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이 힘을 합쳐 '평범한 집'을 고쳐봤습니다

안녕하세요. 건축가와 현대미술을 전공한 부부가 함께 디자인하고 만들어낸 부모님 댁을 소개합니다 :) 저희는 신혼집을 리모델링하고 살고 있는데, 이 모습을 부모님께서 아주 흡족스럽게 보셨어요. 얼마 후 부모님께서 이사 갈 집을 디자인하게 되어, 저희 부부의 두 번째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부모님 두 분이 살고 있는 집을 만드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

건축가인 남편은 간결하고 정돈되게 집의 레이아웃과 동선을 계획하고, 현대미술을 전공한 아내는 따듯하고 풍성하되, 부모님이 편안한 집을 고민했어요. 저희가 살 집이 아니기에, 부모님의 의견이 가장 중요했는데요. 아버지는 수십년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시고 계시는 대표 건축가이며, 어머니는 젊은 감각과 센스가 있으셔서 저희 부부의 프레젠테이션을 심도 있게 같이 고민하시며 진행하였어요.

도면

변경 전 평면

변경 전에는 주방 쪽 가벽과 함께 ㄱ자 주방으로 벽을 보며 수전과 화구가 위치해 있고, 조리대가 많이 없는 것이 단점입니다. 특히 수납도 많이 부족했어요.

변경 후 평면

변경 후 도면입니다. 집의 구조적인 선은 최대한 정리를 하고, 수납과 주방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계획했어요. 주방의 가벽은 철거하여 대면형 아일랜드를 길게 만들고, 뒷벽은 많은 수납으로 채웠어요.

작은 방들은 드레스룸과 서재로, 각각의 붙박이장을 설치를 했고, 안방에는 여유 있는 팬트리를 계획해서 큰 짐도 넣어 생활하는 공간을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거실 Before

거실과 주방이 같은 공간으로 읽히는 평면입니다. ㄱ자 주방과 함께  애매한 영역의 우물 천장이 있고, 긴 복도가 있지만 아트월 마감이 긴 복도를 분절시키고 있었답니다.

거실 After

거실과 주방, 현관을 잇는 긴 복도의 선을 반듯하게 정리하고, 같은 마감재로 계획해서 공간을 더 넓어보이도록 계획을 했습니다.

또한, 주방 옆 가벽을 철거하여 통로를 만들어서 대면형 주방을 길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애매한 영역의 우물 천장을 막아버리고, 긴 복도와 함께 우드톤의 벽을 비추는 간접조명을 계획했습니다. 간접조명은 간결한 선으로 집이 넓어 보이고, 분위기 있는 연출을 해서 집의 메인 조명을 담당하고 있어요.

거실은 두 분이 생활 하시기에 꼭 필요한 것들만 두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기억하기 시작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릴렉스 체어나 흔들 의자를 집에 두셨어요. 어릴 적 제 놀이터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이번 집에는 거실에서 보이는 다리와 어울리는 색의 바실리 체어를 두었어요.

그리고 티비를 보시거나 편히 누울 수도 있는 데이베드 형식의 소파를 두어 두 분이 편하게 거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구상했어요. 이노베이션 리빙의 기아 쇼파 제품인데, 저희가 선택한 형태는 지금 구매할 수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아! 티비는 부모님의 꼭 필요한 가전인데요. 저희는 삼성 더프레임TV 85인치로, 반매립 박스를 미리 계획해서 벽걸이로 설치를 했습니다. 반매립 박스를 인테리어 전부터 계획해서 복도에서도 티비 속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벽에 딱 붙여서 설치를 했고, 삼성 더프레임TV로 구매를 해서, 평소에는 아트피스처럼 보일 수 있도록 해놓으니 만족도가 높아요.

반매립 박스를 계획할 때에는 티비의 제원과, 셋톱박스나 공유기 등의 필요한 소가전들의 정보를 꼭 염두 해 놓고 계획해 주세요. 저희는 방심했다가 한 차례 반매립 박스를 더 키워서 수정을 했답니다 ^^;;

그리고 아버지는 스피커로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시어 출력이 좋은 것을 구매하려 했으나, 공동주택이라 민폐가 염려되어 한 사이즈 작은 것으로 타협했어요.

이사를 하고 나서 보니, 어머니는 바실리 체어에 앉아서 밖을 보며 앉으시고, 아버지는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계시는게 상상한 그대로라서 웃음이 났어요. 🤣

거실에서 보이는 뷰 1

부모님댁은 뷰가 정말 환상적이에요! 밖을 보면 왼쪽에는 자연의 천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호수공원, 멀리는 바다가 보입니다. 빛이 잘드는 건 당연하고요.

거실에서 보이는 뷰 2

거실에서 보이는 호수공원도 멋지고, 노란 다리가 귀엽죠. 철제 난간을 강화 유리 난간으로 변경하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아파트 내규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서 난간 변경은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겨울에는 노을지는 빛이 집 깊숙이 들어와서 참 따듯합니다. 작은 천과 저 멀리 바다와 함께 석양이 같이 보이는 뷰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공사 중에 어머니가 방문하셔서 찍은 사진인데, 어머니는 내부보다 밖을 보고 더 좋아하셨어요 😂

주방 Before

요리를 좋아하시고 주방에 대한 로망이 있으신 어머니(손맛 엄청남)를 위해 여러가지 대안을 만들었어요. 처음 부모님 미팅 때에는 구조 변경에 대한 아이디어로 아버지와 남편이 오랜 시간 회의를 하기도 했어요. 여러 대안이 있었고 모두 각각의 매력과 장점이 많았어요.

현장에서 마스킹 테이프로 1:1 스케일로도 체크하고, 꼼꼼히 설명을 드린 뒤 op.2-1의 11자 배치로 결정을 했어요. 대략적인 형태의 배치를 결정 한 뒤, 톤앤 매너를 위한 미팅을 했어요. 대표적인 대안 중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모든 계획과 함께 시뮬레이션 및 도면 작업은 남편이 진행하며 부모님과 소통하여 수월했어요.

op.1-1

op.1-2

op.2-1

op.2-2

주방 레이아웃의 모델링

주방의 소재와 전체적인 벽의 마감재를 결정했어요. 건축가인 부자는 미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기능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어머니와 아내 또한 주방과 예쁜 집에 진심이였구요 :) 복도와 현관이 연결된 긴 벽체를 우드톤으로 정하고, 반대쪽은 화이트 톤으로 진행하기로 하며, 다시 주방의 세부 레이아웃을 정해보았습니다.

op.A

op.B

op.C

냉장고가 복도 쪽에 조금 더 가깝게 있고, 홈 바를 안쪽에 둔 대안 op.C로 결정 했어요. 냉장고 오른쪽은 키큰 팬트리장을 설치하여 화구에서 바로 식자재를 꺼내 쓸수 있도록 계획했지만, 찍은 사진이 없네요 ^^:

주방 After

짜잔, 오래 걸렸지만 주방 완성되었습니다.

상판은 세라믹 상판으로 아일랜드 측면과 홈바 부분까지 설치를 했습니다. 베인이 연결되게 신경을 썼어요.

수전은 그로헤 민타 스마트 컨트롤 수퍼스틸 제품이며, 조작 방식이 독특하고 생김새가 매력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 조작부가 안보여서 아주 미니멀한 제품입니다. 또한 물줄기가 부드러워 만족도가 정말 높아요.

싱크볼은 캄포르테 860이고요, 주방 기구, 가전과 수전은 저희 부부가 먼저 리모델링 한 저희 집에서 써본 것들인데요.경험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워서 어머니께 추천을 해드렸어요.

화구도 대면형으로 계획을 했는데, 후드의 방식을 많이 고민했어요. 작동하면 올라오는 다운 드래프트 후드와 같이 고민을 했지만, 저희는 일체형 인덕션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불의 세기와 함께 연동이 되어 후드도 자동으로 켜지고, 세기 조절이 되어서 조리를 할 때 즉각적인 반응과 손이 덜 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유지 관리 면에서 정식으로 한국에서 운영이 되는 브랜드인 점이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인덕션과 식기세척기는 밀레 제품이고, 오토도스가 되는 식기세척기와 후드 일체형 인덕션입니다. 주방을 간결하고 깔끔하게 쓰기 위해서 식기세척기는 이제 필수 가전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아무래도 거실과 같은 공간이라 소음이 우려되었는데, 밀레 식기세척기가 기본적인 세척은 물론, 소음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어머니는 많은 하부 수납과 함께 거실과 소통하며 조리를 할 수 있는 주방에 아주 행복해 하셔요. 마음에 든다고 하시며 사진 찍는 모습이 흐뭇했습니다 :)

복도 Before

신발장과 복도의 렌더링 이미지

복도 시공 중 사진

공사 중이지만 풋라이트와 간접등의 느낌을 위한 컷을 올려요.

복도 After

복도는 약간의 재미를 위해 센서형 풋라이트를 설치했어요. (렌더링 이미지와는 달리 반대 편 흰 벽에 설치했어요.) 천장에는 거실과 현관을 모두 연결한 간접조명과 함께 최소한의 다운라이트만 설치했습니다.

현관

현관의 신발장과 복도의 우드톤의 벽체를 같은 재질의 마감재로 계획했어요. 연관된 두 면을 같은 재료로 적용해서 시각적으로, 조형적으로 정돈이 되어 보일 수 있게 계획했습니다. 한 면으로 보이기 위해서, 가구 도어나 화장실, 안방 문은 모두 히든도어로 계획을 했고, 상부에는 간접조명을 설치했어요.

현관의 통나무는 아버지의 구두 신는 의자 겸 오브제로 쓰고 있어요. 아버지의 현관에 대한 요구사항인데, 구두나 신발을 신고 벗을 때 의자가 있으면 한결 편하더라구요. 하지만 일반적인 의자를 두기 보다, 스팟을 주는 조명과 함께 오브제로서 구성을 했습니다.

마치며

저희 부부의 부모님 댁 꾸미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세탁기 장이나 다용도실, 안방과 서재의 가구 계획도 같이 설명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저희 부부의 첫 리모델링 프로젝트도 같이 스토리를 올리며 부모님 댁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우리 부부가 계획한 이 집이 부모님의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자 마무리이길 바라며 계획과 공사감리를 진행했어요. 아직 부족함이 많아서 하나하나 채워가며 부모님의 삶이 더 편안하고,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조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