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열풍, '독일 세단'은 예외...벤츠·BMW 세단이 한국 외제차 시장 점령한 이유는

실용성보다 '하차감', 제네시스와 좁혀진 가격 격차가 만든 '독일 세단' 천하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한국 외제차 시장 만큼은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SUV 점유율이 6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시장의 왕좌는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 독일 세단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

관련업계에는 실용성보다 브랜드의 가치와 '성공의 상징'을 중시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소비문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핵심 라인업이다. 특히 한국은 이 두 모델이 글로벌 판매량 1·2위를 다툭고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다.

SUV 선호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시장 왕좌를 굳건히 지키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5년 수입차 시장에서 BMW는 7만7127대를 판매하며 5년 연속 1위를 수성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6만8467대로 2위를 기록하며 '양강체제'를 굳혔다.

이러한 흐름은 2026년에도 큰 변화가 없다. 지난 1월 단일 모델 판매 순위를 보면 벤츠 E클래스가 2220대, BMW 5시리즈는 1951대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E클래스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왕좌를 지켰다. 두 차종은 2025년 단일 모델 판매 순위에서도 3위로 내려온 적이 없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 안목을 맞추기 위해 상품 기획 단계부터 한국 시장을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통풍 시트, 서라운드 뷰 등 고급 옵션을 대거 기본 사양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가격 책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고객은 브랜드 가치와 주행 성능, 첨단 기술은 물론 세심한 마감 품질까지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까다로운 안목을 가졌다"며 "E-클래스는 특유의 정숙성과 안정적인 승차감, 최신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러한 높은 기대치에 부합하는 균형 잡힌 상품성을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 외제차 시장에서 수입 세단이 독주하는 배경으로 특유의 자동차 문화를 꼽았다.

김 교수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의 경우 큰 차와 고급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본인의 만족을 넘어 타인의 시선에서 얻는 감성적 만족인 '하차감'을 특히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80. / 현대자동차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가격 상승도 수입 세단 선호 현상에 기름을 부었다. 제네시스 G80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입차와의 실구매가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

실제 가격대를 비교해보면 제네시스 G80 시작 가격은 5978만원, BMW 5시리즈는 할인을 제외하고 시작 가격이 약 6000만원 후반대, 벤츠 E클래스는 7000만원 초중반대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외제 세단과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제네시스 또한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이왕 가격대가 비슷하다면 내가 원하던 '드림카'를 가져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