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장·차관 서학개미들이 엔비디아·테슬라 대신 선택한 ‘흙속의 진주’
미국 주식 소유한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AMD주주, 수조원대 투자로 주가전망 ‘맑음’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는 주요 기업들의 기록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26%, 19% 넘게 상승했다. 1990년대 말 당시 주가가 폭등했던 닷컴 버블 이후 보기 드문 수준이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올해 상반기에만 27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미국 주식 불패’를 외쳤던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흥했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국내 증시를 버리고 미국 증시를 선택하며 스스로 ‘서학개미’(해외 증시 개인 투자자)로 변신했다. 그 중에는 다수의 고위 공직자도 포함돼 있었다. ‘서학개미’로 변신한 고위 공직자들은 당장의 성장세 보단 앞으로 가능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중에도 유독 미국 반도체 기업 AMD(Advanced Micro Divice)’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AMD 주주 자처한 지자체·금융위 공직자들, 가족까지 동원해 3320주 폭풍 매수한 사례도
증권가 등에 따르면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AMD는 크게 주목받는 기업은 아니다.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MD는 올해 상반기 기준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톱20위 명단에 들지 못했다. 명단에는 엔비디아, TSMC, ARM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서학개미를 자처한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엔 유독 AMD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이상갑 문화경제부시장은 올해 6월 기준 본인 명의의 증권계좌로 AMD 주식을 3062주 가지고 있었다. 현재가 기준 평가금은 6억4700만원이다. 이상갑 부시장의 배우자(13주), 장남(189주), 차남(18주), 장녀(38주) 등도 모두 AMD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주식의 평가금 환산 총액은 7억원이 넘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분야 고위 공직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 3월 기준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AMD 주식 45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 현재가 기준 평가금은 1억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과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의 배우자들도 AMD 주식을 각각 51주, 16주 가지고 있었다.
타 정부 부처 소속 고위 공직자들 중에도 AMD 소액주주가 여럿 존재했다. 올해 3월 기준 이병호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AMD 주식을 300주 소유 중이었다. 현재가 기준 평가금은 6339만원이다. 같은 기간 ▲신치환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283주) ▲심우정 대검찰청 차장검사(장남89주, 장녀61주) ▲이상일 경기도 용인시장(41주) 등도 AMD를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까면 깔수록 속 꽉찬 열매 AMD, 6조원대 서버업체 인수 등 공격적 투자에 월가도 호평
AMD는 미국의 AI 반도체 설계회사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하고 있으며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칩셋 설계 및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가려지긴 했지만 AMD 역시 AI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실적 또한 꾸준히 우상향 중이며 올해 2분기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발표된 실적 자료에 따르면 AMD의 2분기 매출은 58억4000만달러(원화 약 7조8110억원)로 시장 예상치(57억2000만달러)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억6500만달러(원화 약 3544억원)로 전년 동기(2700만달러) 대비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AI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게 결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AMD의 주요 고객사는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다.
최근 AMD는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AI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AMD는 AI 서버 제조사 ZT시스템스를 49억달러(원화 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AMD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이다. 지난달에는 AI 스타트업 ‘사일로 AI’를 6억6500만달러(원화 약 889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AMD의 굵직한 인수합병은 ‘리사 수’ 회장이 직접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사 수 AMD 회장은 “ZT시스템 인수를 통해 AI로드맵을 가속화하고 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의 격차를 좁힐 것이다”며 “이미 2분기 회사의 AI칩 매출이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으로 보아 우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만 출신인 리사 수 회장은 과거 AMD를 파산 위기에서 업계 2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그가 AMD에 영입되기 전 AMD는 야심차게 출시한 ‘불도저 마이크로아키텍처’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능을 보여 회사가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주당 2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순식간에 1달러대로 폭락했고 월가에서는 매도 의견을 쏟아냈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리사 수 회장은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는 대표 제품인 ‘라데온 RX200 GPU’ 가격을 대폭 낮춰 게임 산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전략은 적중했고 덕분에 리사 수 회장 취임 1년 후인 2013년 AMD는 7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월가에서는 AMD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리포트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의 수급을 AMD가 대거 흡수해 사업 영역을 키워나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벤 라이츠 애널리스트는 “최근 AMD의 시장 점유율 상승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텔의 제품 신뢰성과 실행 문제와 관련한 이슈는 AMD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며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긴 하지만 AMD의 최신 AI칩인 MI300X가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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