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느끼면서 더욱더 감사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군체’가 처음 공개된 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현지에서 만난 배우 전지현의 얼굴에는 여운이 아직 짙게 남아 있었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작품이 상영된 순간부터 레드카펫, 기립박수까지 이어진 기억을 떠올리며 여러 차례 “감사하다”는 말을 꺼냈다.
“너무 좋죠. 연상호 감독님 덕분에 이런 곳에 와서. 모든 영화인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칸에 형식적으로 온 것은 세 번째지만 한국영화로 제대로 초청받아서 온 건 처음이거든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느끼면서 더욱더 감사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상호 감독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려요.”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존재는 현지에서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영화가 끝난 직후 들었던 한마디는 전지현에게도 오래 남은 순간이었다. 당시 분위기를 설명하는 그의 말에서는 아직도 여운이 묻어났다.
“박찬욱 감독님이 (레드카펫 때) 안아주셔서 정말 좋았죠. 너무 든든한 거예요. 타지에서, 특히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에 박감독님이 계신다는 게 엄청 든든하더라고요. 박감독님이 영화 끝나자마자 ‘대단하다, 연상호’라고 하셨어요. 진짜 고생했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레드카펫에 올라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많이 했거든요. 어떻게 할지, 기립박수 받고 나면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하면서 장난으로 ‘누구 하나 울자’ 했는데 그런 의도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굉장히 자연스럽게 울컥하더라고요. 여러 감정이 교차했어요. 좋았습니다.”

‘군체’는 전지현이 영화 ‘암살’ 이후 11년 만에 택한 스크린 복귀작이다. 최근 OTT 시리즈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그는 연상호 감독에 대한 믿음, 작품을 향한 확신으로 ‘군체’를 택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오고 나서 영화 산업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분위기도 그렇고. 제작 여건도 달라지면서 좋은 시나리오를 찾는다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마 위주로 활동을 해왔어요.
그러다 연상호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영화 시나리오는 이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작품을 고를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으로서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는 특히 더요.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도 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군체’라는 작품이 딱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전지현은 극 중 권세정을 연기했다. 권세정은 생명공학자로, 생존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중심 역할을 맡으며 감염자들의 행동을 단순한 공포가 아닌 ‘패턴’으로 읽어내 탈출의 실마리를 찾는 인물이다. 전지현은 권세정을 두고 혼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굉장히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본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거든요. 권세정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잘 지켜내고 있는, 중심을 잡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권세정이 끌고 가는 건 관객의 마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감정에 큰 기복이나 높낮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촬영 현장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한층 편안해졌다. 전지현은 좀비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면서도 직접 좀비 연기를 해봤던 경험을 꺼내 웃음을 자아냈다.
“좋았어요.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캐릭터들인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연기가 돼요. 장르영화다 보니 긴박한 상황들이 항상 있는데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도망치느라 오히려 연기가 안 될 때도 있어요. 빨리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런 것도 생생한 느낌이 나고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좀비 배역을 소화한 분들이 진짜 경이로운 것 같아요. 몸을 잘 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로서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살아갈 때도 자신의 몸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대부분 잘 모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그분들이 부러웠고 항상 빛이 났어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무용수분들이라서.
그분들의 노력이 행동 하나하나에 다 들어있어요. 그런 것들을 표현해낸다는 것 자체가 진짜 존경스러웠어요. 저도 가능성이 있는 게 현장에서 좀비 연기를 해봤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원석을 발견한 것마냥 하시더라고요.”
연상호 감독과는 첫 만남이다. 연상호 감독의 팬이었다는 그는 “모든 작품을 다 봤고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들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연상호 감독과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우리 모두 다 밝히고 싶지 않은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인간 특유의 불편한 것들을 드러내면서 자신만의 색깔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의 세계관, 색깔이 너무 좋았죠.
모든 작품을 다 봤고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감독님과 같이 작업한다고 결정했을 때는 작품의 색깔이 평범하지 않다 보니 걱정도 되더라고요. 괜히 이상한 감독님이면 어떡하지, 힘들게 하면 어떡하나 하고요.(웃음)
그런 원초적인 생각을 했는데 작업하면서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편안한 현장이었고 좋은 환경에 감사하면서 촬영했죠.”
연상호 감독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넘어야 할 산이 있어요. 신현빈과 김신록, 구교환, 그리고 박정민.(웃음) 제일 많이 한 김신록부터 빨리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이 없다, 빨리 ‘연니버스’를 타서 그들과 견주어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모든 걸 감독님에게 전적으로 맡기려고 해요.”

연상호 감독의 말에 의하면, 전지현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자연스럽게 챙기며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연상호 감독은 “톱스타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작품 전체의 에너지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지현은 “현장에서의 시간이 정말 귀하다”고 표현했다.
“정말 귀해요, 이런 시간들이. 그래서 감사해요. 특히 저 같은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기회가 많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예민하게 일해서 얻을 게 뭐가 있나, 그냥 감사하게 일하자는 마음이 더 커요.”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는 ‘톱스타’라는 타이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이미지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고민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안주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가짐에서는 왜 이토록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스스로 톱스타라고 의식하면서 어떻게 살겠어요. 그냥 제 안에 알고리즘이 있을 거잖아요.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 계기도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한 거거든요. 그런데 또 운동만 열심히 하면 뭐 하겠어요. 사람이 태어나서 일을 해야지. 일하면 일도 잘해야 하고 또 일만 하면 뭐해, 가정도 잘 이뤄야 하고 그렇게 그 안에서 균형을 잘 잡아 나가는 게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거라고 항상 고민을 하면서 살아요.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대충 하면 대충하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렇게 뻔하게 열심히 하고 감사하면서 살면 좋은 결과를 얻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해요.”

#전지현 #군체 #칸국제영화제 #연상호감독
Copyright © 모리잇수다 채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