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바이오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을 중국 푸싱제약에 7조원 규모로 기술수출(LO)한 가운데 향후 푸싱 측의 옵션 행사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최대 47억달러(약 7조원)에 체결된 이번 계약은 푸싱제약이 900억원 규모 옵션피를 먼저 지급하고 임상 3상 톱라인 결과 이후 글로벌 독점 판권 확보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아리바이오는 1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AR1001 기술수출 기자간담회를 열고 푸싱제약과의 계약 구조와 향후 개발·상업화 전략을 설명했다.
900억 옵션딜 의미 '푸싱의 판권 선점 의지'
아리바이오와 푸싱제약이 체결한 계약은 옵션 딜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LO와는 결이 다르다. 푸싱제약은 아리바이오에 6000만달러(900억원)를 지급함으로써 AR1001의 글로벌 독점 판권을 확보하는 권리를 갖는다. 임상 3상 톱라인 결과가 나오기 전 글로벌 판권 경쟁에서 우선권을 거머쥔 셈이다.
이날 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프레드킴 아리바이오 미국지사장은 "옵션 형태로 계약을 한 이유는 임상 3상 톱라인이 나오기 전에 다른 경쟁사들의 접근을 막으려는 푸싱제약의 포석"이라며 "독점 판권을 사갈 수 있는 옵션을 먼저 잡은 것"이라고 전했다.
900억원에 달하는 옵션 비용은 푸싱제약의 선점 의지를 보여준다. 김 지사장은 "옵션 비용이 900억원에 이르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남들이 못 들어오게 하는 비용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AR1001의 3상 결과가 확인된 뒤에는 판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었다고 봤다. 그는 "톱라인 발표 이후 계약을 진행했다면 더 큰 금액을 받을 수도 있었다"며 "푸싱제약 입장에서는 그때가 되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또 "푸싱제약은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찾고 있었다"며 "톱라인 이후에는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어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향후 관건은 푸싱제약의 옵션 행사 여부다. 이는 AR1001 3상 톱라인 결과 발표 시점인 9~10월께 가시화될 전망이다. 푸싱제약이 옵션을 행사한다면 아리바이오는 1200억원 규모의 후속 자금을 추가로 수령할 예정이다. 다만 옵션 계약인 만큼 실제 자금 유입은 3상 결과와 푸싱제약의 최종 판단에 달려 있다.
옵션 행사 자신…푸싱 지분 확대는 제한
김 지사장은 푸싱제약의 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900억원 규모 옵션피 지급 외에도 푸싱제약이 지분 참여를 포함한 전략적 투자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 지사장은 "푸싱제약이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자신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푸싱제약이 전략적 투자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김 지사장은 푸싱제약의 지분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는 구조에는 선을 그었다. 푸싱제약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아리바이오 직접 투자 논의에 들어갔지만, 회사 측은 투자 규모를 기존 2대 주주인 삼진제약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율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AR1001의 국내 독점 판권과 제조권을 보유한 기존 전략적 파트너다.
김 지사장은 "푸싱제약이 전략적 투자를 하더라도 삼진제약보다 높게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한국 회사로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상업화 과정에서 푸싱제약의 자금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되 지분 구조상 주도권은 국내 파트너십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리 완전 이전은 아냐…적응증 확대도 준비

김 지사장은 이번 계약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도 내비쳤다. 애초 AR1001을 기술수출하기보다 직접 허가와 상업화 단계까지 끌고 가고 싶었지만 글로벌 3상 이후 허가·상업화 준비를 동시에 감당하기에는 자금과 인력 부담이 컸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성수현 아리바이오 대표 역시 기자와의 대화에서 "애초 목표가 LO가 아니라 이 약을 상업화까지 우리가 모두 끝마치는 것이었다"며 "기술을 준 것이 아니라 판권을 준 것이기 때문에 그걸로 위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지사장은 AR1001의 개발 주도권을 모두 넘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푸싱제약이 확보한 것은 알츠하이머병 적응증에 대한 글로벌 독점 판권 옵션이며 허가 신청 전까지는 아리바이오가 임상·규제 업무를 주도하는 구조다. 그는 "모든 개발 주도권을 빼앗긴 게 아니라 미국 신약허가신청(NDA)까지는 아리바이오가 주도하게 된다"며 "상업화부터 푸싱제약이 넘겨받게 된다"고 말했다.
후속 개발 여지도 남아 있다. 이번 계약은 알츠하이머병 적응증에 한정된 것으로 추가 적응증 개발 권리는 아리바이오가 보유하고 있다. 김 지사장은 "뇌졸중, 파킨슨병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우리가 갖고 있다"면서 "향후 적응증을 추가 개발하면 별도 독점 판권 계약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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