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닌 다른 여자 쳐다보면 징역형”...탈레반, 남성 통제 나섰다

정아임 기자 2024. 9. 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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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전사들이 지난달 14일 미군 철수 3주년을 축하하며 경찰차를 타고 시내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여성 인권 탄압이 심한 편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남성에게도 강한 통제에 나섰다. 남성은 주먹 길이의 수염을 길러야 하며, 가족이 아닌 다른 여성을 쳐다보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일부 남성들은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해 좀 더 일찍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 시각) 탈레반이 남성들을 대상으로 비무슬림의 외모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금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지난 8월 말 공포한 새로운 법률에 따르면 남성들은 주먹 길이의 수염을 길러야 한다. 이 법률에서 탈레반은 비무슬림 외모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는 청바지를 입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슬람법에 어긋나는 짧거나 서양 스타일의 커트도 금지됐다.

특히 남성들이 아내나 친척이 아닌 다른 여성을 보는 것도 금지됐다. WP는 “수염을 기르고 기도용 양탄자를 가지고 다니며 청바지는 집에 두는 남성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법을 위반하면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간통 등 일부 범법 행위는 채찍질이나 돌로 쳐서 죽이는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의 인권 탄압에 대해 좀 더 일찍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카불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남자들이 진작 목소리를 높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며 “지금은 모두가 수염을 기르고 있다. 의심받고 굴욕을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동부에 사는 주민 아미르는 “우리는 모두 무슬림적 생활을 실천하고 무엇이 의무적인지 아닌지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 강제력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탈레반을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나라를 떠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여성은 남성보다 더 큰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은 초등학교 6학년 이상 학교에 다니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최근에는 대중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금지된 상황이다. 또한 공개적으로 꾸란을 낭송하는 것, 남편이나 친척이 아닌 다른 남자를 바라보는 것 등의 행동도 하면 안 된다. 여성은 이미 착용해야 했던 머리 가리개 외에도 얼굴 아랫부분도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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