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지원' 반대하는 자영업자 "그거 배달앱 본사로 다 빠져갑니다" [스프]
김종원 기자 2024. 9. 29. 09:03
[귀에 빡!종원]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인류 최초로 배달앱을 발명한 나라는 한국이다. 2010년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배달앱도 태어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요식업 자영업자와 배달앱 사이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동안은 대체로 논쟁의 중심이 '수수료'였다. 그런데 최근 배달 플랫폼 사이 무료배달 경쟁이 시작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뜨거운 논쟁거리가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이다. 무료로 바뀐 배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이다.
갈등이 극한으로 고조되며 배달앱도 놀라는 분위기이지만, 아직까지는 수수료 인하와 같은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배달앱 문제에 처음으로 정부까지 나서며 '상생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둘 사이 입장 차는 줄지 않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다. 배달 음식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으며 전체 음식 물가를 견인하고 있단 지적까지 나온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무료배달 뒤에 더 큰 물가상승이 온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자영업자와 배달앱 사이의 갈등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양새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배달앱이 자영업자를 얼마나 옭아매고 있는지,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배달앱의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봐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배달 시장을 지금의 규모로 키운 것은 배달앱이다. 배달앱과 배달 자영업이 함께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의 배달음식인 중국집이나 피자 등도 있긴 하지만, 배달앱이 있었기 때문에 새롭게 생겨난 배달 업종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알아서 잘 돌아가던 평화로운 배달 시장에 배달앱이 점령군으로 들어와 일방적인 수탈을 해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배달앱이 배달 시장을 키우고, 커진 배달 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은 이윤을 창출하고, 그 혜택을 소비자까지 누리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에 지금의 배달앱 기업들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물었을 때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특히 최근의 행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먼저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배달의민족' 사업 모델을 살펴보자.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들어가면 가장 크게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메뉴가 있다. 바로 '배민배달'이다. 이 배민배달 위쪽으로 보면 정사각형 작은 모양으로 '가게배달'이라고 보인다. 바로 이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이 배민이 내세우고 있는 두 가지 주요 상품이다. 내가 음식점을 차려 배달의민족에 내 가게를 올려놓는다면, 이 '배민배달' 혹은 '가게배달' 둘 중의 하나의 상품을 선택해 비용을 내야 한다. (물론 두 개 다 가입하는 사장님도 많다.)
- 배민배달
그러면 먼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뉴인 '배민배달'부터 살펴보자. '배민배달'은 그 이름 그대로 배달 라이더를 배민 측이 보내주는 상품이다. 모든 배달을 배민 측의 라이더가 해야 한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우리 가게 바로 윗집에서 주문을 해도 내가 직접 가져다주지 못한다.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 가족이 배달을 도와주러 오고 싶어도 역시 불가능하다.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를 통해서만 배달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배민배달'이라는 상품 자체가 사장님들의 배달 선택권을 제한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올초 갈등 상황이 터진다. 배민 측이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할 배달비용을 자영업 사장들에게 무조건 3,300원씩 부담하라고 못 박은 것이다. 기존에는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를 보내주더라도, 그 비용을 소비자와 어떻게 나눌지는 사장들이 정했다. 장사가 잘 되고 인기 있는 집이라면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100% 다 전가시켰을 것이고, 내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집이라면 사장이 100% 다 부담했을 것이다. 많은 경우는 이 배달비용을 반반 나누기도 했을 것이다. 즉 가게 사정에 맞게, 상황에 맞게 사장이 경영적 판단으로 배달비를 소비자와 나누어 부담했다. 하지만 배민 측이 사장이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를 고정해 버리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배달 운영도 우리 마음대로 못하는데 그 비용까지 고정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내 돈으로 차린 내 가게인데, 배달 전반을 플랫폼일 뿐인 배민이 통제하면서 비용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배민 측은 이 갈등이 채 봉합되기도 전 한 가지 강수를 더 던진다. 7월 플랫폼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한꺼번에 3%p나 올려버린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폭발했고 배민의 수수료 정책을 비판하는 뉴스도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화나 수위 조절은커녕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수익 극대화 카드만 던지는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배민 측에 물으니 경쟁사인 '쿠팡이츠'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원래부터 수수료가 9.8%였던 쿠팡이츠 수준으로 수수료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 3%p 차이만큼 수익의 차이가 나면서 딱 그 3%p 차이만큼 할인쿠폰 같은 프로모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게 눈 가리고 아웅인 게, 할인행사를 그만큼 더 한다면 소비자가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겠으나, 결국 그 부담을 지는 게 배민이 아닌 자영업자 아닌가?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결국 음식 비용을 올릴 것이고 종국에는 소비자가 할인을 받는 비용보다 더 크게 배달 음식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두 거대 플랫폼 업체의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인 자영업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모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사이에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두 플랫폼 업체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배민배달'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가게배달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상품 '가게배달'은 이름 그대로 가게가 배달을 알아서 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고, 가족들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라이더 업체를 이용해도 된다. 배달 비용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비자와 나눈다. 즉 앞서 살펴본 배민배달에서 허용되지 않는 배달과 관련한 영업 자유가 고스란히 사장에게 있다.
그런가 하면 수수료 문제도 약간 입장이 다르다. 가게배달에 입점한 점주들은 플랫폼 수수료가 아닌, 광고 비용 형태로 배민 측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 광고는 결국 배민 앱에 내 가게가 얼마나 잘 노출되게 하느냐를 위한 건데, 건당 88,000원인 정액제 상품도 있고, 건당 6.8%인 정률제 상품도 있는데 이는 사장들이 역시 본인의 사정에 맞게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만 들으면 '가게배달' 상품을 이용할 경우 배민은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는 용도로만 쓰는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업 방식은 사장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훨씬 이득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알고 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화면 배치 UI이다. 배달의민족 앱을 켜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가장 크게 들어가 있는 것이 '배민배달' 업체 들이다.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배민배달'에서 주문을 하게 된다. 조그맣게 위치해 있는 '가게배달'까지 굳이 들어가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랫폼이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사람의 눈동자가 머무는 곳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배민 측은 차별의 의도가 없고 오히려 '가게배달'이라는 메뉴를 둠으로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민 측이 입김을 많이 행사할 수 있는 '배민배달' 상품을 가장 밀고 있는 만큼, 배민배달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에겐 보이지 않는 페널티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배민배달'에 가입을 하지 않고 '가게배달'에만 가입을 하면 주문 콜 수가 많이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게배달'을 쓰다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배달'을 동시에 가입하는 사장들이 적지 않다.
결국 이런 UI 배치문제를 공정위가 문제 삼아 시정명령을 내렸다. 배민 측은 현재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에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의 메뉴 버튼의 크기를 동일하게 조정한 새로운 UI를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버튼의 크기만 같아졌을 뿐, 가장 먼저 접속을 했을 때 '배민배달'이 기본 화면으로 뜨는 건 마찬가지라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 배민클럽
그런데 '가게배달'을 하는 사장들에게 이번에 폭탄이 떨어졌다. 바로 배민이 새롭게 도입한 구독제 상품인 '배민클럽'이다. 배민클럽은 소비자가 한 달에 3,990원을 내면(지금은 1,990원 할인 중) 무료 배달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새 구독형 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정액 배달비라는 또 하나의 구독 모델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가게배달'에 입점한 사장들에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 '배민클럽'으로 무료가 된 배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앱 디자인 자체가 훨씬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배민배달' 업체들이 이제는 여기에 더해 '무료배달'까지 하게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손해 본다고 생각했던 '가게배달' 입점 업체들은 완전히 외면을 당할 것이란 공포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덥석 무료배달을 해 주기도 애매하다.
앞서 설명한 '배민배달'을 이용하는 사장들은 배민의 정책에 따라 이미 배달 건당 2,900원의 배달비를 고정으로 부담하고 있다. '배민클럽' 시행으로 배달비가 무료가 됐어도 '배민배달' 입점 사장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아직은 없다. 그런데 '가게배달'에 입점한 사장들은 얘기가 다르다. 그동안 소비자와 배달비를 사장 재량으로 나눠서 부담하고 있었는데, 배민클럽으로 무료 배달이 시작되면 이 비용을 고스란히 사장이 떠안아야 한다. 특히 눈비가 오거나 늦은 밤, 거리가 멀 경우 등은 배달비에 할증이 붙는데, 그동안은 소비자와 나눠 내던 이 배달비를 '배민클럽'의 도입에 발맞춰 무료배달을 따라가려면 이제는 사장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배민배달' 상품에 가입을 하지 않고 '가게배달'만 하던 사장들도 어쩔 수 없이 2,900원 배달비 부담액이 고정돼 있는 '배민배달'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배달의민족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두 가지 상품을 가지고 서로 다른 운영을 하고 있다. '배민배달'은 플랫폼인 배민 측이 가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수료 역시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인상을 했다. 배민 입장에서 더욱 더 확대하고 싶어 하는 사업 모델이다. 반면 플랫폼에 의해 그나마 덜 좌지우지되는 '가게배달'을 배민 측은 어떻게든 '배민배달'로 전환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 사장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양치기 개처럼 내세운 것이 바로 새로 도입한 구독형 모델 '배민클럽'이라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런 주장이 오해라고 해명한다. '가게배달'을 하는 사장들에게도 무료배달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준 것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구독형 멤버십으로 무료배달을 하는 모델은 쿠팡이츠가 올 3월 먼저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배달비가 너무 올라 배달 음식 시켜 먹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때 쿠팡이츠가 기존 쿠팡의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한 것이다. 효과는 대단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0%대 점유율이던 쿠팡이츠는 어느새 23% 가까이 수치를 끌어올렸다. 반대로 배달의민족은 2022년 처음으로 점유율 60%를 찍고 승승장구했으나, 쿠팡이츠의 이러한 기세에 밀려 다시 58%로 2년 만에 60%대 점유율이 깨졌다.
이러다 보니 배민이 쿠팡이츠에 느끼는 위기감은 대단한 모양이다. 수수료를 따라한 것도 그렇지만, 부랴부랴 구독제 모델까지 따라 내놓은 걸 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민이 내놓은 '배민클럽'이 쿠팡의 '와우회원'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쿠팡 '와우회원' 가입자 수는 1,400만 명이다. 우리나라 가구수가 2,400만이니까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쿠팡 와우회원인 셈이다. 쿠팡 로켓배송에, 쿠팡 플레이, 무료배달까지 혜택도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기존 쿠팡 와우회원들은 그냥 쿠팡이츠에서 시켜 먹으면 됐지, 배민의 월 3,990원짜리 회원제 모델을 새로 가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무료배달 말고는 다른 혜택을 줄 수 없는 배민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압도적 선두주가가 한참 뒤에 있는 후발주자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계속 연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배달앱 기업들은 자신들도 남는 게 없다고 항변한다.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에 보내는 돈 중에, 결제 수수료는 카드사 등 결제 관련 회사가, 배달비는 라이더가, 세금은 국가가 가져가고, 플랫폼 수수료 딱 하나만 자신들이 가져가는데 이게 그리 크지 않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100만 폐업 시대의 자영업자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기가 막힐 뿐이다. 당장 2023년 기업실적만 놓고 봐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양대 배달앱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배달의민족은 매출 3조 4천억 원에 영업이익 7천억 원 가까이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나 증가한 것이다. 쿠팡이츠 역시 8천억 원 가까운 매출에 영업이익도 7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배 넘게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우 전 세계 75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살펴보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등에서 크게 손해를 보며 글로벌 전체 3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유일하게 아시아 지역에서만 5천76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봤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7천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니, 말 그대로 딜리버리히어로에게 한국은 가장 우량한 캐시카우인 셈이다.
특히 7천억 원 영업익 중 절반이 넘는 4천억 원을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당금으로 받아가다 보니 독일 기업이 한국 배달 시장에 빨대를 꽂았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사실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딜리버리히어로가 '투자'를 했다는 것은 결국 배민을 인수한 게 전부이고, 그 이른바 '투자'의 혜택이 실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자영업자들이나 그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전혀 돌아오는 게 없이, 오히려 악영향만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0만 자영업 폐업이 시대, 장사가 잘 되는데도 남는 게 없어 문을 닫는 음식점이 즐비한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배달앱 기업들이 '남는 게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니 이를 곱게 보는 시선이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인류 최초로 배달앱을 발명한 나라는 한국이다. 2010년 스마트폰의 탄생과 함께 배달앱도 태어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요식업 자영업자와 배달앱 사이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동안은 대체로 논쟁의 중심이 '수수료'였다. 그런데 최근 배달 플랫폼 사이 무료배달 경쟁이 시작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뜨거운 논쟁거리가 하나 더 추가됐기 때문이다. 무료로 바뀐 배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이다.
갈등이 극한으로 고조되며 배달앱도 놀라는 분위기이지만, 아직까지는 수수료 인하와 같은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배달앱 문제에 처음으로 정부까지 나서며 '상생협의체'가 만들어졌지만 둘 사이 입장 차는 줄지 않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다. 배달 음식 물가가 급격하게 치솟으며 전체 음식 물가를 견인하고 있단 지적까지 나온다. 당장 눈에 보이는 무료배달 뒤에 더 큰 물가상승이 온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자영업자와 배달앱 사이의 갈등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양새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배달앱이 자영업자를 얼마나 옭아매고 있는지, 이를 알아보려면 먼저 배달앱의 비즈니스 모델을 알아봐야 한다.
'숨 쉴 틈도 없다'... 배달 시장 옭아맨 배달앱
하지만 배달앱이 배달 시장을 키우고, 커진 배달 시장에서 자영업자들은 이윤을 창출하고, 그 혜택을 소비자까지 누리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에 지금의 배달앱 기업들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물었을 때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특히 최근의 행보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먼저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배달의민족' 사업 모델을 살펴보자.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들어가면 가장 크게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메뉴가 있다. 바로 '배민배달'이다. 이 배민배달 위쪽으로 보면 정사각형 작은 모양으로 '가게배달'이라고 보인다. 바로 이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이 배민이 내세우고 있는 두 가지 주요 상품이다. 내가 음식점을 차려 배달의민족에 내 가게를 올려놓는다면, 이 '배민배달' 혹은 '가게배달' 둘 중의 하나의 상품을 선택해 비용을 내야 한다. (물론 두 개 다 가입하는 사장님도 많다.)
- 배민배달
그러면 먼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뉴인 '배민배달'부터 살펴보자. '배민배달'은 그 이름 그대로 배달 라이더를 배민 측이 보내주는 상품이다. 모든 배달을 배민 측의 라이더가 해야 한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우리 가게 바로 윗집에서 주문을 해도 내가 직접 가져다주지 못한다.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 가족이 배달을 도와주러 오고 싶어도 역시 불가능하다.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를 통해서만 배달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배민배달'이라는 상품 자체가 사장님들의 배달 선택권을 제한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올초 갈등 상황이 터진다. 배민 측이 배달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할 배달비용을 자영업 사장들에게 무조건 3,300원씩 부담하라고 못 박은 것이다. 기존에는 배민 측이 보내주는 라이더를 보내주더라도, 그 비용을 소비자와 어떻게 나눌지는 사장들이 정했다. 장사가 잘 되고 인기 있는 집이라면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100% 다 전가시켰을 것이고, 내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집이라면 사장이 100% 다 부담했을 것이다. 많은 경우는 이 배달비용을 반반 나누기도 했을 것이다. 즉 가게 사정에 맞게, 상황에 맞게 사장이 경영적 판단으로 배달비를 소비자와 나누어 부담했다. 하지만 배민 측이 사장이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를 고정해 버리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배달 운영도 우리 마음대로 못하는데 그 비용까지 고정하느냐는 것이다. 내가 내 돈으로 차린 내 가게인데, 배달 전반을 플랫폼일 뿐인 배민이 통제하면서 비용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배민 측은 이 갈등이 채 봉합되기도 전 한 가지 강수를 더 던진다. 7월 플랫폼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한꺼번에 3%p나 올려버린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폭발했고 배민의 수수료 정책을 비판하는 뉴스도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대화나 수위 조절은커녕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수익 극대화 카드만 던지는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배민 측에 물으니 경쟁사인 '쿠팡이츠'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원래부터 수수료가 9.8%였던 쿠팡이츠 수준으로 수수료를 올렸다는 것이다. 그 3%p 차이만큼 수익의 차이가 나면서 딱 그 3%p 차이만큼 할인쿠폰 같은 프로모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쿠팡이츠의 수수료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게 눈 가리고 아웅인 게, 할인행사를 그만큼 더 한다면 소비자가 당장은 좋아 보일 수 있겠으나, 결국 그 부담을 지는 게 배민이 아닌 자영업자 아닌가?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결국 음식 비용을 올릴 것이고 종국에는 소비자가 할인을 받는 비용보다 더 크게 배달 음식 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두 거대 플랫폼 업체의 경쟁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인 자영업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모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사이에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두 플랫폼 업체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배민배달'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가게배달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상품 '가게배달'은 이름 그대로 가게가 배달을 알아서 하는 방식이다. 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고, 가족들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라이더 업체를 이용해도 된다. 배달 비용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비자와 나눈다. 즉 앞서 살펴본 배민배달에서 허용되지 않는 배달과 관련한 영업 자유가 고스란히 사장에게 있다.
그런가 하면 수수료 문제도 약간 입장이 다르다. 가게배달에 입점한 점주들은 플랫폼 수수료가 아닌, 광고 비용 형태로 배민 측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 광고는 결국 배민 앱에 내 가게가 얼마나 잘 노출되게 하느냐를 위한 건데, 건당 88,000원인 정액제 상품도 있고, 건당 6.8%인 정률제 상품도 있는데 이는 사장들이 역시 본인의 사정에 맞게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만 들으면 '가게배달' 상품을 이용할 경우 배민은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는 용도로만 쓰는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업 방식은 사장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상품이다. 훨씬 이득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데 이게 알고 보면 또 그렇지가 않다.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화면 배치 UI이다. 배달의민족 앱을 켜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가장 크게 들어가 있는 것이 '배민배달' 업체 들이다. 음식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배민배달'에서 주문을 하게 된다. 조그맣게 위치해 있는 '가게배달'까지 굳이 들어가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랫폼이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사람의 눈동자가 머무는 곳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배민 측은 차별의 의도가 없고 오히려 '가게배달'이라는 메뉴를 둠으로서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민 측이 입김을 많이 행사할 수 있는 '배민배달' 상품을 가장 밀고 있는 만큼, 배민배달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에겐 보이지 않는 페널티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배민배달'에 가입을 하지 않고 '가게배달'에만 가입을 하면 주문 콜 수가 많이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게배달'을 쓰다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배민배달'을 동시에 가입하는 사장들이 적지 않다.
결국 이런 UI 배치문제를 공정위가 문제 삼아 시정명령을 내렸다. 배민 측은 현재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에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의 메뉴 버튼의 크기를 동일하게 조정한 새로운 UI를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버튼의 크기만 같아졌을 뿐, 가장 먼저 접속을 했을 때 '배민배달'이 기본 화면으로 뜨는 건 마찬가지라 자영업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 배민클럽
그런데 '가게배달'을 하는 사장들에게 이번에 폭탄이 떨어졌다. 바로 배민이 새롭게 도입한 구독제 상품인 '배민클럽'이다. 배민클럽은 소비자가 한 달에 3,990원을 내면(지금은 1,990원 할인 중) 무료 배달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새 구독형 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월정액 배달비라는 또 하나의 구독 모델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가게배달'에 입점한 사장들에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 '배민클럽'으로 무료가 된 배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앱 디자인 자체가 훨씬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배민배달' 업체들이 이제는 여기에 더해 '무료배달'까지 하게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손해 본다고 생각했던 '가게배달' 입점 업체들은 완전히 외면을 당할 것이란 공포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덥석 무료배달을 해 주기도 애매하다.
앞서 설명한 '배민배달'을 이용하는 사장들은 배민의 정책에 따라 이미 배달 건당 2,900원의 배달비를 고정으로 부담하고 있다. '배민클럽' 시행으로 배달비가 무료가 됐어도 '배민배달' 입점 사장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아직은 없다. 그런데 '가게배달'에 입점한 사장들은 얘기가 다르다. 그동안 소비자와 배달비를 사장 재량으로 나눠서 부담하고 있었는데, 배민클럽으로 무료 배달이 시작되면 이 비용을 고스란히 사장이 떠안아야 한다. 특히 눈비가 오거나 늦은 밤, 거리가 멀 경우 등은 배달비에 할증이 붙는데, 그동안은 소비자와 나눠 내던 이 배달비를 '배민클럽'의 도입에 발맞춰 무료배달을 따라가려면 이제는 사장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배민배달' 상품에 가입을 하지 않고 '가게배달'만 하던 사장들도 어쩔 수 없이 2,900원 배달비 부담액이 고정돼 있는 '배민배달'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배달의민족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두 가지 상품을 가지고 서로 다른 운영을 하고 있다. '배민배달'은 플랫폼인 배민 측이 가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수수료 역시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인상을 했다. 배민 입장에서 더욱 더 확대하고 싶어 하는 사업 모델이다. 반면 플랫폼에 의해 그나마 덜 좌지우지되는 '가게배달'을 배민 측은 어떻게든 '배민배달'로 전환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이 사장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양치기 개처럼 내세운 것이 바로 새로 도입한 구독형 모델 '배민클럽'이라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이런 주장이 오해라고 해명한다. '가게배달'을 하는 사장들에게도 무료배달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준 것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쿠팡에 위기감 느끼는 배민
이러다 보니 배민이 쿠팡이츠에 느끼는 위기감은 대단한 모양이다. 수수료를 따라한 것도 그렇지만, 부랴부랴 구독제 모델까지 따라 내놓은 걸 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민이 내놓은 '배민클럽'이 쿠팡의 '와우회원'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쿠팡 '와우회원' 가입자 수는 1,400만 명이다. 우리나라 가구수가 2,400만이니까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쿠팡 와우회원인 셈이다. 쿠팡 로켓배송에, 쿠팡 플레이, 무료배달까지 혜택도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기존 쿠팡 와우회원들은 그냥 쿠팡이츠에서 시켜 먹으면 됐지, 배민의 월 3,990원짜리 회원제 모델을 새로 가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무료배달 말고는 다른 혜택을 줄 수 없는 배민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압도적 선두주가가 한참 뒤에 있는 후발주자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계속 연출되고 있다.
'우리도 힘들다'는 배달앱... 자영업자는 어쩌라고
배달의민족은 매출 3조 4천억 원에 영업이익 7천억 원 가까이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나 증가한 것이다. 쿠팡이츠 역시 8천억 원 가까운 매출에 영업이익도 77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배 넘게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우 전 세계 75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살펴보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등에서 크게 손해를 보며 글로벌 전체 3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유일하게 아시아 지역에서만 5천76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봤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7천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니, 말 그대로 딜리버리히어로에게 한국은 가장 우량한 캐시카우인 셈이다.
특히 7천억 원 영업익 중 절반이 넘는 4천억 원을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당금으로 받아가다 보니 독일 기업이 한국 배달 시장에 빨대를 꽂았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사실 글로벌 기업이 투자를 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딜리버리히어로가 '투자'를 했다는 것은 결국 배민을 인수한 게 전부이고, 그 이른바 '투자'의 혜택이 실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자영업자들이나 그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전혀 돌아오는 게 없이, 오히려 악영향만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0만 자영업 폐업이 시대, 장사가 잘 되는데도 남는 게 없어 문을 닫는 음식점이 즐비한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배달앱 기업들이 '남는 게 없다'고 앓는 소리를 하니 이를 곱게 보는 시선이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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