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령] 알아흘리의 아챔 2연패, 영광과 논란 사이

알아흘리, ACLE 엘리트 2연패
대회 방식 논란 불붙는 이유

아시아 클럽 축구는 바야흐로 사우디아라비아 시대다. 2022년 모두를 놀라게 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알나스르 이적 이후 아시아 축구의 무게중심은 순식간에 사우디아라비아로 옮겨갔다. 네이마르, 벤제마 등 수많은 스타들이 사우디행 비행기를 탔고, 세계 각지에서 사우디 리그의 중계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천문학적인 자금력의 힘은 클럽 대회에서 즉각 드러났다. 2024-25시즌 호베르투 피르미누, 아이번 토니, 프랭크 케시에 등 유럽 빅리그 출신 스타 선수들을 앞세운 알아흘리가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후 첫 우승이었다.

그리고 올해. 디펜딩 챔피언 알아흘리가 결승전에서 일본의 마치다 젤비아를 꺾으면서 두 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알아흘리는 후반 중반 퇴장 악재를 겪고도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점유율과 슈팅수 모두 앞선 채 승리를 거두며 두 팀 사이에 거대한 벽이 있음을 증명했다.

이번 우승으로 사우디 축구계는 여덟 번째 ACLE 트로피를 따냈다.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이 기세라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멀게만 느껴졌던 역대 최다 우승국(대한민국, 12회)의 기록 역시 수 년 안에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우승을 차지한 알아흘리 / 사진=알아흘리 공식 페이스북

하지만 이 영광 뒤에는 '설계된 왕좌'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사우디 팀들의 전력이 우승권이라는 것에 어느 누구도 이견은 없지만, 8강부터 결승까지 한 장소에서 치러지는 '집중 개최' 제도는 아시아 축구 팬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AFC는 2024-25시즌부터 아시아 클럽 대회를 기존 2개 대회(AFC 챔피언스리그 / AFC컵)에서 3개 대회(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 AFC 챔피언스리그 2 / AFC 챌린지 리그)로 확대 개편하면서 8강부터 결승까지 한 국가에서 치르는 집중 개최 제도를 도입했다. 월드컵처럼 최고의 팀들이 모여서 치르는 단기 토너먼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흥행과 상업적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첫 개최국으로 사우디가 선정됐고, 올해도 역시 사우디였다. 덕분에 알아흘리는 8강부터 결승까지 해외 원정 없이 많은 수의 홈 관중을 등에 업고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물론 파이널 스테이지 집중 개최국은 대회 개막 전에 결정되고, 모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개최 비드를 받아 선정하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은 있다. 그러나 8강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가 한 국가에서 개최되는 시스템의 성격 자체가 특정 팀에 과도한 어드밴티지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또한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한 번 개최한 국가는 향후 특정 기간 다시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한 막대한 자금과 뛰어난 시설을 보유한 사우디가 실사 평가에서 항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도 찜찜한 부분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우승을 축하하는 알아흘리의 팬들 / 사진=알아흘리 공식 페이스북

8강에서 서아시아와 동아시아 클럽이 강제로 격돌하게 되어있는 대진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이 역시 ACLE 개편 과정에서 새롭게 도입된 규정인데, 사우디 팀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쓰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사우디 팀들은 이 규정 덕분에 8강에서의 '팀킬'을 피할 수 있게 됐다.

AFC는 당분간 현행 시스템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인다. 최근 ACLE 참가 팀을 32개로 확대하며 동시에 UEFA 챔피언스리그처럼 16강 토너먼트 자리를 놓고 녹아웃 플레이오프를 도입하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집중 개최 시스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상위 대회 2연패라는 대업을 이뤄낸 알아흘리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껴지는 현 대회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ACLE 사우디 시대'에 대한 의심의 시선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대회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글 - 김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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