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공시 대해부] 태영그룹, 워크아웃 여파에 ‘지배력 축소’
태영그룹은 지주사 TY홀딩스를 주축으로 하는 재계 서열 42위의 건설·물류·미디어 특화 기업집단이다. 기존 지배구조는 태영건설이 SBS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쥐고 거느리는 형태였다. 그러다 지난 2020년 지주사 전환 추진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인적분할로 계열사 지분을 떼어내 TY홀딩스를 설립한 뒤 현재의 지배구조를 이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태영그룹의 동일인(총수)은 윤세영 창업회장이지만 실제 그룹을 이끄는 인물은 윤석민 회장이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 인적분할 당시 TY홀딩스에 지분을 넘긴 대가로 신주를 받아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높였으나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여파로 경영권이 축소된 상태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오너 지분율 하락
공정위가 태영그룹 동일인으로 지정한 윤 명예회장은 1933년생으로 만 91세다. 그룹 총수지만 경영에 참여하기 어려워 보이고, 내부지분율도 0.04%에 불과하다. 사실상 오너 2세인 윤 회장이 총수로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1964년생으로 만 60세다. 휘문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공대 화학공학 학사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수료했다. 1988년 입사한 뒤 여러 사업 부서에서 일했으며 2019년 회장에 올라 오너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그는 2020년 태영건설을 인적분할해 TY홀딩스를 설립할 당시 태영건설 지분을 넘긴 대가로 신주를 받아 신규 지주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듬해인 2021년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며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분할과 합병으로 경영권을 강화했으나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지배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공정위가 집계한 총수 2세 내부지분율은 지난해 2.58%에서 올해 1.26%로 1.32%p 하락했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은 대부분 윤 회장이 보유한 주식으로 평가된다. 지배력 약화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안으로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영향이 크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이전에는 윤 회장이 지분 32.34%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그의 여동생 윤재연 블루원 대표가 27.66%, TY홀딩스가 40%씩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가족회사로 운영됐다. 지난 3년간 연간 매출 4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한 알짜회사다. 이 기간 배당금이 30억~40억원에 달해 두 남매와 TY홀딩스에 큰 수익을 안겨줬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됐으며 매각대금 중 1549억원이 지원금으로 쓰였다.
총수 2세 지배력 축소...‘계열사 의존도' 커졌다
태영그룹은 총수 2세의 지분율 하락 폭이 컸으나 계열회사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 5월 말 기준 윤 회장의 주식보유 현황은 TY홀딩스 24.8%. 태영건설 9.7%, 블루원 1.9% 등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32.3%가 매각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윤 회장이 개인 지분을 매각한 데 따라 총수 2세의 지분율이 감소했다. 다만 내부지분율은 75.51%로 지난해보다 4.07%p 떨어졌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88개)의 내부지분율인 61.4%를 상회한다.
그룹 지배력의 요체가 계열회사 지분율인 셈이다. 그룹은 계열사 출자를 통한 지배력 의존도가 커졌다. 계열회사 내부지분율은 72.94%로 지난해의 75.16%보다 2.22%p 하락했으나, 총수 있는 집단(78개)의 계열회사 지분율 평균 54.9%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윤 회장이 지배력 회복에 나선다면 그 시기는 태영건설이 정상궤도에 오른 뒤일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위한 에코비트 매각(2조700억원) 등 자구안이 이행되고 있으며, 연내 주식거래 재개를 목표로 상장적격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태영건설 측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 만큼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수는 7개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다. 다만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는 2개에서 1개로 줄었고, 이들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계열사는 5개에서 6개로 늘며 총계가 동률을 유지했다.
그룹의 자본금은 지난해보다 271억원 증가한 9470억원을 기록했다. 태영건설 자구안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와 부동산, 알짜회사 매각 등을 추진한 결과로 예상된다.
한편 태영그룹은 건설의 위기로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 3위에 올랐다. 부동산 PF사업에서 손실이 반영되며 당기순이익이 2조7000억원 줄었다. 1위는 SK그룹(10조4000억원), 2위는 HMM(9조원)으로 각각 재계 서열 2위, 20위라 태영그룹보다는 자본 완충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나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