨라졌음에도 객실은 놀라울 만큼 조용합니다. 시속 400km로 달릴 때의 소음이 68 데시벨, 이는 시속 70km로 주행하는 일반 승용차 수준입니다. '빠르면서도 조용하다'는 점이 이번 모델의 진짜 매력이죠.
속도의 핵심, ‘영구자석 동기식 견인모터’
이번 속도 향상의 중심에는 새로운 추진 시스템이 있습니다. CR450에는 기존 CR400에서 사용되던 비동기식 견인모터 대신 영구자석 동기식 견인모터(PMSM)가 탑재되었습니다.
기존 비동기식 모터는 전자기 유도로 회전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라 고속 주행 시 에너지 손실이 불가피했지만, PMSM은 내부에 영구자석이 내장되어 자기장이 직접 회전자를 끌어당기는 구조입니다. 즉, 불필요한 손실 없이 즉각적인 회전력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 덕분에 전력 변환 효율이 약 3% 이상 향상, 같은 전력으로도 더 큰 추진력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천 kW의 전력이 사용되는 고속열차 세계에서 1~3%의 효율 차이는 곧 막대한 비용 절감과 속도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 작은 수치가 ‘시속 453km’라는 기록을 가능하게 한 기술적 핵심이었습니다.

내년 상업 운행 목표
베이징–상하이 이동 시간, ‘1시간 단축’
현재 CR450은 총 60만 km의 시험 주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정부의 승객 수송 허가를 받을 수 있으며, 우선 청두–충칭 중앙선 구간에서 상업 운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중 정식 운행 개시가 예상됩니다. 그때가 되면 베이징–상하이 구간 이동 시간은 지금의 4시간 30분에서 약 3시간 30분으로 단축. 비행기보다 느리지만, 공항 이동·탑승 절차를 고려하면결국 ‘도심 간 최단 이동수단’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제조’에서 ‘혁신’으로, 이동의 패러다임 전환
이번 CR450은 단순히 빠른 열차 그 이상입니다. CCTV는 이를 두고
“중국의 고속철 기술이 ‘제조 중심’에서 ‘창조 중심’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을 통해 철도·도로·항공·해운을 아우르는 입체 교통망을 구축 중입니다. 그 총연장은 600만 km를 돌파했고, 전국 80% 이상의 행정구역이 이미 고속 교통망에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곧 중국 인구의 90% 이상이 ‘고속 이동권’ 안에 있다는 뜻이죠.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 산업을 움직이다
푸싱호 CR450은 ‘속도의 상징’을 넘어 기술력과 인프라, 그리고 국가적 추진력이 결합된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자 성취입니다.
결국 고속철은 ‘시간’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건한 나라의 산업과 생활의 속도, 그리고 사회의 리듬 자체를 바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번 CR450의 등장은 중국이 단순히 빠른 열차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동 기술을 국가 경쟁력의 중심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속도가 단순한 기록 경쟁을 넘어 에너지 효율, 도시 접근성, 교통문화의 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변화의 방향이 미래 이동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