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 놀러온 송강호가 연기보고 극찬한 '여자 송강호'가 될 여배우

(이제 올려서 미안해요, Feel터뷰!)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의 서은수 배우를 만나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묻어두었던 기록을 마침내 꺼내어 놓는다. 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의 거대한 막이 오르기 직전, 판을 제대로 읽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가장 내밀한 복습'의 시간이다.

당시 얽히고설킨 제반 사정으로 제때 빛을 보지 못했던 시즌1 주역들의 인터뷰 원문을 아카이브 깊숙한 곳에서 봉인 해제한다. 코너명 '이제 올려서 미안해요'에는 마감 시차에 대한 에디터의 솔직한 송구함과 동시에, 차기 시즌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이 이야기들이 가장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적기라는 뻔뻔하고도 단단한 확신이 함께 담겼다.

야망과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대를 버텨낸 인물들, 그리고 그 서슬 퍼런 살갗을 직접 벼려낸 배우들의 진짜 육성이다.

단순한 뒷북 방출이 아닌, 시즌2로 건너가는 가장 날카로운 징검다리가 될 그날의 치열했던 기록들을 지금 순차적으로 전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1에서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실 수사관 오예진 역을 맡아 거침없는 에너지와 차진 부산 사투리로 극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은 배우 서은수의 라운드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1970년대 마약과 권력이 뒤엉킨 엄혹한 시대상 속에서 파닥거리는 활어처럼 현장을 누볐던 서은수는 캐릭터 구축의 뒷이야기부터 정우성·현빈과의 연기 호흡, 배우로서의 갈증과 다짐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평소 존경하던 우민호 감독님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거대한 시리즈를 준비하신다는 기사를 먼저 접했다. 마침 친한 동생인 이주연 배우가 장건영 검사의 여동생(장혜은 역)으로 먼저 캐스팅되어 정말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운명처럼 소속사로부터 대본이 들어왔다.

이미 현빈, 정우성 선배님이 캐스팅된 상태였기에 대본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 장면들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이 대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욕심이 들었고, 회사에 '너무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 단숨에 진행되었다.

-우민호 감독이 '마녀 2'를 보고 캐스팅했다고 전해 들었다.

감독님께서 영화 '마녀 2' 속 조현을 보시고 제 안의 에너지가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데뷔 이후 오랫동안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드렸기에, 배우로서 늘 상반된 역할에 대한 갈망이 컸다. '마녀 2'의 박훈정 감독님이 제게서 잘생김과 날것의 이미지를 꺼내주신 덕분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소중한 기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오예진이라는 캐릭터를 '활어'이자 '불나방'에 비유했다.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오예진은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 중 '온도가 가장 뜨거운 여자'였다. 1970년대 마약수사반은 온통 거친 남성들의 공간이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고 일하려면 평범한 태도로는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단단한 깡다구와 추진력, 바이브를 갖춰야 했다.

'마녀 2'의 조현이 숙명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었다면, 오예진은 불구덩이인 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뛰어드는 불나방이자 파닥거리는 활어 같은 친구였다.

감독님께서도 '부산지검에서 일하는 인물로서 확실한 엣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셨고, 그 엣지와 날것의 생동감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파격적인 히피펌 헤어스타일과 1970년대 스타일링이 큰 인상을 남겼다.

처음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단정한 사회 초년생 느낌을 주려고 긴 생머리로 준비해 갔다. 그런데 제 모습을 보신 우민호 감독님이 '뭔가 오예진만의 바이브가 살지 않는다'며 사진 한 장을 불쑥 건네셨다. 펑키한 히피펌을 한 여성의 사진이었다.

오랫동안 길러온 머리를 싹둑 자르고 파마를 해야 해서 처음엔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머리를 볶고 거울을 보니 시대성과 거친 에너지가 확 살아났다. 감독님의 그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오예진만의 날것의 색깔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차지고 거침없는 부산 사투리 연기도 화제였다. 고증과 연습은 어떻게 진행했나.

부산 영도에서 태어나 해운대에서 쭉 자란 부산 토박이다. 원래 사투리가 심해서 데뷔 초부터 언젠가 작품에서 제대로 된 사투리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마침 부산 사투리를 원 없이 쓸 수 있는 배역을 만나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다만 1970년대 부산 사투리는 현대 사투리와 어미나 억양이 꽤 달랐다. 말끝에 붙는 '~하예' 같은 옛 말투는 입에 착 붙지 않았다. 그래서 할머니 댁을 찾아가 직접 대본을 읽어봐 달라고 부탁드려 녹음하고, 당시 뉴스나 다큐멘터리 인터뷰 자료를 샅샅이 찾아보며 그 시대 특유의 거센 악센트와 호흡을 체화했다.

-극 중 장건영(정우성 분) 검사와의 끈끈한 사제 겸 파트너 케미가 돋보였다.

오예진은 원래 검찰청에서 커피를 타고 청소나 하던 '미스 오'였다. 사법고시를 꿈꿨지만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있던 인물에게 장건영 검사가 처음으로 '반가워요, 오 수사관'이라며 직함을 불러주고 동등한 동료로 인정해 줬다. 그 한마디가 예진에게는 거대한 불꽃을 지폈을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장건영 검사와 오예진의 관계와 똑같았다. 정우성 선배님은 대본에 갇히지 않고 리허설 단계부터 '내가 이렇게 움직일 테니, 예진이는 이렇게 받아쳐 보면 어때?'라며 애드리브와 즉흥 연기의 판을 넓혀주셨다. 선배님의 깊은 신뢰가 느껴졌기에 저 역시 주눅 들지 않고 마음껏 날뛸 수 있었다.

-현빈, 정우성 두 대배우와 한 앵글에서 호흡을 맞춘 소감은.

현장에서 두 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찬란한 배움이었다. 현빈 선배님은 현장 전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다부진 체격이 정말 대단해서 볼 때마다 속으로 '할리우드 배우 톰 하디 같다'고 감탄하며 그렇게 불렀다. 반면 정우성 선배님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이 마치 클래식 영화 속 '알랭 드롱'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멋진 선배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 인생의 크나큰 축복이었다.

-현장에서 우민호 감독 및 동료들과 애드리브 호흡도 많았다고 들었다.

감독님 자체가 날것의 생동감을 워낙 사랑하시는 분이다. 대본에 적힌 글자 그대로 흘러가기보다 배우들이 생생하게 부딪히는 순간을 즐기셨다. 차 안에서 동료 수사관 강대일(정만식 분)과 티격태격하며 맞붙는 장면 등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주고받은 대사와 리액션이 그대로 담겼다.

저 역시 부산 토박이로서 사투리의 뉘앙스나 거친 호흡을 감독님께 적극적으로 제안하며 장면을 채워나갔다.

-현장에 놀러온 송강호 선배가 배우님 연기를 칭찬 했다. 배우님은 칭찬 받으면 겸손하시는 편인지 그거로 기를 받는 편인지 궁금하다. 남성미 강한 작품인데도 원지안 배우와 함께 극의 큰 영향을 끼치며 존재감을 보인 소감은 만나지 않았지만 동질감이 컸을것 같다.

맞다. 지안 배우와 나는 한예종 4학번 차이의 선후배 사이다. 백기태 동생 차희님도 내 선배님다. 지안이와 서로 의지하고 현장에서 이야기가 잘 통하기도 했다. 서로 기대면서 의지도 많이 되었다. 하여튼 이 작품을 하게 되며서 작품적인 이야기는 많이 안했지만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서로 재미잇는 이야기도 많이 이야기도 했다. 서로 데이트도 많이 했다. (웃음)

-조금 억측일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전작인 '킹메이커','마녀2'에서도 그렇고 남성 조직에서 빛나는 홍일점 같은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배우님의 초반 캐릭터는 청초한데 이제 캐릭터가 용기있는 여성 캐릭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설정의 캐릭터를 맡을때 마다 느끼는 소감은.

그렇게 목소리를 낼수 있는 캐릭터에 내가 많이 매력을 느끼는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런 작품을 찍을때마 재미있는 느낌을 받는다. 촬영하면서도 뜨거워지는게 좋은 편이다. 그래서 계속 그런 작품을 선택하는것 같다.

-배우에게 프랜차이즈 캐릭터가 생기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들었다. 오예진을 통해 시즌2까지 하게 된 소감은?

그 시리즈물이 '메이드인 코리아'여서 감사하다.(웃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한 감독님과 함께해서 좋았고 그 횟수로 3년간 같이해서 영광이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자랑스러운 작품이 될것 같고 계속 해서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될것 같다. 이 현장에 합류한게 나에게는 엄청난 영광이고 이렇게 찬란한 날이 또있을까 생각도 했다. 감사할 일이다.

-배우 서은수에게 '메이드 인 코리아'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

현장 자체가 최고의 배움터였다. 안주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는 인물을 갈망해 왔는데, 오예진을 만나 온전히 그 뜨거움 속에 몸을 던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예쁘거나 여성스러운 틀에 갇히기보다는 에너지가 넘치고 관객의 뇌리에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연기자로 끊임없이 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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