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은 어떤 물건들을 가장 아꼈을까?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대통령의 삶과 기록을 담은 소품과 자료들을 공개하는 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8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전 대통령 12명의 소품들을 비롯해 그 일화를 엿볼 수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타자기·독서대·조깅화…
우리 대통령들은 어떤 물건들을 가장 아꼈을까?
관람객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전 청와대는 대통령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에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순간뿐 아니라 일상적 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다양한 순간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는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대통령의 삶과 기록을 담은 소품과 자료들을 공개하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에선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전 대통령 12명의 소품들을 비롯해 그 일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전시가 시작된 6월 1일 오후부터 4일까지 2만 3880명이 관람했습니다. 주말인 6월 3일과 4일에만 1만 7145명이 관람했습니다. 청와대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는 20~30분가량 줄을 서야 전시관에 입장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인파로 북적였습니다. 기자가 청와대를 방문한 6월 3일에도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지만 많은 사람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방문객들은 대통령들이 실제로 사용한 물건들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전시는 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과 인왕실 두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시는 세종실에서 시작됩니다. 세종실은 과거 국무회의장으로 쓰인 곳입니다.

세종실에 들어서면 역대 12명의 대통령을 그린 초상화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언론을 통해서만 봤던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실제로 보면서 신기해했습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소품도 볼 수 있습니다.

전시는 대통령들의 재임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소품들은 다양한 사진자료와 함께 볼 수 있어 대통령들에 얽힌 일화들을 더 흥미롭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상징하는 소품은 영문타자기입니다. 영문타자기는 이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할 때부터 함께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타자기를 1953년 7월 6·25전쟁 정전 무렵 한미 양국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문서를 쓸 때도 사용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한 항공기 부활호의 모형과 1904년 대한제국에서 발행된 이 대통령의 여권도 볼 수 있습니다.

윤보선 대통령을 상징하는 소품은 구 본관에 올렸던 청기와입니다. 청와대란 이름은 윤 대통령의 작품입니다. 제1공화국 당시 ‘경무대’로 불리다 푸른 기와집이라는 뜻인 청와대로 바꿨습니다. 청와대라는 이름에는 비취빛 청기와에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닌 집이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또한 그가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에든버러대학에 다닐 때 받은 재학기념패와 여행용 가방을 볼 수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전시관에는 반려견 방울이를 그린 스케치 작품이 있습니다.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군인이 되기 전까지 교사로 일한 박 대통령은 드로잉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경부고속도로 계획안도 박 대통령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울이는 박 대통령 가족과 청와대에서도 함께 살았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한 날, 방울이는 본관 침실 문이 열리자 꼬리를 흔들고 달려갔다가 대통령이 아닌 것을 알고 시무룩해졌다는 일화가 소개돼 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이 현장 시찰에 갖고 다닌 드로잉 수첩과 망원경, 카메라가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최규하 대통령의 전시관에는 그의 검소함을 상징하는 연탄난로가 놓여 있습니다. 최 대통령은 국무총리로 지내던 1979년 강원 장성 탄광에서 “여러분들이 힘들게 캔 탄을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대통령 퇴임 후 사가에서 지낼 때까지 지켰습니다. 전시관에선 그가 쿠웨이트 국왕으로부터 선물받은 모형 돛단배와 사저 대문에 걸려 있던 한자 문패를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음악 즐긴 역대 대통령들

전두환 대통령의 전시관에는 그의 스포츠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축구공이 있습니다. 전 대통령은 대구공업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축구 사랑이 지극했습니다. 1985년 11월 우리나라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을 기념해 청와대 만찬을 열었을 때 축구공에 직접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서명했습니다. 전시관에선 전 대통령이 사인한 축구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전 대통령이 1982년 야간통행금지 조치 해제와 관련해 치안대비 비용 지출에 직접 사인한 문서와 현장을 둘러볼 때 쓴 봉황 장식의 방한모도 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소품은 직접 사용한 퉁소입니다. 그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퉁소 연주를 수준급으로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퉁소는 노 대통령 부친의 유품이라 아버지가 그리울 때면 퉁소를 불며 그리움을 달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노 대통령이 1990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받은 중절모도 있습니다. 노 대통령 때 건립한 청와대 신 본관 건설지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고유의 팔작지붕에 한식 청기와를 올린 청와대 본관 건립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전시는 인왕실로 이어집니다. 인왕실은 국빈 만찬이나 공동 기자회견 등 중요한 행사가 열린 곳입니다. 이곳에는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한려수도)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마음의 위로를 얻은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왕실에서는 김영삼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일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김 대통령 전시관에는 그가 새벽 조깅할 때마다 신은 조깅화를 볼 수 있습니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새벽 조깅을 하면서 매일 30분 동안 자신과 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시행을 발표할 때도 새벽 조깅을 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발표를 앞두고 평소보다 두 배 더 빠른 속도로 달리며 긴장감을 해소했다고 합니다. 또한 김 대통령이 철거한 옛 총독부 건물의 대리석과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한 당시 선물한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글자가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대도무문은 ‘큰 길에는 문이 없다’는 뜻입니다.

대통령 친필 편지와 특허 발명품 눈길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 독서와 꽃가꾸기를 좋아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생활할 당시에도 자주 꽃과 나무를 돌봤습니다. 김 대통령의 전시관에는 그가 사용했던 원예가위가 놓여 있습니다. 또한 1980년 5월 신군부에 체포된 후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쓴 옥중편지도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김 대통령이 쓴 편지를 자세히 살펴보는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이밖에도 김 대통령이 1998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게 선물받은 삼성 휴대전화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썼던 붉은색 모자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김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로부터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과 기념주화도 함께 전시돼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시관에는 1974년 사법시험 준비 시절 만든 개량 독서대가 있습니다. 개량 독서대는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게 각도 조절 기능이 있습니다. 이 독서대가 실용실안 특허를 받았는데, 이로 인해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특허를 보유한 대통령이 됐습니다. 전시관에선 2003년 4월 11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문무대왕함 진수식에서 진수선을 자르는 데 썼던 기념 도끼와 2004년 12월 자이툰 부대 방문 당시 장병들에게 선물한 기념 시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발표한 연설문도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전시관에는 자전거 헬멧이 놓여 있습니다. 그는 평소에도 자전거를 즐겨 탔습니다. 기업인 시절에도 늘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갔습니다. 대통령 때도 관저에서 본관까지 자전거로 출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 4월 12일 인천 아라뱃길 4대강 국토 종주 개통 행사에도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자전거길을 달렸습니다. 전시관에는 자전거 헬멧 외에 테니스 라켓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이 2011년 1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에게 수여한 국민훈장 동백장과 석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에게 준 국민포장도 전시돼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관에는 그가 쓴 책인 <나의 어머니 육영수>가 놓여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첫 여름 휴가로 경남 거제에 있는 저도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전시관에선 박 대통령이 2013년 3월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해 쓰던 누비 공예 지갑과 2014년 12월 23일 정부세종청사 완공식 기념 식수에서 썼던 삽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시관에는 등산스틱이 놓여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히말라야에 4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등산 마니아입니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아차산에서 시민들과 신년맞이 등산을 했고 북한을 방문했을 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에 함께 올랐습니다. 전시된 등산스틱은 2020년 5월 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기념해 만든 것입니다. 전시관에는 2018년 5월 문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은 앤디 워홀의 작품 ‘시베리아 호랑이’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발행한 기념 은행권을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친근하게 느껴져요!
(좌)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 전시를 관람하러 온 관람객들이 청와대 본관 앞에 줄을 섰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우) 관람객 이은주 씨가 자녀 윤태웅·채빈과 함께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를 보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전시관에는 단체 관람객을 비롯해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도 전시품을 보고 눈빛을 반짝였습니다. 경북 경산에서 온 김수진(40) 씨는 딸 로이(5) 양과 함께 전시관을 찾았습니다. 김 씨는 “가족과 함께 청와대 관람을 왔다가 전시까지 보게 됐다”며 “대통령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강원 원주에서 온 윤태웅(10)·윤채빈(8) 남매도 엄마 이은주 씨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있었습니다. 태웅 군은 “대통령에 대해 잘 몰랐는데 전시를 보니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청와대 본관 건립 당시 설치된 작품들도 볼 수 있습니다. 2층으로 이어지는 중앙 계단에 걸려 있는 김식 작가의 ‘금수강산도’, 충무실 전실에 있는 서예가 이수덕의 10폭 병풍인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을 볼 수 있습니다. 12명의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 28일까지 열립니다.


전시 찾은 대통령의 아들들
김현철·노재헌 씨 깜짝 도슨트로 활약

6월 3일에는 특별한 도슨트(전문 안내원)가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관람객을 맞이했습니다.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지낸 경험과 각자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대통령에 얽힌 일화들을 소개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아버지 김영삼 대통령의 새벽 조깅에 대해 설명하면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에서 조깅할 때 두 사람의 승부근성이 발휘돼 마지막에는 마치 100m 달리기처럼 됐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노 이사장은 관람객에게 퉁소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일곱 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음악을 좋아하시던 할아버지가 퉁소를 유품으로 남겨주셨다”며 “아버지는 퉁소와 음악으로 서러움을 씻어내셨는데 이런 음악적 감성이 ‘보통사람의 시대’를 선언하는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