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람브레타 X300

람브레타가 창립 75주년을 맞이해 공개한 X300은 그들의 소중한 유산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탄생한 모델이다. 람브레타가 과거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미래를 향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람브레타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된 브랜드다. 밀라노 북동쪽에 Lambro 강이 흐르는 마을 Lambarte가 이름의 유래다. 그들의 첫 스쿠터는 베스파의 98이 선보인 다음해인 1947년에 등장한 모델A이다. 여기엔 재밌는 뒷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 베스파 98을 설계했던 코라디노 다스카니오Corradino D'Ascanio는 원래 페르난도 이노센티 Fernando Innocenti와 함께 전후 이탈리아 국민들의 새로운 탈것, 람브레타를 설계했다. 모터사이클을 싫어했다고 알려진 다스카니오는 기존의 모터사이클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설계를 시작했다. 누구나 타기 쉽고, 승객을 태울 수 있으며 실용적이면서 옷이 더러워지지 않는 차량, 이 설계가 오늘날 스쿠터의 원형이 된 것이다. 하지만 다스카리오는 페르난도 이노센티와의 의견차이로 떠난 뒤 피아지오와 베스파를 만들었다. 이노센티의 판단 착오로 한발 늦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스쿠터 장르가 유럽 전역에 큰 인기를 끌게 되며 람브레타는 급성장하게 된다. 이때 영국으로 넘어간 람브레타는 당시 젊은 층에게 각광받던 모즈 문화의 중심이 되며 전성기를 누린다. 하지만 이때 이미 이탈리아의 이노센티는 위기에 처해있었다. 유럽에서 스쿠터를 타던 젊은이들은 친퀘첸토로 대변되는 싸고 예쁜 차들로 관심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노센트 역시 자동차 산업으로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결국 회사가 매각되고 람브레타는 생산을 중단한다. 이후 람브레타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브랜드 권한은 여기저기 옮겨 다녔고 세계 각지에서 라이선스 제품을 제조하던 공장들이 각자도생하며 여러 가지 이름으로 생산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즈와 함께 찬란했던 전성기는 람브레타의 명성을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시켰다. 그리고 끊임없는 부활의 시도 끝에 2017년에 V시리즈와 함께 브랜드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75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인 G350과 X300을 발표하며 더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었다. 현재 람브레타의 본사는 오스트리아에 있고 X300의 경우 태국에서 생산한다.

X300

기존의 V125, 200이나 G350이 클래식의 복각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라면 X300은 람브레타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모델이다. 방패 모양의 프런트와 차체에 고정된 프런트 펜더 등 람브레타 특유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살리고 있다. 차체가 프레임이 되는 모노코크 구조도 그대로다. 하지만 모든 선을 직선으로 새롭게 그어주고 디테일은 과거와 현대를 잘 버무렸다. 특히 후면을 전부 뒤덮고 있는 과감한 디자인의 테일램프는 꽤 근사하게 느껴진다. 테일램프의 7줄 세로 패턴은 핸들바와 센터플로어 등 차량 곳곳에 동일하게 연출되어 통일감을 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외형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기존의 클래식 스쿠터의 섬세하고 여린 이미지보다는 조금 더 터프하고 선 굵은 느낌이 마음에 든다. 람브레타 스쿠터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던 남성미가 X300와서 폭발한 느낌이랄까? 과거와 미래를 잇는 쿨한 스타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자석을 들고 붙여보니 자석이 붙는 부분은 사이드패널과 전면 방패패널, 그리고 측면의 프레임을 구성하는 부분이다. 철재와 플라스틱을 적절히 배치했는데 도색 품질이 일정해서 전체적인 조화가 좋은 점은 잘 만든 부분이다.

뛰어난 주행성능과 재미

엔진은 진동이 제법 남아있는 타입이다. 특히 아이들링에서는 제법 굵직한 진동이 올라온다. 서 있을 때는 미러가 잘 안 보일정도다. 일단 바이크가 출발하면 진동이 줄어든다. 60km 순항 시에는 아주 쾌적하다. 스로틀을 열면 순정 상태로도 빅싱글 특유의 토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주행성능에 있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초반 가속이다. 25.1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75cc 수랭엔진은 가볍고 시원하게 속도를 붙인다. 묵직한 차체에도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시속 100km/h까지의 가속이 시원시원하고 120km/h까지는 어렵지 않게 속도를 붙일 만큼 출력은 넉넉하다. 참고로 최고속은 140km/h 내외 정도다.

핸들링도 좋았다. 스쿠터 특유의 작은 휠에서 오는 불안감은 있지만 뱅킹한계가 의외로 깊어서 노면을 쉽게 긁지 않는다. 덕분에 꽤 빠른 페이스로 고갯길을 달릴 수 있었다. 주행의 재미가 좋았다. 브레이크 성능은 출력에 비해 조금 아쉽다. 특히 탠덤하게 되면 제동력의 부족함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태생이 스타일과 여유를 즐기는 클래식 스쿠터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다. 막상 달려보면 예상보다 잘 달려서 제동력이 신경 쓰이는 것이다. 반면 ABS는 마음에 들었다. 개입 시기는 빠른 편이 아니고 쓸데없는 개입이 거의 없다. 전반적인 주행 성능 자체는 분명 합격점이다. 하지만 요즘 제품답지 않게 구동계의 작동 느낌이나 엔진 필링 등에서 조금 투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클래식 스타일의 스쿠터라는 생각으로 보면 이해가 되는 수준이다. 가격 727만 원이다. 비교군에 따라 비싸다고, 혹은 싸다고 생각 될 수 있는 미묘한 가격 설정이다. 몇몇 아쉬운 부분들은 멋진 디자인이 눈감아주게 만든다. 사실 스쿠터에게 스타일보다 중요한 게 있던가?


LAMBRETTA X300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4밸브 배기량 890cc 최고출력 25.1ps / 8,250rpm 최대토크 24.5Nm / 6,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7.5ℓ 변속기 자동변속V벨트 서스펜션 (F)더블암 링크 (R)더블쇽 타이어사이즈 (F)120/70 12 (R)130/70 12 브레이크 (F)220mm싱글디스크 (R)219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1,922×740×1,117(mm) 휠베이스 1,370mm 시트높이 790mm 차량중량 160kg 판매가격 727만 원


양현용
사진 MB 편집부
취재협조
포도모빌리티 1833-3219
촬영협조 헤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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