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 안하고 말지" 서울대 '기업인 교수' 0명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2025. 11.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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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등 임용 절차 어렵고
AI기업들은 보안 규정 엄격
겸직 안좋게 보는 시선도 여전
"글로벌 테크인재들 모셔오자"
대학 문턱 낮춰도 5년간 1명뿐
"산학협력 실효성부터 높여야"

서울대가 글로벌 기업의 박사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기업인 겸직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측이 인재 확보를 위해 관련 규정까지 손봤지만, 정작 해당 제도를 통해 겸직 중인 글로벌 기업인은 현재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과학을 주도하는 해외 산업계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학들이 글로벌 기업인에게 문을 열어놓았지만 까다로운 절차와 겸직을 반대하는 학내 분위기 등 구조적 문제로 사실상 겸직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사외이사 등 비상임직을 제외하고 현재 글로벌 기업의 임직원을 겸하고 있는 서울대 교수는 0명이다. 2021년 구글 리서치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이준석 박사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를 겸임했으나 올해 3월부터 구글에서 퇴사 후 전임교수로 전환해 서울대 교수 중 글로벌 기업 재직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2020년 서울대는 글로벌 기업체 직원들이 교수를 겸직할 수 있도록 겸직 규정을 크게 완화했다. 이전까지 겸직교수는 주당 8시간까지만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었으나, '빅테크를 비롯한 지능정보기업 임직원 중 총장 허가를 받은 자'에 한해 주 8시간 이상 겸직을 허용했다. 당시 서울대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가진 연구 노하우를 공유하고 향후 서울대 인근에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유치하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는 개정과 동시에 첫 겸직교수로 이 교수를 임용했지만, 이 교수가 올해 초 전임교수가 될 때까지 약 5년간 서울대 교수를 겸임하는 글로벌 기업인은 나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서울대가 기대했던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 유치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겸직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는 까다로운 등록 절차가 꼽힌다. 현재 서울대 교수가 주 8시간 이상 기업체 활동을 병행하려면 대학과 기업 양쪽의 허가가 필요하다. 기업인이 겸직을 희망하면 교수로 임용될 수준의 우수한 연구 성과를 입증해야 하고, 각 기관에서 받는 급여와 근무 형태 등 세부 정보까지 모두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기업과 대학의 엄격한 보안 규제도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AI 인재들이 포진한 기업은 산업 특성상 보안 규정이 엄격해 겸직자가 대학과 기업에서 동일한 연구 주제를 다루는 것조차 제한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기대하며 대학 겸직을 고려하던 기업인들이 복잡한 보안 규정에 따라 겸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겸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학내 분위기 역시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교수직 병행 제안을 거절했다는 한 서울대 공대 교수는 "(학교에서 겸직을) 만류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기업에서의 겸직이 연구에 불필요하다며 은근히 반대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이 붙곤 해서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강의와 행정에 매달려야 하는 시스템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동부의 사립대학을 거쳐 서울대에 부임한 한 교수는 "미국에선 주로 정년을 보장받은 고연차 교수가 행정 등 업무에 신경을 많이 써줬던 반면, 한국은 한창 연구에 몰두해야 할 저연차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특히 큰 것 같다. 겸직을 다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대학 간 경계를 허물기 위해선 까다로운 겸직제도보다 산학협력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매사추세츠공대(MIT)·스탠퍼드대처럼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 단기 성과를 꾸준히 내는 미국 대학들과 달리, 국내 산학협력은 대학 이름만 빌린 양해각서(MOU) 체결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형식적인 MOU가 아니라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성과가 쌓이면 학계와 산업계의 간극도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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